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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정상원 셰프의 탐식 수필] 소금의 꽃, 게랑드의 대서양 소금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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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적 식탁 위에 오른 보편적 삶의 이야기

정상원 셰프의 세계 여러 나라 미식 골목 탐방기를 연재한다. 정상원 셰프는 프랑스 가정식 레스토랑 '르꼬숑'의 오너 셰프다.[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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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 포테이토(Mademoiselle Pomme de terre.). 브르타뉴의 아이들은 우리가 젖을 떼고 처음 쌀죽을 먹는 것처럼 감자(Pomme de terre)로 식사를 시작한다. 브르통(Breton, Bretonne, 브르타뉴 사람)은 감자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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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김수경 에디터 = 브르타뉴라는 지명도 도버해협 건너의 영국의 브리튼에서 유래되는 등 역사적으로나 지리적으로 영국에가깝다.

이에 따라, 브르타뉴의 음식은 세계적으로 악명이 높은 영국의 음식만큼이나 이방인에게 빗장이 녹록지 않다.

하지만, 한국인에게 있어 브르타뉴는 가장 이국적인 맛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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꼴랑비주(Maison à colombage). 목재 골조가 겉으로 드러나는 브르타뉴의 건축양식 꼴랑비주. 이곳은 이국적 풍경만큼이나 낯선 맛의 향연이 펼쳐진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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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의 맛, 갈레트와 크레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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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프리(Crêperies)는 크레이프를 파는 식당이나 가판을 말한다.©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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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에서는 크레이프와 갈레트를 파는 크레프리가 골목마다 펼쳐진다.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많이 알려진 크레이프는 밀가루나 메밀가루로 만든 반죽을 얇게 부쳐 재료를 얹어 먹는 음식으로 밀가루에 설탕을 넣은 반죽으로 만든 디저트용 ‘슈크레(Crêpe sucrées)’ 크레이프와 메밀가루에 소금을 넣은 반죽으로 만든 식사용 ‘크레이프 살레(Crêpe sales)’ 또는 ‘갈레트(Galettes)’ 크레이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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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트. 크레이프는 소금으로 간을 한 갈레트와 설탕으로 반죽을 한 디저트 크레 프로 나뉜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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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크레프리에 가면 햄, 고기 해산물, 감자 등을 조합해 만든 십여 가지의 갈레트와 쇼콜라, 크림, 과일을 넣어 만든 십여 가지의 크레이프가 메뉴판에 올려져 있다. 이들 크레이프는 사과 와인 ‘시드르(Cidre)’와 함께 먹는데, 시드르는 차갑게 하여 사기잔에 따라 마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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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레트와 시드르(Cidre). 갈레트와 시드르는 브르타뉴의 다른 음식과는 달리 직관적인 맛을 가지고 있어 세계 각지에서 사랑받고 있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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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의 꽃, 게랑드 염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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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랑드 염전의 소금은 건조된 시간과 바람의 방향에 따라 결정의 색이 바뀐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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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이나 소시지와 같은 돼지고기 염장 가공식품 샤르 귀 테리는 소금이 나는 대서양 연안에서 발달한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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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갈레트와 크레이프만큼이나 파테(pâté), 리예트(rillettes), 소에 송(saucisson)과 같은 육가공품 샤르퀴테리(charcuterie)도 브르타뉴의 상징이다. 염장육 시장의 중심에는 최고의 소금을 만드는 염전 마을 게랑드가 있다.

두 물랑(2 Moulins). 소금과 후추라는 뜻이다. 프랑스 전역에서 ‘두 물랑’이라는 레스토랑을 만날 수 있다. 우리나라로 치면 ‘맛나식당’정도의 작명이랄까. 소금과 후추는 세계 어느 지역에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식재료이다.

소금과 후추가 가장 보편적인 식재료이지만 거기에는 정 반대의 이유가 있다. 소금은 우리 몸의 가장 중요한 무기성분이다. 항상성 유지의 기본이고 모든 생명현상의 근간을 이룬다.

반면 후추는 가장 이질적이기 때문에 보편적인 향신료가 되었다. 생선이나 육류 가금류, 어떤 식재료와도 유사한 맛과 향을 가지지 않는다. 그렇기에 후추는 역설적으로 모든 식재료에 향미를 더하기 위하여 사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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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과 후추. 짭조름한 재미와 매콤한 아이러니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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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명성의 게랑드 천일염은 ‘소금의 꽃(Fleur de Sel de Guérande)’이라 불린다. 정제되지 않은 염전의 축축한 소금은 핑크빛이 감돌고 다 마르게 되면 잿빛으로 변한다. 숙성시키는 동안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라진다.

정제되지 않은 게랑드 소금은 셰프들에게 최고의 소금으로 취급받지만 소금이 함유하고 있는 철, 마그네슘과 같은 무기질의 맛을 다루는 것은 무척이나 까다롭다.

물론, 게랑드 소금을 먹어보면 당연히 소금 맛이다. 하지만, 끈기를 가지고 혀끝에 올려진 소금 결정을 녹여가면 음미하다 보면 소라와 해초, 가자미와 돌고래를 순차적으로 만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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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랑드 염전은 차로 한참을 달려도 계속해서 소금밭이 펼쳐진다. 게랑드 염전과 서해 곰소 염전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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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르타뉴는 이방인에게 있어 모든 것이 낯설지만, 프랑스 전 지역에서 찾아 볼 수 없었던 차가운 물, 이 하나가 놀랍게도 향수를 달래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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