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닥재 시장 키워드를 꼽으라면 모두가 ‘헤링본’을 외칠 것이다. 헤링본이란 ‘청어 등뼈’라는 의미로 일상 생활에서 바닥을 제외하고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V’자와 비슷한 사선무늬가 겹친 패턴으로 트위드 자켓을 자세히 봐도 이 헤링본 무늬를 발견할 수 있다.
지난해 ‘헤링본’ 패턴이 바닥재 시장을 지나치게 강타한 나머지 올해는 오히려 헤링본을 피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헤링본의 경우 기존 ‘1’자 무늬 바닥재에 비해 손이 많이 가는 탓에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이유다.
헤링본보다 특색있는 무늬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증가하고 있다. 인테리어 전문가 조희선 꾸밈바이 대표는 “마루는 어떻게 깔아두느냐에 따라 패턴을 다르게 만들 수 있다”며 “천편일률적인 헤링본 패턴을 선택할 바에는 같은 돈이라면 자신의 개성을 마음껏 살려 비대칭적인 패턴을 만드는 게 낫다”고 했다.
바닥 자재에서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아직도 가격과 기능을 고려한 강마루가 대세인 것은 맞다. 그러나 인테리어 전문가 윤소연 아파트멘터리 대표는 “최근 합판마루나 원목마루 등으로 자재 선택의 폭을 넓히는 분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직접 만져보거나 시공 결과물을 보면 강마루보다 훨씬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바닥재의 절대강자, 마루
헤링본 마루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일반 마루는 세월이 지나면 손상돼 지저분해보일 수 있지만, 헤링본 마루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멋스럽다. /선데이프로젝트 제공 |
지난해 시작된 헤링본 마루 열풍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이동규 선데이프로젝트 대표는 “헤링본 마루가 쉬워보이지만 굉장히 어렵고 까다로운 마루”라고 했다. 일반 마루가 아닌 헤링본 전용으로 제작해야 하는데다 바닥 크기에 따라 헤링본의 가로 길이와 폭 두께를 조절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헤링본을 추천하는 이유로 이 대표는 “원목이다보니 비싸고, 그만큼 예쁘다”며 “일반 마루는 세월이 지나면 손상돼 지저분해보일 수 있지만, 헤링본 마루는 패턴 자체가 빈티지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멋스럽다. 이 때문에 헤링본 마루에서 한번 살아본 사람들은 웬만해선 1자 마루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했다.
얼핏 보면 기존 마루와 차이가 없어보이지만, 강마루보다 고급 자재인 합판마루를 사용한 사례다. /아파트멘터리 제공 |
최근 강마루보다 고급 자재인 합판마루를 찾는 소비자도 많다. 윤소연 아파트멘터리대표는 “지난해엔 일자 무늬에서 헤링본 무늬로 패턴의 변화를 줬다면, 올해는 강마루에서 합판마루, 원목마루 등 자재 선택의 폭을 넓히는 추세도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강마루는 합판 위에 나무무늬 필름을 입혀 다소 인위적이라면 합판마루는 합판에 무늬목을 붙인 천연 나무 표면층 마루로 가장 천연 나무에 가까운 원목 마루와 비슷하다. 가격 역시 원목마루, 합판마루, 강마루 순으로 비싸다.
빈티지 마루는 변형 걱정없고 옛스러운 느낌까지 자아내 장년층에게 더욱 사랑받고 있다. /선데이프로젝트 제공 |
조금 더 특별함을 원한다면 ‘빈티지 마루’를 선택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반 마루를 깔면 이리저리 긁히고, 찍힐 수밖에 없다. 물이라도 흘리면 바로 썩어 거뭇해진다. 그러나 빈티지 마루는 다르다. 아예 처음부터 빈티지, 즉 허름하면서도 멋스러운 느낌을 냈기 때문에 마루 변형을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동규 선데이프로젝트 대표는 “빈티지 마루라고 하면 젊은 층이 좋아할 것 같지만 실제로 시공해보면 옛날 정감있는 대청마루의 기억 때문인지 장년층 분들이 더욱 좋아한다”며 “관리 등에 대한 부담이 없는 만큼, 어린아이가 있거나 어르신들이 있는 가정엔 헤링본 마루보다 빈티지 마루를 추천한다”고 말했다.
■떠오르는 신흥강자, 타일
윤현상재의 'Les Dalles' 타일을 두 가지 사이즈로 교차 시공해 해외 테라스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천장에 마루를 깐 것이 포인트다. /카민디자인 제공 |
평생 마루가 깔린 집에서 살았다면 타일 바닥에 도전하고픈 욕구가 샘솟는다. 카민디자인이 서울 길음동 지역에 시공한 이 집은 윤현상재의 ‘Les Dalles’(수입제품) 타일을 두 가지 사이즈로 교차 시공했다. 마치 외국에 있는 테라스에 온 듯한 느낌을 자아내기 위해서다.
이 집안의 포인트는 주방 천장에 있다. 카민디자인 측은 “주방에 힘을 준 사례”라며 “바닥엔 타일을 깔고, 천장엔 우리나라에서 주로 바닥재로만 쓰이는 마루를 깔아 ‘우드 천장’으로 포인트를 줬다”고 전했다.
바닥에 타일을 시공할 경우 줄눈 부분에 때가 탈 수 있다. 타일을 바닥재로 고려한다면 이 점에 유의해야 한다./삼플러스디자인 제공 |
예전엔 대리석으로 바닥을 시공하곤 했다. 그러나 대리석은 비싸고 올드한 느낌까지 자아내는 경우가 많았다. 최근에는 가정집이면서도 카페 등 상업공간의 느낌을 연출하기 위해 자기질 타일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
삼플러스디자인 측은 “바닥에 타일을 시공할 경우 줄눈 부분에 쉽게 때가 탈 수 있다”며 “이러한 점이 싫다면 타일 시공은 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환하게 빛나는 집을 갖고싶어했던 고객의 취향을 반영해 화이트 포슬린 타일로 바닥 전체를 시공했다. 자칫 포인트가 없어보일 수 있지만, 그 어떤 소품을 놓아도 포인트로 살릴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선데이프로젝트 제공 |
옛날 아파트답게 우중충하고 어두운 집이었다. 고객은 집이 환하게 빛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외국에서 살다 한국으로 들어오다보니 웬만한 짐은 다 버렸고, 마루 생활에도 익숙치 않은 고객이었다. 한창 뛰어노는 아이 둘을 키우고 있었다.
이런 요청사항과 라이프 스타일을 고려해 선데이프로젝트는 순백색의 포세린 타일로 집 전체 바닥을 시공했다. 아이들이 넘어질 것을 고려해 논슬립 무광 타일로 선택했다. 이동규 선데이프로젝트 대표는 “집안을 채우기보다 비우고 싶다는 고객의 생각을 반영해 기본 베이스를 화이트로 선택했다”며 “온통 하얀색이다보니 포인트가 없어보일 수 있지만, 오히려 액자 등 어느 소품을 배치해도 확 살아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타일 도전이 부담스럽다면…마루와 타일의 조화
수입타일과 헤링본 패턴의 마루를 함께 시공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공간과 식사하는 공간을 구분한 것. 두 공간의 조화를 위해 식탁 위 펜던트 조명은 블랙으로 선택했다./카민디자인 제공 |
익숙한 마루를 벗어나기는 쉽지 않지만 변화를 주고 싶다면 마루와 타일을 함께 시공하는 것도 고려해 볼만 하다. 카민디자인 측은 수입 타일과 헤링본 패턴의 온돌마루를 함께 시공했다. 주방에서 요리하는 공간과 식사하는 공간을 구분하는 데 바닥재를 사용한 것이다.
카민디자인 측은 “요리하는 공간은 시크한 분위기라면 가족들이 식사하는 공간은 따뜻한 분위기를 주길 원했다”며 “대신 너무 이질적으로 보이지 않도록 식탁 위 펜던트 조명 색상을 블랙으로 선택해 조화로워 보일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전했다.
윤현상재의 마블 육각타일과 구정마루의 강마루 스웨디쉬 화이트 헤링본을 섞었다. 육각 타일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면서 마루와 조화를 이룬다./카민디자인 제공 |
윤현상재 수입타일 중 마블 육각타일과 구정마루의 강마루 스웨디쉬 화이트 헤링본을 함께 시공한 경우다. 카민디자인 측은 “주방은 벽면타일과 통일감을 주기 위해 육각형 비앙코 타일로 시공했다”며 “육각형 모양이기 때문에 사각형 모양처럼 일직선으로 구분할 수 없어 육각타일이 물흐르듯 자연스럽게 흘러나오는 모양으로 시공했다”고 설명했다.
[이윤정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