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제-알파고 대국 열린 中 우진서 ‘AI의 미래’ 국제포럼
데이비드 실버 구글 딥마인드 선임 프로그래머가 24일 중국 저장 성 자싱 시 우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포럼에서 알파고의 훈련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는 “알파고는 자신과의 무한 반복인 ‘셀프 대국’ 등을 통해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국했던 때보다 석 점 정도 고수가 됐다”고 말했다. 과거에 최고수 프로기사에게 ‘바둑의 신과 목숨을 걸고 둘 때 몇 점을 접으면 안전한가’라고 물었을때 ‘석 점’이라고 답했을 정도로 프로기사 간 석 점은 큰 차이다. 자싱=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
“인공지능(AI)은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에게 자유를 주는 존재다.”
24일 중국 저장(浙江) 성 자싱(嘉興) 시 우(烏) 진 세계인터넷회의중심에서 열린 ‘AI 미래 포럼’에 연사로 나온 천강(陳剛) 저장대 계산학원 부원장은 “AI가 널리 활용되면 인간은 불필요하게 계산하거나 기억해야 할 것 등을 크게 줄이면서 더욱 자유롭게 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렇게 강조했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AI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23일 대국에서 세계 랭킹 1위 중국 커제(柯潔) 9단에게 완승을 거둔 가운데 열린 이날 포럼에서는 AI의 비약적인 발전이 인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를 놓고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
천 부원장은 “앞으로 AI를 탑재한 기계에 궂은일을 맡기고 인간은 보다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계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고 인간을 자유롭게 할 것이며, AI 시대의 도래는 인간에게 종말이 아니라 자유를 선사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에릭 슈밋 회장은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되지만 앞으로 5년간 헬스케어 부문이 가장 활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프 딘 구글 연구원은 보다 구체적으로 “많은 의사들이 환자를 진료한 경험들을 모으고 모든 의사가 AI 기술을 활용해 필요한 내용들을 이용한다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릴리 펑 구글 제품 관리 및 건강연구 담당자는 “당뇨 망막증 진단의 경우 88만 건의 당뇨 망막증 환자의 사진을 AI 프로그램에 입력해 학습을 시킨 후 사진 촬영만으로 진단해 본 결과 의사가 의료 장비를 이용해 진단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고 발표했다. 전문의이자 과학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펑 씨는 “앞으로 암 진단을 위한 조직검사 자료 판독 등에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류즈칭(劉知靑) 베이징유뎬(北京郵電)대 계산기바둑연구소 소장은 “2000년 전 공자는 모든 사람에게 차별 없이 교육 혜택이 돌아가도록 하되 교육은 개개인에게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AI의 도움으로 공자의 꿈이 실현될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수많은 학생 개개인이 무엇을 알고 있는지 등에 대한 방대한 정보를 활용하면 개인별 맞춤형 학습지도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교육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리자(李佳) 구글 클라우드&AI 연구원은 “위성 이미지 분석을 통한 날씨 기후 강수량 예측에 AI를 활용할 수 있다”며 “수천 년간 축적된 농업 관련 지식도 AI의 도움을 받으면 과거에는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늘어나는 자동차 통행량을 원만히 해결하고 복잡한 도시 도로 설계와 도시 계획 등을 하는 데도 AI의 방대한 정보 처리 능력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슈밋 회장은 “지금은 정보 폭발 시대”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화학자나 생물학자도 모든 논문을 볼 수는 없지만 AI를 조수로 두면 밤새 잠도 자지 않고 필요한 자료를 찾아서 분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똑똑해진 AI가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는 경우 재앙이 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반영한 발언들도 이어졌다. ‘AI의 미래’ 세션에서 사회를 맡은 저우젠궁(周健工) 제일재경미디어그룹 최고경영자(CEO)는 “AI로 무장한 기계가 학습을 통해 스스로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이에 딘 연구원은 “솔직히 답을 아직 모르겠다”고 전제한 뒤 “기계는 인류가 부여한 목적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창의력을 발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류 소장은 “이는 마치 기계가 스스로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철학적 문제를 제기하는 것과 같다”며 “기계가 스스로 목적을 설정해서 독자적으로 행동할까에 대한 우려까지는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한발 물러섰다.
이날 포럼에선 기계의 지능이 인간 지능을 앞설 것인지에 대한 질문도 나왔다. 딘 연구원은 “AI가 비록 엄청난 연산능력 등을 갖고 있으나 통찰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인간의 단계에는 아직 이르지 않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딥마인드 CEO는 “개발에 3년 정도 걸린 ‘알파고 1.0’(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국 벌임)에 비해 이번 커 9단과의 대국에 나온 알파고는 바둑 실력으로는 석 점 정도 업그레이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컴퓨터의 연산능력은 ‘알파고 1.0’에 비해 10배 정도 빨라져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였다고 말했다.
인간과 AI를 구별하고 대립적인 구도에서 보려는 시각에 대해 천 부원장은 “인간과 기계의 지능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마치 사과와 귤을 비교하는 것처럼 적절하지 않다. 서로 다른 속성을 가진 두 가지에 대해 상호 보완할 점이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류 소장은 “AI가 감성적인 시를 쓰는 것 같은 인간의 창의성을 앞설 수는 없을 것”이라며 “둘이 결합하면 더 나은 세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싱=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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