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미술관 ‘빈 페이지’展
관람객이 양팔을 벌려 몸짓을 하면 동작에 맞춰 스크린에 이미지가 나타나는 문준용 작가의 ‘비행’(위쪽 사진)과 가상공간에 낯선 사물들을 등장시켜 명상과 사색으로 이끄는 박제성 작가의 ‘여정’. 금호미술관 제공 |
24일 서울 종로구 사간동 금호미술관에서 시작된 ‘빈 페이지’전은 개막 이전부터 화제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작가(35)가 전시 작가의 한 명으로 참여했기 때문이다. 젊은 미디어아트 작가와 설치미술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전시회다. 문 작가를 비롯해 양정욱 김주리 박재영 박여주 진달래&박우혁 박제성 작가가 참여했다.
하지만 이날 열린 간담회에 문 작가는 개인 사정을 이유로 불참했고, 참여 작가 중 박제성 박여주 작가가 참석해 자신의 작품을 설명했다.
금호미술관 측은 문 작가의 작품을 전시한 데 대해 “올 초에 참여 작가를 섭외한 것”이라면서 “미디어아트 전시 경험이 있는 국내외 큐레이터들의 추천을 받아 작가들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미술관 측은 또 “문 작가는 미디어 전시 경험이 많고, ‘관람자가 다양한 감각을 통해 작품을 감상한다’는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와 맞닿는다는 생각에 섭외했다”면서 “전시 성격상 관람객 동원을 목표로 한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 작가는 건국대 시각디자인학과와 미국 파슨스 디자인스쿨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2010년부터 미디어아트 작가로 국내외 여러 전시에 출품했다. 현재 경북 포항시립미술관에서 열리는 ‘놀이하는 미술’전에도 문 작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다.
이날 공개된 문 작가의 ‘비행’은 관람객이 스크린 앞에서 양팔을 벌려 움직일 때 이 움직임이 이미지로 스크린에 구현되는 작품이다. 팔의 움직임에 따라 스크린에 나타나는 그림은 빨라지기도, 느려지기도 하며 각도에 따라 방향도 바뀐다. 이미지를 그려내는 소프트웨어는 작가가 직접 개발했다.
이 작품은 ‘VH어워드’(현대자동차그룹이 신진 미디어아트 작가에게 주는 상)를 받은 박제성 작가의 ‘여정’과 나란히 전시됐다. 박 작가의 작품은 17m 너비의 곡면 벽에 펼쳐진 그래픽 공간을 배경으로, 사람이 없는 롤러코스터, 서로 다른 방향으로 휘날리는 깃발 등 역설적인 사물들이 잇달아 등장하는 영상이다. 박여주 작가가 이탈리아 화가 조르조 데 키리코의 회화 ‘불안한 여행’을 재현한 설치작품, 어두운 벽에서 계속 변하는 기하학적 패턴을 만나볼 수 있는 진달래&박우혁 작가의 ‘패턴 연습’ 등도 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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