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석 경비원·작가 |
아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경제 사정이 넉넉지 않았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사교육을 시킨다는 것은 언감생심이었다. 주변에서 또래 아이들이 학원 한두 곳씩 다녔기 때문에 걱정이 됐다. 하지만 경제적 상황은 녹록지 않았다.
그러다 원하는 책을 마음껏 볼 수 있으니 도서관에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말과 휴일이면 초등학생이던 아이들 손을 잡고 집 근처에 있는 도서관을 다니기 시작했다.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어린이용 책부터 시작해 다양한 책을 읽었다. 다행히 아이들이 책 보는 것을 꽤 좋아했다. 선택을 잘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몇 년을 계속하자 아이들의 학교 성적도 크게 올랐다.
보고 싶은 책이 도서관에 없는 경우 그 책을 신청하면 나중에라도 도서관에서 구입해 구비해 놓는다. 우리 사회에 빈부격차가 날로 심해지고 있다. 부자와 빈자 사이에 자녀의 사교육비 차이도 매우 크다. 경제적 여유 없이는 사교육도 어렵고,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는 것도 쉽지 않다.
하지만 나는 사교육의 힘을 빌리지 않고 도서관의 힘으로 아들과 딸을 모두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장학생으로 보냈다고 생각한다. 딸은 서울의 명문대에 들어가 대학원까지 6년 동안 장학금까지 받으면서 학교를 다닌 뒤 모교에 일자리를 얻었고, 아들도 지방 거점대를 졸업하고 대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도서관만 잘 이용해도 사교육이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을 데리고 도서관에 다닌 덕분에 초등학교만 졸업한 나도 지난해 책을 낼 정도로 필력이 좋아졌다.
우리나라의 지나친 사교육은 공교육을 파행으로 몰아넣을 뿐 아니라 과도한 가계 지출을 초래하고 있다. 실버 푸어(빈곤한 노년층)를 양산하는 주범으로 사교육이 지목되기까지 했다. 사교육 종사자들이 이 글을 본다면 분개할지도 모르지만 사교육이 만능은 아니라는 나의 믿음은 확고하다.
사교육보다 저렴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길 추천한다. 자녀가 원하는 대학의 문이 도서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홍경석 경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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