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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공약 虛와實]⑪ 美 '리쇼어링' 본뜬 'U턴기업 활성화' 공약, 효과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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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턴기업지원법, 4년간 실제 유치 19개사 불과…확대 실시 효과 ‘회의적’
세제·노동 등 기업 환경 개선 위한 구조개혁 선행돼야

리쇼어링(reshoring)이란 제조업 기업들의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되돌리는 것이다. 제조업 기업들이 인건비 등 비용 상승에 대응하기 위해 생산기지를 중국·인도 등 해외로 진출하는 오프쇼어링(offshoring)과 반대되는 개념이다.

세계 각국은 리쇼어링 정책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2012년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제조업 르네상스'라는 기치(旗幟) 아래 적극적인 리쇼어링 정책을 펼쳤다. 제조업체의 법인세를 38%에서 25%까지 인하하고 국내 복귀기업의 공장 이전 비용을 20% 보조하며 설비투자 조세 감면은 1년에서 2년으로 연장했다. 현재 트럼프 정부가 법인세를 15%까지 인하하고 최저한세 폐지를 추진하는 것도 리쇼어링 정책의 연장선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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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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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역시 미국의 리쇼어링 정책을 참고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3년 U턴기업지원법(해외진출기업복귀법)을 제정해 해외에 진출했던 기업이 한국에 복귀하면 세제 감면 등 재정 지원은 물론 공장 부지와 인력까지 지원했다.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U턴 경제특구 설치’를 공약하기도 했다.

세계 각국의 리쇼어링 정책은 지난 2008년 금융 위기 이후 제조업에 대한 국가 차원의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에서 비롯됐다. 4차 산업혁명에서 줄어들 수 있는 일자리를 고려하면 제조업의 일자리 창출을 무시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 洪 “U턴기업 활성화해 일자리 창출할 것”

미국의 제조업 리쇼어링 정책과 비슷한 공약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U턴기업 활성화’ 공약이다. 홍 후보는 기존의 ‘U턴기업 지원 방안에 비해 더 강력한’ 공약을 내놨다. U턴기업 지원 대상을 중소·중견기업에서 대기업까지 넓히고 외국투자기업에 준하는 지원제도를 마련하겠다는 내용이다.

자유한국당이 발행한 19대 대선 공약집에도 미국의 오바마 전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리쇼어링 정책을 사례로 들기도 했다.

홍 후보는 지난 3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처럼 해외 생산을 늘리는 기업을 국내로 U턴시키면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일시적으로 생길 수 있다”면서 해외 U턴기업에게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대선 공약에서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언급되지 않았다. 홍 후보 측 관계자는 “홍 후보의 공약은 각 기업이나 업종의 상황에 따라 필요한 지원책이 다른 만큼, 집권하게 되면 U턴기업 지원제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고 방향을 새롭게 정립하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그는 “U턴기업 지원법을 개정해 법인세 감면은 물론 수도권 입지 규제 완화와 정부의 재정 지원금 보조까지 폭넓은 유인책을 제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직은 원론적인 수준에 불과한 공약”이라며 “구체적인 것은 산업통상자원부나 기업의 현장감 있는 요구가 적절하다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 성과없던 정책, 확대시행한다고 실효성있을까

하지만, 전문가들은 홍 후보의 공약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나타내고 있다. U턴기업지원 정책의 실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U턴기업지원법이 제정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에 복귀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기업은 85개사다. 그 중 이미 투자해 공장이 가동 중인 기업은 19개사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기존의 U턴기업지원법은 해외 진출 제조업체 중 중국에 진출했던 저임금 노동 의존 제조업체들을 지원하는데 한정된 법안이었다.

정부 관계자는 “U턴 기업지원법은 2000년대 후반 중국 정부가 외국인 투자를 선별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인건비를 올리고 노동규제를 늘리면서 중국 진출 기업 일부가 한국에 돌아오려는 움직임이 있어 이를 지원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현지에서 직접 생산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기 때문에 U턴기업법을 강화해 기업들을 국내로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발상은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실효성이 떨어지는 정책을 확대 시행하는 것이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한다. 인구가 5000만명에 불과한 국내 시장 규모로 인한 구조적인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해외로 나간 기업들을 세제혜택 유인 등으로 국내에 돌아오도록 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시대착오적인 인식이라는 문제제기도 있다. U턴기업 활성화 정책만으로는 기업들의 한국 복귀 결정에 충분한 유인이 되지 못한다는 의미다.

문종철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U턴기업 지원법으로 한국 복귀를 생각하는 기업들 대부분은 중국에서조차 실적이 좋지 않은 기업들이었다”면서 “물류비의 경우 중국과 거리가 가까워 한국으로 돌아올 장점이 크지 않고, 국내 시장의 규모가 작아 U턴기업 활성화 공약이 성과를 보여주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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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NCC공장/사진=LG화학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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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기업들의 해외진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국내에 돌아오면 일자리가 늘어나는 측면은 있지만,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기업들이 세제혜택을 받아가면서 국내에 돌아오는 것은 국내 산업구조 고도화를 후퇴시킬 수 있다는 논리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기업들이 성장 엔진 확충하고 현지 시장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중국·인도 같은 해외로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며 “기업들이 국내 생상과 고용을 늘리도록 하는 것은 신사업 추진에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대폭 개혁하고 기업인들에게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를 높여야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유병훈 기자(itsyou@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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