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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박정기의 공연산책] 40년 지나도 여전히 대중성·공감대 갖춘 연극 '목로주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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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unhwanews.com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글] 문화뉴스 박정기 (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pjg5134@munhwanews.com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ㆍ연출가.

[문화뉴스 MHN 박정기] 오태영(1948~)은 오태영은 1948년 서울 출생으로 경동고등학교, 동국대 생물학과, 서울 예대 연극과 출신으로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희곡 당선으로 등단하고, 우화나 풍자극의 형식이나 사회 정치상황을 비틀어 풍자한 극들을 발표해왔다. 기존 질서나 제도적 권력, 사회적 모순들을 풍자해온 그의 작품들은 사회적 논쟁거리를 생산해내기도 했다.

그의 연극은 만화적 인물들과 성적 모티브, 그리고 전복적 상상력이 유희를 벌이는 공간이다. 그의 극에 충만한 것은 부정의 대상들이 쓰고 있는 가면의 외피를 찢어내고 본 얼굴을 드러내려는 전복의 에너지이다. 리얼리즘과는 달리 세상을 일그러진 거울에 비쳐 보이는 부정성의 세계는 풍자와 야유의 유희를 위한 토대인 동시에 관객이 비판적 거리를 갖고 현실을 바라보게 한다. 우리 근대사에 이르는 역사의 매몰된 진실, 이데올로기의 정체에 대해서 작가로서의 존재감을 갖고 작가의 의식을 담아내고 있다.

발표 공연된 작품으로는 <빵> <통일익스프레스> <돼지비계> <불타는 소파> <콩가루> <수레바퀴> <호텔 피닉스에서 잠들고 싶다> <이웃집 발명가> <이름 없는 여자> <끝나지 않는 연극> <천안 함 랩소디> <엄마 젖 하얀 밥> <반구대> <할배 동화> 등이 있고, 현대문학상, 한국문학상, 한국희곡문학상, 서울연극제 희곡상 등을 수상하고, 한국문인협회 희곡분과위원장을 역임했다.

장용철(1966~)은 극단 작은신화(since 1986) 배우, 좋은 희곡읽기모임 반장, 대학로 예술인의 밤 주막 '서커스싸구려관람석'의 쥔장이고 절대배우라고 명명된다.

거미여인의 키스, 관객모독, 유령소나타, 소원, 연두식사망사건, 서스펜스 햄릿, 인간교제, 욕조, 햄릿, 달과 6펜스, 마라 사드, 천국에서의 마지막 계절, 꿈속의 꿈, 기묘여행, 스페이스 치킨 오페라, 파이의 시간, 만선, 백야, 콜라소녀, 귀뚜라미가 온다, 모든 이에게 모든 것, 블루하츠, 봄이 사라진 계절, 품바, 해변의 카프카, 변태, 킹 클로디어스, 진흙, 탱고 오나 다, 변두리 멜로, 보도지침, 벚나무 동산, 까사 발렌티나, 집을 떠나며, 구두닦이와 어니, 툇마루가 있는 집 등에 출연해 탁월한 연기를 보였다.

모든 악기를 다루는 음악적 재능이 풍부한 연기자이자 성격배우로 서울연극제 연기상, 대한민국 셰익스피어 어워즈 연기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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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로주점>은 오태영 작가의 1974년 중앙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이다.

무대는 제목 그대로 <목로주점>에서 벌어지는 풍경이다. 주방과 식탁 그리고 의자가 여기저기 배치되고, 하수 쪽이 입구, 상수 쪽에 특실이 있는 것으로 설정된다. 귀에 익은 가수 이은하의 노래와 함께 연극이 시작되고 뒤이어 파도소리가 들려옴으로 해서 바로 해변에 자리한 주막이라는 것을 감지하게 된다.

부부가 운영하는 주막이고 오태영 작가의 젊은 시절을 연상케 하는 남편 역의 배우와 곱디고운 아내 역의 여배우가 출연해 도마에 놓인 커다란 무를 식칼로 썰며 안주를 장만하는 장면과 주막의 여기저기 쓰러진 의자를 바로 놓는 남편과 의자를 걸레로 깨끗이 닦는 아내의 모습이 흡사 밀레의 만종에 나오는 그림 속 인물에 비견된다.

남편은 예쁜 아내가 손님의 술시중을 하며 접대를 할 때 손님이 아내의 몸을 건드리는 장면을 늘 상상하는 듯, 언짢은 모습에 질투심을 드러내고, 아내에게 다가가 투정을 하기 시작한다. 아내는 남편의 이런 모습이 일상인 듯 개의치 않고 오히려 담담한 모습을 보인다. 남편은 아내를 끌어안으며 날씨가 스산해 손님이 없을 듯싶으니, 오늘은 장사를 그만 하자는 소리를 한다.

이때 모자를 푹 눌러쓰고 허름한 옷차림과 낡은 구두를 신고 발을 절룩이며 손님이 등장한다. 오늘은 장사가 끝났다는 말을 들은 체 만 체 손님은 의자에 털썩 앉는다. 할 수 없이 술 주전자와 잘게 썬 안주를 쟁반에 받쳐 가져다주는 남편, 남편은 손님에게 술을 따라주기도 한다.

손님은 이 주점에 자주 들르는 인물이라는 느낌이고, 뒤 이어 등장하는 손님은 피범벅이 된 것처럼 보이는 얼굴에 반벙어리 같은 소리를 지껄이며 장사를 하지 않겠다는 소리에도 불구하고 주인을 밀치며 내실로 들어가 기성으로 술을 청한다. 내실로 들어간 손님에게 남편이 술을 가져다주니 손님은 더욱 큰 기성을 발한다. 아마 내실로 들어간 손님은 아내가 접대를 하는 모양이다.

아내가 단정한 모습과 참한 발걸음으로 내실로 들어가는 모습이 한 폭의 미녀도 같다. 아내를 손님방에 들어 보낸 남편의 질투심과 의처증으로 일그러진 모습이 드러나지만 남편은 애써 자신의 아내는 요조숙녀이고 정절녀라는 믿음으로 버티는 모습과 함께 아내의 교성이 들려나온다. 얼굴을 찡그리며 못 들은 척하는 남편, 잠시 뒤 아내가 방에서 나와 대야에 물을 가득 담아들고 다시 내실로 들어간다. 피범벅이던 손님의 얼굴이 말끔해져 퇴장을 하고 절룩이던 손님도 주점을 떠난다. 남편은 아내에게 다가가 더 이상 참을 수 없다는 듯 힘껏 아내의 목을 조르는 장면에서 공연은 끝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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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에 쓴 작품이지만 40년이 지난 현재에도 연극성은 물론 대중성에 공감대까지 형성된 연극이라 관객이 극 속에 몰입되는 모습을 볼 수가 있다.

남편으로 이재준, 아내로 양은주와 김영경이 더블 캐스팅되어 출연하고, 발을 절룩이는 손님으로 곽유평, 핏빛 얼굴 손님으로 한덕균이 출연해 독특한 성격창출과 호연으로 갈채를 받는다.

오퍼레이터 박민선과 김서정의 열정과 노력이 합하여, 서울 창작공간연극축제 운영위원회 좋은 희곡읽기모임의 오태영 작, 장용철 연출의 <목로주점>을 기억에 길이 남을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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