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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5 (화)

“나를 성장시킨 힘이 5·18”… 문재인 연설 13분간 25차례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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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 기념식]1만여명 참석 역대 최대 규모… 기본 검색만 거치면 누구나 입장… 문재인 대통령 200m 걸으며 인사 나눠

출생일에 아버지 잃은 여성 사연에 문재인, 눈물 닦으며 다가가 안아줘

‘행진곡’ 화합 의미로 손잡고 불러… 정우택 “국민적 합의 미흡” 침묵

동아일보

문재인 대통령 “아버지 묘에 같이 갑시다” 문재인 대통령이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37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1980년 5월 18일 태어나자마자 아버지를 잃은 유가족 김소형 씨의 추모사를 들은 뒤 김 씨를 안아주며 위로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2013년 5월 18일 광주 국립5·18민주묘지. 취임 첫해였던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5·18민주화운동(이하 5·18) 33주년 기념사를 하려고 연단으로 걸어가자 정적이 흘렀다. 박 대통령이 인사를 할 때 박수가 나왔지만 의례적이었다. 기념사는 5·18에 초점을 맞추는 대신 “경제 발전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는 등의 ‘비전 선포’에 무게를 두고 진행됐다. 기념사 중간에 참석자들은 한 차례 박수를 보냈을 뿐이다.

18일 5·18 37주년을 맞아 같은 장소에서 진행된 기념식의 분위기는 4년 전과 완전히 달랐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념사를 하려고 자리에서 일어나자 박수가 터져 나왔다. 13분에 걸쳐 기념사를 하는 동안 박수가 25차례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5·18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겠다는 공약도 지키겠다”고 말했을 때 박수 소리가 가장 컸다.

○ 역대 최대 규모 기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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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은 기념사에서 “(5·18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 못했다는 크나큰 부채감이 민주화운동에 나설 용기를 줬고, 오늘 이 자리에 서기까지 성장시켜 준 힘이 됐다”고 밝혔다. 5·18 진상 규명을 요구하다 분신해 사망하는 등 유명을 달리한 전남대생 박관현 씨 등 4명의 이름도 불렀다. 이기봉 5·18기념재단 사무처장은 “정치적 실리보다 민주, 인권을 가장 많이 생각한 기념사”라며 “5·18정신에 충실했다”고 평가했다.

기념식 참석자는 1만여 명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대통령 참석 행사의 특성상 그동안은 입장이 제한됐지만 올해는 기본 검색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들어갈 수 있었다.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것은 4년 만이고, 2000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 참석한 것을 포함해 9번째다.

문 대통령은 오전 9시 51분경 묘지 입구인 ‘민주의 문’에서 내려 200m를 걸어가며 시민과 유가족들을 만났다. 역대 대통령들은 행사장 옆 도로에서 내려 50m를 걸었다. 방명록에는 “가슴에 새겨온 역사 헌법에 새겨 계승하겠습니다”라고 썼다.

○ 유가족 사연에 눈물 훔친 대통령

기념공연에서는 김소형 씨(37·여)가 아버지에게 보내는 추모사 ‘슬픈 생일’을 낭독했다. 김 씨는 1980년 5월 18일 전남도청 앞 한 산부인과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김재평 씨(당시 29세)는 딸을 보려고 산부인과로 가던 길에 희생됐다. 김 씨는 “때로는 내가 태어나지 않았다면 아빠와 엄마는 지금도 행복하게 살았을 거란 생각을 했다. 당신을 비롯한 37년 전 모든 아버지들이 내일의 밝은 길을 열어주셨다”며 추모사를 읽는 내내 울먹였다. 추모사를 듣던 문 대통령은 안경을 벗고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문 대통령은 퇴장하는 김 씨에게 다가가 15초간 안아줬고 “아버지 묘에 같이 가자”고 위로했다. 김 씨는 문 대통령에게 안겨 흐느껴 울었다. 김 씨는 “아빠가 안아주는 느낌이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기념식 후 김 씨 가족과 함께 김재평 씨 묘를 찾아 참배했고, 다른 희생자 묘역도 찾아 유가족을 위로했다. 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 중 가장 긴 1시간 20분을 민주묘지에 머물렀다. 묘지 내 765기의 묘에는 ‘追慕(추모)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적힌 하얀 리본이 달린 국화가 놓였다.

○ 9년 만의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행사의 하이라이트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이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은 이명박 정부 첫해였던 2008년이 마지막이었고, 이후에는 합창으로 대체됐다. 9년 만의 제창이다. 문 대통령은 이 곡 작곡자 김종률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등과 손을 잡은 채 앞뒤로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화합의 의미를 강조하는 차원에서 손을 잡고 부르기로 결정됐다고 한다. 5·18기념재단 관계자들은 “한이 풀렸다”고 말했다. 대선 때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지지했던 가수 전인권 씨는 무대에서 ‘상록수’를 열창했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겸 대표 권한대행 등 일부 참석자는 입을 꾹 다문 모습이었다. 정 원내대표는 “5·18 민주영령에 대한 추념의 마음은 변함없지만 제창에 대한 국민적 합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아 부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보훈·보수단체는 이 노래 제창에 반대하고 있다.

손효주 hjson@donga.com / 광주=이형주 / 문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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