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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사우디, 394조원 선물 안겨줘… 트럼프 “정말 대단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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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해외순방서 대규모 투자 유치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취임 후 첫 해외순방에 나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3500억 달러(약 394조 원) 규모의 ‘선물보따리’를 안겼다. 버락 오바마 전임 행정부 시절 소원했던 양국 관계 복원을 바라는 뜻이 담겨 있다는 분석이다.

사우디는 20일 도착한 트럼프 대통령과 1100억 달러 규모의 무기 거래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이 전함과 전투기, 폭탄 등을 사우디에 판매하는 것이 핵심으로 양국 공통의 적인 이란을 견제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번 무기 거래가 사우디와 걸프 지역의 장기적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거래는 트럼프의 유대인 사위 재러드 쿠슈너가 중재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여기에 민간 분야가 약속한 투자금 등을 합한 3500억 달러는 한국 정부 1년 예산(400조5000억 원)과 맞먹는 액수로, 무기 거래처럼 실제 계약을 마친 사업과 양해각서(MOU) 단계인 협력사업들을 모두 포함한 수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무기 거래 서명식에서 “정말 대단한 날이다. 미국과 일자리를 향한 수천억 달러 규모의 투자”라고 높이 평가했다. 그는 ‘일자리(jobs)’라는 단어를 연이어 세 차례 사용하며 자신이 미국인 일자리 창출에 매진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 대통령이 대규모 해외투자 성사를 통해 여론의 반등을 꾀하는 모양새다.

미국과 사우디가 밝힌 양국 기업 간 계약 규모는 2000억 달러가 넘는다. 무기 현지화 디자인과 자체 제조, 원유 해양시추기술, 조인트 벤처 창설 등 주로 군사와 석유 관련 사업이 다수였다. 미국 제조기업 GE는 사우디 국영석유기업 아람코를 포함한 여러 사우디 회사들과 석유가스, 전력, 의료, 광산, 발전기, 디지털 기술 등 광범위한 분야에 걸쳐 총 150억 달러짜리 계약을 맺었다. 미 방위사업체 록히드마틴은 블랙호크 S-70 헬기 150대를 사우디에 수출하는 60억 달러짜리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우디는 저유가 시대를 맞아 석유 수출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바꾸려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우수한 원유 관련 기술을 받아들이고, 수입에 의존했던 상품들을 자체 제조해 산업 역량을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아람코는 미국 업체들과 50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고, 사우디 국부펀드인 공공투자펀드(PIF)는 미국 최대 사모펀드 블랙스톤과 4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인프라 개선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칼리드 알 팔리흐 사우디 에너지 장관은 “1년 안에 해외 기업의 사우디 직접 투자를 원활하게 해주는 법안을 마련하려 한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리야드 공항에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사우디 국왕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다. 살만 국왕이 직접 영접한 가운데 군악대의 연주와 축포가 울려 퍼졌고, 하늘에선 전투기들이 하얀색 빨간색 녹색 연기를 내뿜으며 축하 비행을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은 리무진을 함께 타고 공항을 떠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투숙한 리야드 리츠칼턴 호텔에는 트럼프 얼굴이 그려진 초대형 현수막이 내걸렸다. 시내 곳곳에는 트럼프 대통령과 살만 국왕 사진을 담고 ‘함께하면 승리한다’는 구호가 실린 광고판이 배치됐다.

카이로=조동주 특파원 dj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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