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제궁 불러 하루 종일 ‘파격 소통’
‘토론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대통령이 단체별로 일대일 면담을 진행하는 건 상당히 이례적이다. 취임 후 외교 활동을 제외한 첫 면담 일정으로 노사 단체를 택한 건 그만큼 노동개혁 의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근무시간, 임금체계, 근무 조건이 법이나 대형 노조와의 산업별 일괄 타협이 아닌 개별 기업과 노동자 간의 자율 협상에 의해 정해지도록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다. 그동안 ‘주당 노동시간 35시간’으로 대변되는 프랑스의 경직된 노동시장과 과도한 규제는 프랑스 경제의 발목을 잡아왔다. 노사 자율 타협을 골자로 한 독일이나 스칸디나비아 모델로 전환시키겠다는 게 마크롱식 노동개혁의 골자다.
마크롱 대통령은 노동개혁에 반대하고 있는 노조 대표를 기업 대표보다 먼저 만났다.
그는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경제장관을 지내며 프랑수아 올랑드 정부의 노동개혁 실패 과정을 지켜봤다. 추진 초기에 정부가 노동 단체들과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면서 급기야 노조들이 모든 정유 공장을 봉쇄해 주유소가 문을 닫는 극도의 사회 혼란이 이어졌다. 결국 노동법은 고용과 해고를 쉽게 하는 핵심 조항들은 모두 빠진 채 통과됐다.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국회 법안 표결을 거치지 않고 늦어도 9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 행정명령으로 노동개혁 작업을 끝내고 싶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 정부가 집권 후반기 추진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개혁을 밀어붙이다가 사회 혼란만 부추긴 것을 타산지석으로 삼은 것이다.
‘파업과 시위의 대명사’ 프랑스 노조도 변혁기를 맞고 있다. 프랑스 노동자들의 노조 가입률은 11%에 불과하지만 그동안 노조 운동은 공산당의 지원을 받는 강성 노조 노동총동맹(CGT)이 주도해 왔다. 그러나 올해 3월 1919년 이후 처음으로 온건 노조인 CFDT가 CGT를 제치고 프랑스 내 가장 큰 노조가 됐다. 베르제 대표는 “우리는 자동화로 대표되는 노동시장 변화에 저항하려고 하기보다 적응하기를 원한다”며 “노조도 역사적 전환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첫 만남에서 결론은 나지 않았지만 마크롱 대통령과 노조 간 이해의 폭은 넓어진 듯했다. 베르제 대표는 “노동개혁의 내용에는 동의하는 바가 많지만 과정이 중요하다”며 “9월까지 끝내겠다고 밀어붙이지 말고 10, 11월까지는 토론을 해보자”고 역제안을 했다.
마크롱 정부의 노조 설득은 계속된다. 노동개혁을 진두지휘할 에두아르 필리프 총리는 24일과 29일 두 번에 나눠 마크롱 대통령이 만났던 단체를 일대일로 다시 만나 구체적인 내용을 조율한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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