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단체의 고위 임원은 "'삼성그룹 고용 ○○○명, 현대차그룹 ○○○명' 이런 내용이 대통령 집무실에 늘 떠 있다고 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엄청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며 "'무언의 압력' 수준을 넘어 결국 기업들의 자율 경영을 침해하고 무리한 고용을 압박하는 새로운 형태의 '기업 팔 비틀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 간부도 "아무리 상황판이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하더라도 이런 '보여주기식 지표 관리'가 실질적으로 고용에 도움이 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기업들은 내부적으로 반발 속에서도 향후 청와대 방침에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에 빠져들었다. 한 5대 그룹 임원은 "국정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매일매일 챙긴다는 것 자체가 큰 부담이므로 우리 회사도 새 정부 정책에 부응해 내놓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통 새 정부가 강도 높게 드라이브를 걸면, 삼성그룹이 앞장서 "신규 채용을 ○○○명 늘리겠다"고 발표하고 다른 대기업도 줄줄이 뒤따르는 게 관행이었다. 또 다른 10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컨트롤타워가 없는 삼성이 나설 수도 없고, 최순실게이트를 겪으면서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기 때문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가 더 골치"라고 말했다.
다른 대기업 임원도 "대표적 규제 산업인 통신업계나 골목상권 이슈 등이 걸린 유통업계에서는 이미 앞다퉈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채용 확대 등을 속속 밝히고 있지 않는가"라며 "결국 '청와대 상황판'은 재벌 줄 세우기의 변형이란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momof@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