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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기자수첩]대기업-스타트업 '윈윈'하는 M&A 활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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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을 인수하고 싶어도 국내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경제혁신을 위해 건전한 벤처 M&A(인수합병) 생태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해외 스타트업 업계를 둘러보고 왔다는 한 삼성전자 관계자의 말이다. 그는 기술을 가진 스타트업들이 자본을 보유한 기업에 회사를 매각하는 해외 벤처 M&A 시장이 인상적이었다고 설명했다. 대기업은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흡수해 성장의 계기를 마련하고 영업력이 부족한 스타트업은 그간의 성과를 조기에 회수하는 선순환 구조를 이루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국내에서는 적극적인 벤처투자에 나서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무분별한 문어발 확장에 대한 경계감이 여전해 대기업의 벤처기업 인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많아서다. 국내에도 인수를 고려할만한 기업이 많으나 실제 투자로는 이어지지 못하는 이유라고 그는 설명했다.

이 같은 환경은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엔젤투자자(기술력은 있으나 자금이 부족한 창업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개인 또는 기관)들의 행보에도 좋지 못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자금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길어져 자금투자에 신중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위험요인이 많은 벤처창업투자를 더욱 망설이게 하는 요인이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벤처기업 자금회수시 IPO(기업공개)와 M&A가 비슷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M&A를 통해 자금을 회수하는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IPO의 경우 일정규모 이상의 기업만 적용이 가능하며, 상대적으로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높아 소규모 벤처나 스타트업 자금회수에 적용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결국 엔젤투자자들은 M&A가 활성화되지 않은 상황에서는 기업이 IPO가 가능한 규모까지 성장하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한 IB(투자은행) 업계 관계자는 "성공률이 낮을 수밖에 없는 스타트업에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자금회수 기간을 현재보다 단축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벤처기업을 인수하는 대기업 등에 과감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M&A에 대한 인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10대 그룹 상장사의 사내유보금은 550조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줄어든 국내투자는 활력을 잃어가는 한국 경제의 한 원인으로 지적됐다. '투자할 곳이 없다'는 대기업들에 벤처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은 한국 경제와 벤처기업가, 엔젤투자자 모두에게 '윈-윈(win-win)'이 될 수 있다.
머니투데이

안재용 기자 po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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