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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4 (일)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현장에서]‘몰카 범죄’…경찰이 직접 챙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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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탐지기야 갖고 있죠. 그런데 요즘에는 기상천외한 곳에 카메라를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서 탐지기를 갖고 있다고 모두 잡아낼 수 있는 게 아닙니다. 그렇다고 탐지기 하나 들고 관내 화장실을 모두 돌아다닐 수도 없는 노릇이죠.”

몰카탐지기를 가진 한 지자체 관계자의 설명이다. 전문 공무원이 단속에 나서는 지자체도 있지만, 상당수 지자체는 일반 공무원이 단속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몰카 범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다 보니 눈앞에서 몰카를 놓치는 경우도 많다고 그는 덧붙였다.

몰카 범죄를 많이 다뤄본 일선 경찰은 정작 탐지기가 없어 고민이다. 구청이 단속을 나갈 때마다 함께하지만, 답답한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면 제대로 검사하지만, 일반적인 예방 단속일 때는 대충하는 경우도 많이 봤다”며 “그렇다고 같은 공무원에게 뭐라 지적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이 같은 지적에 경찰이 전국 130개 경찰서에 몰카탐지기 보급에 나섰다. 경찰청은 현재 몰카탐지기 구매 사업에 나선 상태라고 22일 밝혔다. 앞으로는 경찰이 직접 몰카 범죄 단속에 나설 수 있게 된 것이다. 경찰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예정된 강원도와 여름철 주요 몰카 피해지역에 탐지기를 우선 보급할 방침이다. 지난해 성범죄 적발 건수가 높은 서울 시내 28개 경찰서에는 탐지기가 모두 지급될 예정이다.

경찰에 따르면 몰카를 이용한 성범죄는 매년 증가 추세다. 지난 2012년에 2400건에 불과했던 카메라를 이용한 성범죄 건수는 지난해 5185건까지 증가했다. 연평균 21%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몰카 단속은 탐지기를 가진 지자체나 전파관리소에서 전담해왔다. 단속 때마다 경찰도 협조해왔지만, 몰카 범죄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는 일반 공무원들이 단속을 전담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시의 탐지기를 이용한 몰카 단속 건수는 0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속되는 몰카 범죄에 주요 피해자인 여성들의 불안감은 계속 높아만 가고 있다. 거리를 다니는 것도 두렵다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이 적극적으로 몰카 범죄에 대처한다는 발표는 다행스러운 소식이다. 경찰이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거리를 다시 만들어주기를 간절히 바란다.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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