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는 근로소득세, 4대 사회보장보험, 퇴직적립금 등 직원 급여에서 원천징수한 돈을 센터 사업계좌에서 예비계좌로, 다시 자신의 계좌 3개로 분산 이체했다. 세무서에 내야 할 세금은 회계연도 말에 허위 결산보고서를 작성해 남는 사업예산으로 메우거나 이듬해 예산으로 돌려막았다.
배운 도둑질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최씨는 같은 방식으로 지난달까지 121회에 걸쳐 총 3억 2000만원을 가져다 썼다. 쉽게 들어온 돈은 쉽게 나갔다. 최씨는 횡령한 돈으로 명품 가방을 사들이고, 7000만원 짜리 재규어 승용차를 구입하는 등 사치를 부렸다. 100만 원짜리 고양이 2마리를 산 돈도, 남자친구와 다녀온 일본·호주·프랑스 여행 경비도 빼돌린 센터 예산이었다. 최씨가 돈이 많다고 착각한 남자친구는 지난해 최씨와 결혼까지 했다.
정신건강증진센터는 서울시와 자치구가 예산을 50%씩 부담해 약 7억원의 보조금으로 운영된다. 예산은 보건소를 거쳐 센터로 가고, 보건소 직원이 센터 예산을 관리·감독한다. 하지만 간호사 등 전문 회계 지식이 없는 사람이 감독 업무를 맡다 보니 3년 넘게 아무도 최씨의 범행을 눈치채지 못했다. 지난 2월 보조금 감독자로 발령받은 간호사가 최씨가 제출한 회계 자료를 이상하게 생각해 지난 회계 자료를 전부 들춰본 덕에 횡령 사건이 드러나게 됐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최씨를 업무상횡령 및 정신보건법위반 혐의로 구속하고 28일 오전 검찰에 송치했다.
이현 기자 lee.hyun@joongang.co.kr
이현 기자 lee.hyun@jtb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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