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와 베인캐피털 컨소시엄은 2차 입찰에 지분 51%에 대한 인수가액으로 1조엔(한화 10조500억원) 초반대를 제시한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한화로 5조원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수 조원 수준으로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운 수준의 비용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 사업장 내부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
실제 SK하이닉스가 소속된 컨소시엄이 제시한 금액은 경쟁 컨소시엄과 비교해 높은 수준은 아니다. 블룸버그 등에서 유력 후보로 언급하고 있는 브로드컴은 2조2000억엔(약 22조3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고, KKR은 1조8000억엔(약 18조2000억원)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베인캐피털의 입찰가는 지분 51%에 대한 것이기 때문에 경쟁 컨소시엄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절대적인 규모로 보면 4개 입찰사 중 가장 낮은 금액이다.
일각에서는 2차 입찰에 접어들면서 SK하이닉스 내부적으로 미묘한 온도차이가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함께 일본을 방문했던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도시바 인수전에서 밀리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깜짝 놀랄 뉴스가 있을 지도 모른다”고 말해 기대감을 고조 시켰지만 24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엄청난 혼전”이라며 한 발 물러선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SK하이닉스 내부에서도 회의론자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일본 현지 매체들이 폭스콘이 30조원에 달하는 금액을 인수가액으로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안팎으로 ‘도시바 거품론’이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 시발점이었다. 특히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가장 각광 받고 있는 3D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도시바의 경쟁력을 면밀히 파악할 근거가 없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SK의 한 관계자는 "향후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인 3D 낸드 기술의 경우 도시바가 정말 경쟁력이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그들이 발표한 '장밋빛' 로드맵도 있는 그대로 믿기에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도시바 본사 전경./ 도시바 제공 |
세계적인 시장조사업체들의 시각도 회의적으로 돌아섰다. 우선 도시바 반도체 기술에 대해 매각 이후에도 일본 정부가 꾸준히 개입할 가능성이 높아 중장기적으로 사업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다. 또 도시바의 전체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라인이 골칫덩이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왔다.
렌 젤리넥 IHS마킷 애널리스트는 "도시바에는 메모리뿐만 아니라 디스크리트(discrete), 로직(Logic) 등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서 20억달러 정도의 매출이 발생한다"며 "이 사업을 흡수해 시너지를 낼 방안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시바 반도체를 인수하는 핵심 목적은 메모리이지 시스템 반도체가 아니기 때문에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 처분을 놓고 고심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SK하이닉스가 도시바 인수에 성공한다고 해도 실질적인 이득이 크지 않다는 전망도 있다.SK하이닉스가 속한 컨소시엄은 도시바 반도체에 51% 이상을 출자하고 나머지는 도시바가 보유하는 방식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웨스턴디지털(WD)의 출자도 허용하는 한편 WD가 보유하고 있는 요카이치 공장의 지분도 인정하기로 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베인캐피탈 컨소시엄의 제안은 4개 업체 중 가장 낮은 금액이지만 도시바와 일본 정부 입장에서 기술 유출이나 경영권 유지 등의 측면에서는 가장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 있다”며 “반대로 도시바의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자사의 발전 전략에 사용해야 할 SK하이닉스 입장에서는 드라마틱한 효과를 거두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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