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발표 직후 위축되던 부동산 시장은 올해 초부터 반등하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기 대선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사라지면서 특별한 부동산 정책 발표 등의 변수가 없다면 이런 분위기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정부가 발표한 11·3 대책은 1순위 청약 요건 강화와 전매 제한 강화 등 신규 청약시장을 규제해 실수요자 위주로 시장을 개편하려는 정책이었다. 하지만 이후 청약시장을 비롯한 주택 시장까지 급랭했다.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최문혁 기자 |
침체에 빠졌던 주택 시장이 최근 조기 대선 이후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아파트값 상승폭은 커지고 있고, 신규 청약 시장도 달아오르고 있다.
서울 집값을 놓고 보면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KB국민은행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부터 2월까지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낮다. 하지만 올해 3월에는 0.10% 오르며 지난해 3월(0.07%)보다 많이 상승했다. 4월에도 0.14% 오르며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들어 이달 현재까지 0.17% 올랐는데, 월별 상승률로 보면 지난해 11월(0.66%) 이후 가장 높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각각 0.03%, 0.04%, 0.10%, 0.14% 오르며,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및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 올해 초를 기점으로 상승률이 커지고 있다. /자료=KB국민은행 |
서울의 경우 일부 초과이익환수제를 피하게 된 재건축 단지들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조기 대선 후 부동산 정책의 윤곽이 드러나며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
전국 매매가도 매달 상승률이 높아지고 있다. 전국 아파트값은 2월 보합(0.00% 상승)을 기록했다가, 3월(0.02%)과 4월(0.03%)까지 오름폭이 커지고 있다. 이달 현재까지는 0.04% 올랐는데, 이미 올해 월별 상승률 중 가장 높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수석위원은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11·3 대책 이후 침체했던 (주택) 시장이 살아나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당분간 시장에 큰 변수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신규 청약 시장도 열기가 오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월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은 1.96대 1로 바닥을 찍고, 3월(19.36대 1)과 4월(9.16대 1)에는 분위기가 반전됐다. 이달 17일 기준으로는 평균 경쟁률이 55.00대 1까지 껑충 뛰었다.
전국 평균 청약 경쟁률(5월은 17일 기준). /자료=부동산114 |
다만 양극화는 심해지고 있다. 서울, 부산, 광주, 세종 등에서 분양된 단지들은 청약 결과가 좋은 편이지만, 미분양으로 고심한 곳들도 적지 않다. 부산에서 지난 3월 분양된 ‘연지 꿈에그린’은 1순위 청약에서 평균 228.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세종에서 지난달 공급된 ‘힐스테이트 세종 리버파크’는 1순위 평균 청약 경쟁률이 104.77대 1이었다. 반면 지난해 청약 열기가 뜨거웠던 제주도는 올해 현재까지 단 한 번도 월별 1순위 평균 경쟁률이 1대 1을 넘기지 못했다. 제주 지역의 지난해 1순위 청약 경쟁률은 68.53대 1이었다.
주택 거래는 다소 주춤하다. 국토교통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11월 전국 주택 거래는 10만288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5.2% 늘었지만, 12월에는 8만8601건으로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올해 1월에는 5만853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는 6.1% 감소했다. 1~4월 총 주택 거래는 27만4714건으로 지난해보다 3.9%, 최근 5년 평균치보다 4.4% 감소했다.
최성호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집을 사려는 사람은 많은데 매물이 귀해지다 보니 가격은 오르고 실제 거래는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총부채상환비율(DTI) 강화 조치와 같은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시장은 상승세를 이어갈 것 같다”고 말했다.
박합수 KB국민은행 도곡PB센터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부동산 시장이 상승하는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때문”이라며 “새 정부가 어떤 부동산 정책을 내놓을지 주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문혁 기자(moo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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