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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히말라야의 셰르파, 무산소 등반 비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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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BBC




네팔의 셰르파족(族·사진)은 해발 5000m 이상 히말라야산맥을 산소통도 없이 오른다. 과학자들이 직접 히말라야에서 진행한 실험을 통해 셰르파의 무산소 등반의 비밀을 밝혀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앤드루 머레이 교수 연구진은 22일 '미국립과학원회보(PNAS)에 "셰르파는 일반인과 달리, 힘을 쓸 때 지방보다 포도당을 더 많이 이용해 산소를 덜 쓰면서 더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고 발표했다.

연구진은 유럽 출신 연구자 10명과 네팔 카트만두 출신 베테랑 셰르파 15명으로 두 그룹을 나눠 각각 해발 5300m에 있는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까지 오르도록 했다. 참가자들은 등반 전후 혈액 분석 등을 통해 신진대사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측정했다. 셰르파들은 등반하는 과정에서 지방보다 포도당에서 더 많은 에너지를 얻었다. 지방이 에너지를 더 많이 낼 수 있는 연료지만 셰르파의 몸은 산소를 덜 쓰는 포도당을 주(主) 에너지원으로 사용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산악인들은 히말라야를 오르기 전 고지대에 머물면서 몸에 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가 많이 늘어나도록 한다. 그래야 산소가 희박한 히말라야에서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셰르파는 그런 준비 기간을 거치지 않는다. 세르파의 혈액에 있는 적혈구는 얇고, 적혈구 안에 있는 헤모글로빈의 산소 운반 능력도 떨어진다. 즉 셰르파들은 몸에 산소를 더 많이 공급하는 대신 산소 사용량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쪽을 택한 셈이다. 다른 연구에 따르면 셰르파들은 세포에서 에너지를 생산하는 미토콘드리아의 효율도 높아, 저지대 사람들보다 최대 30% 더 에너지를 낼 수 있다.

연구진은 이런 신진대사 차이가 에너지 생성과 관련이 있는 유전자(PPARA) 변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머레이 교수는 "셰르파족들은 6000년 이상 고지대에 살면서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만들도록 신체가 바뀌어왔다"며 "이번 연구는 앞으로 산소 결핍으로 호흡곤란에 빠지는 증상인 저산소증 치료 연구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최인준 기자(pe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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