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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트럼프 찬스` 쓰는 훙하이…SK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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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인수전 양강구도로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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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바 반도체 사업부문(도시바메모리) 인수를 추진 중인 훙하이(폭스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상대로 지원 요청에 나섰다. 기술 유출에 대한 염려로 일본 내에서 부정적인 여론이 높아지는 것을 넘어서기 위해 궈타이밍 훙하이 회장이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일본을 찾는 등 공격 모드로 전환한 SK그룹 역시 분위기 반전을 위해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유력 컨소시엄에 합류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궈 회장은 28일 미국 워싱턴을 방문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면담을 신청했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등이 이날 보도했다. 일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보좌관과 궈 회장의 친분을 고려할 때 면담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궈 회장이 직접 미국까지 날아간 것은 급속도로 훙하이가 불리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되는 것은 사모펀드인 KKR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이다. KKR는 일본의 산업혁신기구를 끌어들여 '미·일 연합' 형태를 꾸렸다. 여기에 도시바 주력 공장인 욧카이치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웨스턴디지털(WD)도 KKR 컨소시엄에 합류한 데 이어 일본 정부 투자은행을 비롯한 금융권도 끌어들였다. 일본 정부가 KKR 컨소시엄을 지지하는 형국이다.

경쟁사에 비해 1조엔 이상 높은 3조엔(약 31조원)을 써낸 훙하이는 높은 인수가에도 불구하고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다. 중국·대만 기업은 안 된다는 여론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궈 회장은 지속적으로 미국과 연계를 강화해 왔다. 당초 독자 인수를 추진하다가 애플·아마존·델을 합류시켰다. 애플이 20%, 아마존 10%, 델은 10% 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일본 기업 중에서는 지난해 폭스콘이 인수한 샤프가 지분 10%를 인수하고 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일본 내에서 간접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궈 회장은 한발 더 나아가 인수 후 미국에 200억달러 규모 투자를 실시해 미국에서만 1만6000명을 고용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이런 계획에도 불구하고 KKR 우세론이 더 커지면서 직접 트럼프 대통령 면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전이 달아오르면서 최 회장이 직접 뛰고 있는 SK그룹 역시 셈법이 복잡해졌다. '미·일' 연합인 KKR 컨소시엄과 '미·일·대만' 연합 훙하이그룹 등이 빠르게 세를 키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판세를 뒤흔들기 위해서는 이들보다 더 확실한 연합군을 형성해야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그룹이 자체 컨소시엄 구성 대신 KKR나 폭스콘 중 한 곳에 합류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SK그룹이 주도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인수 가능성이 높은 곳에 힘을 보태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고 말했다.

[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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