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한국 시장경제 … ’ 마지막 수업
대기업 중심 고용 문제점 등 지적
“어떤 비판 받더라도 해낼 것” 강조
“김상조 교수도 강의 못 하게 됐다”
학생들에게 "서운해 말라” 작별인사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24일 고려대 제자들에게 앞으로의 청와대 생활을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이날 고려대에서 ‘고별 강연’을 했다. 이날 오후 2시 서울 안암동 고려대 LG-POSCO 경영관 436호실에서 진행된 ‘한국 시장경제와 자본주의의 이해’라는 이름의 강의였다. 지난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그를 청와대 정책실장으로 임명하면서 장 교수는 대학을 떠나게 됐다.
“여러분이 내 마지막 학부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될 것 같아요”라고 강의를 시작했다. 그는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했다. 그는 “집무실이 매우 작더라. 옛날에 비하면 4분의 1 정도? 고용 상황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상황판을 만들었는데, 진짜 (고용 문제를) 챙기겠다는 의지가 보였다”고 말했다. 이어 “고용상황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앱을 만들어서 공개하는 방안도 추진할 거다. 일반인 누구라도 대통령과 같은 정보를 볼 수 있어야 국민의 동의를 얻을 수 있고 실천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장 실장은 청와대 정책실의 어렴풋한 방향성도 내비쳤다. 이날 수업 내용과도 맞닿아 있었다. 기형적인 고용 시장 문제와 경제 개혁의 필요성 등이다. 그는 대기업 중심의 고용시장 현황과 지나치게 긴 노동시간을 통계로 제시하며 “현재 한국인들의 연평균 노동 시간인 2113시간은 65년 전 미국인들의 노동시간보다 갈다”고 말했다. 이어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개혁에 대한 강한 소신도 드러냈다. 장 교수는 “일부 기득권 세력 위주의 경제 구조를 타파하다 보면 여러분(같은 고학력자)이 오히려 피해를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국민 전체적으로 봤을 때 이 개혁은 꼭 추진해야 한다. 어떤 비판을 받더라도 반드시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대학에 휴직계를 냈다. 강의는 팀-티칭으로 진행돼 원래 이날까지 장 교수가 강의하고, 다음 수업부터는 장 교수와 친분이 있는 다른 교수가 맡기로 돼 있었다. 그 교수가 문재인 정부 초대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김상조 한성대 교수였다. 한 수업을 가르치는 두 교수가 나란히 새 정부에 입성한 것이다.
장 실장은 수업을 마치며 “다음주부터 김상조 교수가 재벌 개혁에 대한 방법론을 강의할 예정이었지만, 그 양반도 못 오게 됐다”고 말했다. “나랑 김 교수를 못 보게 되더라도 너무 서운해하지는 말라”는 그에게 학생들은 아쉬움을 나타냈다. 수강생 도현석(25)씨는 “평소 장 교수님이 설파하던 재벌 개혁이 이제는 이론이 아닌 정책으로 이어지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장 실장은 대표적인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다. 재벌 계열사 주식을 소유한 소액주주를 규합해 주주총회에서 경영진을 질타하자는 소액주주 운동을 이끌었다. 2006년 만든 ‘장하성 펀드’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의 지분을 인수한 뒤 새롭게 이사진을 구성해 기업 가치를 높이자는 취지였다. 그는 ‘분수 효과’도 주장해 왔다. 부자들이 먼저 돈을 쓰도록 세금을 깎아줘야 경제 전반에 활력이 돈다는 ‘낙수 효과’ 대신 서민과 중산층에 실질적인 혜택을 줘 그 효과가 분수처럼 위로 솟게 하자는 논리다. 그는 1997년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장과 2001년 참여연대 경제개혁센터 운영위원장을 맡는 등 시민운동에도 깊숙이 관여했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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