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한 환경서 가족·친구와 함께
요양원·집에서 임종 미리 준비
일본, 왕진 수가 높아 가정의료 활발
병원과 지역사회가 손을 잡고 단순 치료를 넘어 심리적 안정, 죽음을 바라보는 가치관까지 심어주는 등 서비스의 폭도 넓다. ‘웰 다잉’을 장려하는 인프라와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는 의미다.
50년 전 호스피스 개념이 세계 최초로 도입된 영국은 모범 사례로 꼽힌다. 2015년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죽음의 질 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은 죽기 직전 삶의 질에서 세계 1위다. 한국은 18위에 그쳤다.
영국 정부는 일찌감치 존엄한 죽음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1991년 호스피스국가위원회(현 국가완화의료위원회)를 설립했고 2001년 완화의료에 대한 건강보험 지원을 시작했다. 2008년에는 ‘국가 생애 말기 돌봄 전략’(NEOLCS)을 발표하면서 말기 환자 관리 체계를 확립했다. 여기에선 인간이 모두 ‘좋은 죽음’을 맞이할 권리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품위 있는 마무리를 위해 ▶존엄한 인격체로 존중받으며 치료를 받고 ▶고통과 병증이 없어야 하며 ▶익숙한 환경에 머물고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한다는 4대 원칙을 세웠다.
이에 따라 사망 직전 병원 이송을 줄이고 요양시설·가정에서 미리 임종을 준비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병원의 말기 환자를 위한 전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한편 부적절한 입원은 최소화했다.
환자와 그 가족들이 자연스레 임종을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전문인력 교육도 강화했다. 서비스도 가정 호스피스, 주간 돌봄 프로그램 등을 마련했다.
지역사회의 참여도 활성화됐다. 전국 10만 명 이상의 민간 봉사자들은 미술·음악 치료 같은 재능기부에 나선다. 시민들은 주변의 호스피스 시설 운영에도 적극 참여한다. 자발적 모금을 통한 기부금이 운영비의 70%로 건강보험 지원(30%)을 웃돈다.
미국에선 호스피스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이 주로 집에서 임종을 준비하는 환자를 찾아간다. 남은 삶이 6개월 이내인 환자가 대상이다. 노인 요양시설과 호스피스 전문기관에서 임종하는 경우도 흔하다. 환자의 질병 치료보다 이들의 상태 안정에 초점을 맞춘다. 생명 연장을 포기하는 대신 남은 생애를 바라보는 감정과 현실적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웃 일본도 아시아 국가 중에선 앞선 편이다. 호스피스 대상은 말기 암이나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 환자로 규정돼 있다. 다만 서비스 이용일수와 남은 수명에 대한 제한은 없다. 2000년대 들어 가정 호스피스 수요가 늘어나면서 의사·간호사가 직접 말기 환자의 자택을 찾아가거나 병원 내에 가정간호병동을 두고 있다.
특히 일본은 왕진 수가가 높아 의료진의 가정 방문이 활발하다. 지난해 5월 도쿄에서 만난 일본의사회 히로미 아시카와 상임이사는 “오전에 외래 환자 30~40명을 진료하고 오후에 왕진을 나가 7~8명을 본다. 뇌졸중 등 병원에 오기 힘들지만 굳이 입원하지 않아도 되는 환자가 왕진 대상”이라고 말했다.
특별취재팀=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정종훈·박정렬 기자, 김혜진 인턴기자 ssshin@joongang.co.kr
신성식.정종훈.박정렬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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