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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기자수첩]남성 육아휴직 금융공기업에선 남의 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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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육아휴직이요? 행내 분위기가 어수선한데 꿈도 못꾸죠.”

산업은행 한 직원은 남성 육아 휴직을 두고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실제 산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4년 연속 ‘0명’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공공기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가 전년 대비 30%가량 늘어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유리천장’을 넘어 ‘콘크리트 천장’이라고 불릴 만큼 보수적인 금융권 문화에서 ‘용감한 아빠’를 찾기는 아직 쉽지 않다.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금융공공기관 8곳(예보·신보·기보·캠코·주금공·산은·수은·기은)의 남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0명 혹은 한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마저도 전년과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감소해 전체 18명에서 14명으로 22%가량 줄어들었다. 반면 여성 육아휴직 사용자는 1305명에서 1419명으로 8%(114명) 증가했다.

이는 전반적인 공공기관의 변화 양상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고용노동부가 정부 전 기관에서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를 적극적으로 권장한 결과 332개 공공기관에서 남성의 육아휴직은 여성의 육아휴직보다 약 3배 빠르게 늘어났다.

금융권에서도 직장내 어린이집과 육아휴직 등 다양한 제도를 통해 일·가정이 양립 가능한 환경 조성에 나서고 있지만 ‘육아는 여성의 몫’이라는 인식은 여전한 셈이다. 육아휴직이 생산성의 걸림돌로 여겨지는 상황에서 “여자는 아이와 가정이 없어야 성공하더라”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오기도 한다. 남성 육아휴직에 대한 사내 인식도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다.

일·가정 양립제도의 단순한 도입을 넘어 실질적인 평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대 2년에 이르는 육아휴직 정책이 여성에게만 쏠리는 경우 기관의 인사관리, 비용 부담 등도 여성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여성이 다니기 좋은 직장’을 만드는 지원책이 유리천장을 더욱 공고히 하는 아이러니다.

문재인 정부의 유리천장 타파 행보가 연일 화제가 되는 요즘이다. 남성의 육아휴직은 사회 내 남녀의 평등한 인식을 만드는 첫걸음이다. ‘용감한 아빠’가 금융권의 유리천장에 균열을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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