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1.16 (토)

요양병원 믿고 부모 모셨는데 … 기한 지난 빵, 쌀자루엔 쥐똥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기도, 비위생 업소 103곳 적발

중국산 김치 국내산으로 속이거나

영양사 고용하지 않은 요양원

영업신고 안 한 납품업체도 있어

“요양원 급식소는 대부분 직영 운영

문제 있어도 큰 처벌 없는 사각지대”

중앙일보

경기 화성시의 한 요양병원 식품 창고. 쥐 배설물과 쥐를 잡기 위한 끈끈이가 곳곳에 놓여 있다. [사진 경기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난달 27일 오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한 요양병원 급식소의 식자재 보관창고를 열어본 경기도 특별사법경찰관(특사경) 3명은 깜짝 놀랐다. 49.5㎡(15평) 규모의 창고 곳곳에서 쥐 배설물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바닥은 물론 개봉된 쌀 포대 안에서도 쥐 배설물이 나왔다. 쥐를 잡기 위한 쥐 끈끈이도 여기저기 있었다. 홍장선 경기도 특사경 용인센터장은 “선반과 바닥이 온통 쥐 배설물이라 창고 안으로 들어가기가 꺼려질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 요양병원은 적발 당시 “식자재 창고 안에 쥐가 있을 리 없다”며 반발했다. 하지만 단속 요원들이 현장 사진과 쥐 끈끈이 등 증거를 내밀자 꼬리를 내리며 인정했다. 경기도 특사경은 비위생적으로 식자재 창고를 운영한 이 요양병원의 급식소에 과태료 50만원을 부과했다. 특사경은 위생·환경 등 특정 행정 분야에 한해 과태료를 물리거나 시정조치를 내리는 행정처분권은 물론 고발권·수사권까지 가지고 있다. 홍 센터장은 “위생상태가 너무 불량해 더 강하게 처벌하고 싶어도 현재의 식품위생법은 직영 집단급식소가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음식물을 조리할 경우 과태료만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음식물을 조리하거나 유통기한이 지난 빵을 환자에게 준 요양병원, 원산지를 속여 조리한 요양원과 급식소, 그리고 이들에게 식자재를 납품한 식품취급업소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기도 특사경은 지난달 24~28일 도내 대형 요양병원·요양원의 급식소와 이들 기관에 식자재를 납품하는 식품취급업소 569곳을 대상으로 단속을 벌여 18.1%인 103개 업소를 적발했다고 24일 밝혔다. 이 중 급식소는 91곳이고 나머지는 식품취급업소다.

원산지를 속이거나 정확히 표시하지 않은 사례가 54곳으로 가장 많았다. 유통기한이 지난 식자재를 보관하거나(34곳), 신고하지 않은 식품을 판매한 경우(9곳)도 다수였다. 영양사를 고용하지 않는 등 기타 위반 사례도 6곳으로 파악됐다.

양주시에 있는 A요양병원은 유통기한이 15일 지난 빵을 노인 환자들에게 간식으로 주다가 적발됐다. 이 병원 주방에 딸린 창고에선 유통기한이 지난 빵이 다수 발견됐다. 이 요양병원도 과태료 처분을 받았다. 용인에 있는 B요양병원은 중국산 김치를 국내산으로 속이다 적발됐다. 김포에 위치한 C수련원은 캐나다산 돼지고기를 국내산으로 둔갑시켜 조리하고 있었다. 이들 업소는 농수산물의 원산지 표시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이들 요양병원과 요양원에 불법 식재료를 납품한 업체들도 적발됐다. 안산에 있는 D유통과 포천시 E유통 등은 관할 시청 등에 집단 급식소 식품판매업 영업신고를 하지 않고 식자재를 납품하다 단속됐다. 용인에 있는 F업체는 제조·가공업 등록을 하지 않고 김치 150㎏을 만들어 아무런 표시도 하지 않은 채 인근 요양원에 납품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는 이들 식자재 납품업체들을 형사입건하고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할 예정이다. 또 유통기한이 지난 식재료를 사용할 경우 위탁운영 집단급식소만 영업정지와 형사처벌을 받도록 한 현행 규정을 직영 집단급식소까지 확대하도록 정부에 법률 개정을 요청하기로 했다. 김만원 경기도 특사경 단장은 “그동안 요양병원이나 요양원 급식소는 직영으로 운영되면서 문제가 있어도 과태료 처분만 받는 등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이번 점검을 계기로 요양병원 등에 입소한 환자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위생적인 급식이 이뤄지도록 철저하게 단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최모란 기자 choi.moran@joongang.co.kr

▶SNS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트위터] [네이버포스트]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