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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7 (일)

[기자수첩]스타트업 내실 성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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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신문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를 사람으로 비유하면 변비에 걸린 것과 같아요. 뛰어드는 기업은 많은데 성공한 기업이 없습니다.”

최근 만난 스타트업 전문가는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평가를 내려 달라는 질문에 냉정하게 평가했다. 대학, 민간 액셀러레이터, 국가창업보육기관 등에서 수십·수백개씩 쏟아지는 기업에도 우버, 에어비엔비 같은 유니콘 기업이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 현실에 대한 일갈이다.

지난해 국내 스타트업은 외형으로 성장했다. 롯데액셀러레이터부터 창조경제혁신센터까지 30~40개가 넘는 스타트업 보육기관이 등장했다. 그러나 이런 투자가 성공으로 이어졌느냐는 물음에는 고개를 내저었다.

해외에서도 비슷한 평가를 내렸다. 미국 스타트업 게놈프로젝트가 발간한 2017년 글로벌 스타트업 생태계 보고서는 28개국 55개 도시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교 분석했다. 보고서는 서울에 대해 “급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 생태계”라면서도 “투자 회수 부분에 강점이 없다”고 평가했다.

국내 스타트업이 성공하지 못한 이유로 투자를 회수할 수 있는 창구의 부재를 꼽은 것이다.

인수합병(M&A)을 통해 다른 기업에 비싼 값에 팔리거나 성장 단계별로 활발한 투자가 진행돼야 하지만 현실은 어렵다. 실제 국내 투자 회수는 코스닥 기업공개(IPO)에 80~90% 의존한다. 스타트업이 IPO까지 가려면 10년 정도 걸린다. 스타트업 투자에 선뜻 나서지 않는 이유다.

전자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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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인 성장 사다리가 없는 지원책은 건강한 스타트업을 만들지 못한다. 스타트업 스스로 경쟁력을 갖추게 하고 탈출구를 만들어 주어야 한다. 해외 스타트업의 국내 진출을 적극 장려, 국내에서부터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스타트업 단계별로 M&A를 활성화할 수 있는 정책 지원도 필요하다. 대기업이 인재나 기술을 빼앗아 가는 것도 막아야 한다. 기술 탈취가 중범죄라는 것을 철저하게 인식시키고, 필요하다면 공생할 수 있는 강제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단순히 스타트업 숫자를 늘리는 것에서 대박을 기대하는 것은 나무 그루터기에 앉아 토끼가 부딪히기를 바라는 것과 같다. 이제 외형 확대를 넘어설 수 있도록 내실 성장의 토대를 만들어 가야 한다.

정영일기자 jung0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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