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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국정자문위 ‘40일 속도전’… 김진표 “완장 찬 점령군 행세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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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공식출범… 첫 전체회의

동아일보

문재인 정부 5년의 밑그림을 그릴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현판식을 갖고 최장 70일간의 활동에 들어갔다. 자문위는 사실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능을 하며 대선 공약을 정리하고 국정 청사진을 제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위원회 활동이 종료될 때는 국정 목표와 국정 과제를 구체화해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현판 왼쪽이 국정기획자문위원장인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오른쪽이 부위원장인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의장. 사진공동취재단


문재인 정부의 국정 목표와 비전을 정리하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만들 대통령 직속 ‘국정기획자문위원회’가 22일 닻을 올렸다. 김진표 위원장은 “기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달리 작은 규모로 신속하게 운영하겠다”며 “6월 말까지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자문위 차원에서 마련하고 7월 초에 대통령께 보고하는 것을 목표로 하겠다”고 밝혔다. 자문위가 최장 70일까지 활동할 수 있는데도 약 40일 만에 마치려고 계획을 잡은 것은 ‘국정 이원화’로 청와대에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 김진표 “자기희생과 솔선수범 리더십 보여 달라”

김 위원장은 첫 전체회의 모두발언에서 자문위 역할에 대해 “국정목표와 비전을 정립하고, 대선 과정에서 제시한 대통령 공약을 나라살림의 사정과 우선순위에 맞게 국정과제화하고,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리했다. 201개 공약에 대해 분과별 토론을 거친 뒤 우선순위와 담당 부처 등을 정해 5개년 계획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자문위원들에게 “김대중 전 대통령은 공직자는 고위직으로 갈수록 갖출 덕목으로 서생적 문제의식과 상인적 현실감각의 조화를 강조했다”며 “상인적 현실감각을 갖고 실천 가능한 대안을 도출하기 위해 공무원과 머리를 맞대고 토론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부 공약의 타당성과 실현 가능성을 꼼꼼하게 점검하자는 취지다.

김 위원장은 또 “자문위원들이 혹시라도 완장 찬 점령군으로 비쳐서는 공직사회의 적극적인 협조를 받기 어렵다”며 “누구보다 자기희생과 솔선수범의 리더십을 통해 우리 정부 개혁의 방향이 뭐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여러분이 말과 행동으로 보여 달라”고 주문했다. 과거 인수위원들이 고압적인 태도를 보인 폐해를 없애자는 것이다.

이날 회의에선 △새 정부의 국정철학 및 주요 공약 △자문위 운영계획 △국정과제 선정 및 국정운영 5개년 계획 수립 등에 대해 논의했다. 자문위 전체회의는 매주 1회 이상 열고 분과위원회는 매일 열기로 했다. 위원장, 부위원장(3명), 분과위원장(6명), 대변인 등이 참여하는 운영위원회도 매일 오전에 열린다.

자문위는 부처별 업무보고에도 속도를 내며 실현 가능한 공약을 조기에 걸러낼 계획이다. 박광온 자문위 대변인은 “24∼26일 사흘 동안 분과위원회별로 22개 부처에서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 활동 기간 줄이고 조직도 ‘슬림화’

자문위는 여러 가지 면에서 기존 인수위와 차이가 있다. 당초 여야는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라도 인수위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으로 인수위법 개정을 추진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위헌 소지가 불거져 법 개정이 무산됐다. 이에 따라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국정기획자문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규정’을 뒀다.

조기 대선으로 청와대가 운영되는 만큼 자문위의 역할도 인수위보다 작다. 내각 및 청와대 참모진 인선과 조직개편 등은 청와대가 주도하는 만큼 자문위는 장기적인 국정운영 계획에 중점을 둔다.

자문위 조직도 축소했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는 9개 분과로 구성됐지만 이번엔 6개 분과다. 파견 공무원 수는 60여 명에서 이번엔 30명 정도로 절반 수준으로 줄였다.

철통 보안을 강조하는 것은 역대 정부의 인수위와 비슷하다. 박 대변인은 “과거 인수위 기간에 다 조율되지 않은 정책들이 경쟁적으로 보도되는 것으로 인해 국민들에게 혼선으로 비쳤다”며 “엄격하게 보안을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황형준 constant25@donga.com·최혜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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