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종교, 아 그래?] "사찰별로 구역 나눠 전기료 내지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거리 연등 전기료, 누가 내나

요즘 전국 어디를 가든 거리마다 오색연등이 불을 밝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크리스마스트리와 캐럴이 성탄절을 알리듯, 거리에 연등이 밝혀지면 부처님오신날(5월 3일)이 가까워졌음을 알 수 있다. 올해는 지난 12일 저녁 서울 광화문광장에 미륵사지 석탑 모양의 조형물에 불 밝힌 장엄등(기념등) 점등식을 시작으로 거리의 연등이 일제히 불을 밝혔다. 서울 주요지역에만 5만개, 전국적으로는 약 50만개의 연등이 부처님오신날 다음 날인 5월 4일까지 불을 밝히게 된다.

연등회는 통일신라 시대부터 전해진 1200년 전통의 풍습이다. 매년 부처님오신날인 음력 4월 초에 거리에 등을 다는 풍습이 전해진 것. 지난 2012년 국가중요무형문화재 제122호로 지정됐다.

조선일보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거리 연등의 전기료는 누가 낼까? 답은 '사찰 혹은 불교 종단'이다. 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에 따르면 도시의 경우, 사찰 주변엔 해당 사찰이나 가로등에서 전기를 연결해 전구의 불을 밝힌다. 조계사는 서울 안국동 사거리 우정국로 초입부터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까지 약 1000개를 건다. 서울 강남 봉은사는 경기고 사거리~봉은사 사거리~삼성역~현대백화점, 탄천주차장~봉은사~오천주유소 사거리 등 총 3㎞ 구간에 역시 1000개를 건다. 이런 식으로 주변 사찰들이 구역을 나눠 맡아 연등을 건다. 연등이 걸리는 기간은 매년 약 3주간. 이 기간의 전기료는 각각 1000개씩 거는 조계사와 봉은사의 경우 약 70만~80만원 정도라고 한다.

주변에 사찰이 없어서 담당 구역을 정하기 곤란한 대로변 구간은 누가 맡아서 걸고 전기료도 낼까? 29일 저녁 연등 행렬이 열리는 서울 흥인지문~종각 구간이나 광화문 구간, 청계천 그리고 장엄등 같은 경우가 그렇다. 이런 곳은 조계종 연등회보존위원회가 맡는다. 이렇게 조계종이 맡는 곳은 서울 지역에만 1만개 정도가 된다. 위원회는 한전과 계약을 하고 가로등 같은 곳에서 전기를 끌어오는 임시전력을 사용해 연등을 밝힌다. 전기료도 위원회가 부담한다.

시대 변화에 따라 연등회 풍경도 변해왔다. 최근엔 백열등에서 LED등으로 바뀌면서 전기료 부담도 3분의 1 정도 줄었다고 한다. LED는 연등 행렬에도 도입됐다. 29일 저녁 종로 일대를 가득 메울 불자(佛子)들이 행진할 때 손에 드는 작은 등과 다양한 불상과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 볼거리를 제공하는 장엄등 역시 내부는 LED등으로 교체됐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