6시간 넘게 공방, 특검 측 증인 "결정 번복 잘못이지만 청와대 압력 받은 적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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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삼성 측 변호인이 삼성SDI의 처분 주식수가 1000만주에서 500만주로 축소된 배경을 놓고 6시간 넘게 공방을 펼쳤다.
특검은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압력으로 처분 주식수가 줄었다는 입장이다. 삼성의 출연금과 지원금을 뇌물로 봐야하는 또다른 증거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당시 실무를 담당했던 공정위 사무관은 결정이 번복된 것은 잘못이지만 외압은 없었다고 증언했다. 또 특검의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뚜렷한 증거도 제시되지 못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 심리로 24일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49)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공판에 특검 측 증인으로 출석한 석동수 공정위 사무관은 공정위 결정이 바뀐 것에 대해서는 부당하다고 비판하면서도 청와대나 삼성으로부터 압력을 받은 바 없다고 증언했다. 석 사무관은 "청와대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압박을 느꼈다면 일지에 기재를 했거나 보고를 했을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특정의견이나 지시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 삼성SDI, 지분 처분 규모 1000만주→500만주 축소, 외압 아닌 첫 사례에 따른 해석의 차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하면서 양사의 주식을 모두 보유하고 있었던 삼성SDI는 공정거래법 적용을 놓고 고민에 빠졌다. 공정거래법은 합병으로 순환출자가 형성되거나 강화되는 경우 계열출자에 대해 6개월 내 처분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물산 합병으로 순환출자 고리가 10개에서 7개로 감소, 순환출자 구조가 오히려 단순화됐다. 이 때문에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지 여부를 놓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이에 따라 삼성은 공정위에 '의견 구함'을 자발적으로 요청했다.
하지만 신규 순환출자금지제도가 2014년 7월25일부터 시행됐지만 삼성물산 합병 건 이전에는 법이 집행된 사례가 없었다. 삼성이나 공정위 모두 참고할 '모범 답안'이 없었던 상황인 셈이다.
공정위는 1차적으로 삼성SDI가 보유한 지분 가운데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추가 논의 끝에 처분해야 할 지분 규모는 500만주로 축소됐다. 특검은 이 과정에서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외압이 있었다고 보고 있다.
특검은 김학현 당시 공정위 부위원장이 석 사무관이 올린 보고서 내용에 이의를 제기하고 이후 전원회의가 소집된 과정에 주목했다. 삼성의 로비와 청와대의 압력이 작용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석 사무관은 "김 부위원장이나 이외 다른 경로 등에서 압력 받은 것은 없었다"며 "법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였다"고 증언했다. 이어 "전원회의에서 김 부위원장이 전반적인 논의를 이끌어갔다"며 "그렇다고 다른 위원들이 말을 못하고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법 적용 첫 사례다 보니 공정위 내부에서도 해석이 분분했고 처분주식수를 놓고 의견들이 엇갈렸다는 증언이 계속됐다. 순환출자 고리의 형성 또는 강화를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 이에 따른 처분주식수를 어떻게 산정해야 하는지는 '해석'의 영역이라는 취지다. '해석 기준에 따라 삼성이 처분해야 하는 주식수가 0이 될 수도 있느냐'는 변호인 질문에 석 사무관은 "해석에 따라 그럴 수도 있다"며 "맞다 틀리다의 문제가 아닌 해석의 문제"라고 답했다.
특검 측은 "삼성에서는 공정위의 결정을 받아들여 해소하겠다고 해놓고 김종중 미래전략실 사장이 나서 로비를 했다"며 "이후 공정위 결정이 번복돼 500만주 해소안으로 수정됐다"고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삼성 변호인은 "오늘 증인은 김학현 공정위 부위원장이 강한 법리적 의견을 제시했으나 별도 압력은 없었다고 증언했다"며 "공정위 실무진 입장에서도 본건이 기업의 청탁에 따라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해 뇌물 공여와 청탁 대상이 아니었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반박했다.
◇ 충분한 지분 확보, 500만주 더 매각했어도 무방한데 로비했다고?
사실 순환출자 해소 문제는 2015년 말 이미 재계에선 논란이 뜨거웠던 이슈다. 법 개정 이후 1년여 만에 첫 적용 사례가 나오면서 삼성뿐 아니라 현대자동차그룹 등 계열사 합병을 했던 그룹사마다 큰 혼란을 겪었다. 현대차그룹의 경우 6개월 내 주식을 처분하지 못해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기도 했다.
삼성은 순환출자 해소 문제를 분명히 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공정위에 의견을 요청했다. 삼성 측은 이 문제가 로비라는 의심을 받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정부를 대상으로 로비를 할 이유도, 특혜를 받은 것도 없다는 것이다.
특히 지분 매각으로 경영권 승계에 도움이 됐다거나 지배력이 강화되는 등 이 부회장에게 돌아가는 이득이 전혀 없었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삼성 대주주가 보유한 통합 삼성물산 지분은 39.85%였다. 삼성물산 자사주 지분 13.8%와 우호지분인 KCC 지분 8.97%까지 감안하면 62.62%의 지분을 확보하고 있었다. 설사 공정위가 1000만주(5.28%)를 매각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내놨어도 과반이 넘는 지분을 확보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었던 셈이다.
삼성이 공정위를 수차례 방문한 것에 대해서도 로비가 아닌 '의견 구함'을 의뢰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진행된 업무 협의 차원이라는 입장이다.
특검은 청와대에 삼성물산 합병에 따른 순환출자 관련 결정을 보고한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석 사무관은 현대차그룹의 현대제철-현대하이스코 합병 건을 보고한 것과 마찬가지로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대기업 관련 안건은 BH(청와대)에 보고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워낙 언론에서도 관심이 컸던 상황이고 시장 충격이 클 수 있다는 점에서 청와대에 보고하라는 지시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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