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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장하성 “좌빨이라 공격 받아도 기득권 위주 경제 꼭 타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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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한국 시장경제 … ’ 마지막 수업

대기업 중심 고용 문제점 등 지적

“어떤 비판 받더라도 해낼 것” 강조

“김상조 교수도 강의 못 하게 됐다”

학생들에게 "서운해 말라” 작별인사

“앞으로 사람들이 내게 빨갱이·좌빨·반기업인 등의 별칭을 붙이며 공격하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고려대 제자들에게 앞으로의 청와대 생활을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이날 고려대에서 ‘고별 강연’을 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 LG-POSCO 경영관 436호실에서 진행된 ‘한국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이해’라는 이름의 강의였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장 교수는 대학을 떠나게 됐다.

“여러분이 내 마지막 학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될 것 같아요”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는 “집무실이 매우 작더라. 옛날에 비하면 4분의 1 정도? 고용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상황판을 만들었는데, 진짜 (고용 문제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앱을 만들어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거다. 일반인 누구라도 대통령과 같은 정보를 볼 수 있어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청와대 정책실의 어렴풋한 방향성도 내비쳤다. 이날 수업 내용과도 맞닿아 있었다. 기형적인 고용 시장 문제와 경제 개혁의 필요성 등이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고용시장 현황과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을 통계로 제시하며 “현재 한국인들의 연평균 노동 시간인 2113시간은 65년 전 미국인들의 노동시간보다 갈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에 대한 강한 소신도 드러냈다. 장 교수는 “일부 기득권 세력 위주의 경제 구조를 타파하다 보면 여러분(같은 고학력자)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개혁은 꼭 추진해야 한다.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대학에 휴직계를 냈다. 강의는 팀-티칭으로 진행돼 원래 이날까지 장 교수가 강의하고, 다음 수업부터는 장 교수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수가 맡기로 돼 있었다. 그 교수가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였다. 한 수업을 가르치는 두 교수가 나란히 새 정부에 입성한 것이다.

장 실장은 수업을 마치며 “다음주부터 김상조 교수가 재벌 개혁에 대한 방법론을 강의할 예정이었지만, 그 양반도 못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나랑 김 교수를 못 보게 되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라”는 그에게 학생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강생 도현석(25)씨는 “평소 장 교수님이 설파하던 재벌 개혁이 이제는 이론이 아닌 정책으로 이어지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다. 재벌 계열사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를 규합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질타하자는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었다. 2006년 만든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뒤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해 기업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는 ‘분수 효과’도 주장해 왔다. 부자들이 먼저 돈을 쓰도록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돈다는 ‘낙수 효과’ 대신 서민과 중산층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그 효과가 분수처럼 위로 솟게 하자는 논리다. 그는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과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시민운동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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