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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도시를 읽다](3) 부산 깡깡이 마을 - 조선소 동네 아지매들이 왜 깡이 센지 아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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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골목 마중 부산 영도구 ‘깡깡이 마을’에서 한평생 선박에 붙은 조개껍데기 등을 망치로 떼어내 가족 생계를 책임져온 91세 할머니가 집 앞까지 나와 인사하고 있다. 부산 | 박민규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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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마을요?”

부산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은 하나같이 “부산 영도구 ‘깡깡이’ 마을을 모르고서야 어찌 부산을 얘기할 수 있느냐”고 한다. 부산에 최초로 조선소가 들어선 영도의 깡깡이 마을은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남다르다는 것이다.

‘깡깡이’란 단어는 여러 가지 상상력을 불러왔다. ‘깡다구’가 있다는 것인지, ‘깡깡깡’ 싸운다는 것인지, ‘깡’으로 똘똘 뭉쳐 있다는 것인지.

깡깡이 마을로 가기 위해 부산 지하철 1호선을 타고 남포역 6번 출구로 나와 50m쯤 걸었을까. 오른쪽으로 남포 건어물시장이 보였다. 남해안과 동해안에서 잡아온 멸치, 명태, 오징어, 홍합, 새우 등은 물론 미역, 다시마 등을 말려 파는 국내 최대 건어물 도매시장인 이곳에는 그야말로 없는 게 없었다.

어떤 건어물이 싱싱한가 시장 구경에 빠지는 것도 잠시, 고개를 들어보니 1930년대 지어진 오래된 건물들이 선연했다. 일제강점기 적산가옥들이 세월을 머금고 있는데 혹여 판잣집에 불이 날까 집과 집 사이 담벼락에 붉은 방화벽을 설치한 것이 특이했다. 몇 걸음 옮기자 이번에는 유럽풍 2층 건물이 눈에 띄었다. 한때는 유명한 ‘카바레’였단다. 그리고 이어지는 일본풍 지붕의 상가들….

“일제강점기 부산 바다는 ‘물 반 고기 반’이었어요. 일본인들이 농산물만 빼앗아간 줄 아는데 해산물까지 모조리 훔쳐갔답니다. 상어지느러미, 해삼, 전복을 가져가기 위해 이곳에 어시장을 만들었을 정도니까요.”

부산시 문화해설사 정연지씨(60)는 “1930년대 아픈 역사문화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 영도, 그중에서도 남항동”이라고 말했다. 깡깡이 마을은 남포 건어물시장과 자갈치시장을 마주한 200m 떨어진 바다 건너편에 있다고 했다.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경찰서 담벼락을 돌아 계단으로 내려가니 ‘항남 마린’ ‘보배 마린’ 등 ‘마린’이라고 쓰인 오래된 간판들이 이채로웠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점포들은 크고 작은 선박 부품을 사고파는 상점이다. 그제서야 이 건물이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주공복합’ 아파트 ‘대동대교맨션’임을 알아챘다. 1층은 선박 부품을 만드는 공장이고 2층 이상은 주거공간으로 주거와 공업이 공존해 ‘주공복합’ 아파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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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일제강점기에 지어진 적산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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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에 세워진 소금공장의 흔적도 남아 있다. 싱싱한 생선을 잡아 오래 보관하려니 소금이 필요한 법. 일본인들이 중국에서 값싼 천일염을 사다가 꽃소금으로 정제해 팔았는데 무려 8개가 넘는 소금공장을 이곳에 세워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고 한다. 포구에 정박한 선박을 따라 100m쯤 걸었을까. 수리조선소에서 요란한 쇳소리가 터져나왔다. 1912년 지어진 일본 다나카조선소(현 우리조선소) 안을 살며시 들여다보니 선박 수리 장인들이 연신 비지땀을 흘리며 용접 불꽃과 씨름 중이었다.

깡깡이 마을은 일제강점기 부산 영도에 조선소가 들어서면서 생겼다. 선박을 수리하기 전 배에 붙어 있는 조개껍데기, 담치, 따개비를 비롯해 녹을 벗겨내기 위해 작은 망치로 때리던 소리가 ‘깡깡’한다고 해서 ‘깡깡이 마을’이라고 불렸다. 한때 50개가 넘던 조선소는 지금은 14개 정도. 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하루 180명이 깡깡 망치질을 했지만 지금은 20명이 채 안된다.

“와 부산 아지매를 강하고 억척스럽다고 하는 줄 아소? 이 동네 살면서 깡깡이 안 한 아지매가 있겠소? 얼마나 했냐고? 그야 오래 했제.” 조선소 앞에서 만난 70대 할머니가 “일감도 없지만 나는 힘들어서 더 못한다”며 구부정한 허리를 붙잡고 골목으로 사라졌다.

깡깡이는 여성의 몫이었다. 남편을 잃거나 가족 누구도 생계를 책임질 수 없을 때 어머니들이 망치를 들었다. 핏덩어리 자식을 먹여살리기 위해 동트기 전 조선소 앞에 줄지어 섰다. 생활전선에 나선 어머니의 등은 망치 3개와 함께 굽었다. 조선소에서 쓰는 커다란 해머의 무게만도 3㎏이 넘었다. 왼손에 해머를 움켜쥐고 오른손에는 집에서 쓰는 망치를 들고 이물질을 제거했다. 가냘픈 손목은 쉽게 망가졌다. 얇은 호미 같은 ‘씨가래프’로 배의 표면을 긁다가 쇳가루에 시력을 잃기도 했다. 깡깡이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밥줄이었지만, 몸을 망가뜨리는 고된 노동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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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 최초로 세워진 남항 조선소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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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소를 지나 좁은 골목으로 들어서니 허름한 집들이 여럿이었다. 지붕은 1개인데 집은 4채였다. 4~5평도 안되는 단칸방에서 깡깡이로 10명이 넘는 대가족을 먹여살린 어머니들이 모여 사는 ‘이북동네’였다. 지금도 공동화장실을 이용해야 하기 때문에 집집마다 요강을 보물처럼 아끼고 산다고 했다.

“누구시요? 앞집 할마씨 병원에 입원했어. 치매가 왔대.” 골목 끝자락 김모 할머니(87) 집을 찾았는데 인기척이 없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대문을 두드리자 옆집의 박모 할머니(91)가 맨발로 나왔다. “40년 동안 깡깡이했지. 지금도 잠잘 때 ‘깡깡깡’ 하는 소리가 들려. 먼저 간 남편과 아들을 가슴에 묻고 사는데 아파. 이젠 잘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고 나도 얼른 따라가야 하는데….” 박 할머니가 무너질 듯한 흙집 담벼락에 기대어 눈시울을 붉혔다.

돌아오는 길 건너편 자갈치시장에 하나, 둘 불이 켜졌다. 바다 위에 떠 있는 섬 영도와 ‘섬 속의 섬’ 깡깡이 마을에는 부산 아지매들의 고달픈 삶이 기록되어 있다.

▶밀면·비빔당면·완당…다른 지역선 못 먹는 별미 수두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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깡깡이 마을이 있는 부산 남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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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도 먹거리가 많다. 밀면, 비빔당면, 완당처럼 부산 사람들이 즐겨먹는 별식도 있다. 부산에 사는 사람들이 단골로 자주 찾는다는 진짜 오래된 맛집을 엄선했다.

원조 비빔당면(051-254-4240)은 부평동 시장에서 60년 이상 영업 중인 비빔당면 전문점. 당면을 잘 삶아 채 썬 어묵, 단무지, 부추, 양념장을 차례로 얹는다. 매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맛을 당긴다. 비빔당면 4500원, 유부전골 4000원.

원조18번 완당집(051-256-3391)은 부산 서구에 있는 60년 전통의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곳이다. 완당은 수제비와 비슷한데 얇은 밀가루에 고기를 집어넣었다. 우동이나 면 사리 등을 함께 즐길 수도 있다. 메밀국수인 ‘발국수’도 인기 메뉴다. 완당 6500원, 메밀국수(발국수) 6500원.

신발원(051-467-0177)은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에 있는 60년 넘은 중국식 빵 만두 전문점이다. 기름기 없는 수제만두를 육즙이 가득한 고기만두와 바삭한 군만두로 내놓는다. 고기만두와 군만두가 1인분에 5000원.

평산옥(051-468-6255)도 부산역 맞은편 차이나타운에 위치한 100년 전통의 돼지수육 전문점이다. 4대째 이어오고 있는데 메뉴가 수육과 국수 단 두 가지뿐이다. 푸짐한 양을 자랑하는 수육은 평산옥에서만 맛볼 수 있는 소스인 ‘질금장’에 찍어먹는다. 수육 1인분 9000원, 국수 3000원.

송정 3대국밥(051-806-5722)은 1946년 문을 열어 70년 동안 성업 중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인정한 가장 오래된 돼지국밥집. 서면 돼지국밥골목의 터줏대감으로 소면을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돼지·순대·내장국밥 6000원, 수육백반 8000원.

개금밀면(051-892-3466)은 개금골목시장에서 1966년부터 50년 넘게 영업하고 있는 밀면 전문점. 부산 3대 밀면집 중 한 곳. 물밀면과 비빔밀면이 각 6000원.

동래할매파전(051-552-0792)은 1930년부터 4대째 맛을 이어오고 있는 향토음식점이다. 솥뚜껑 모양의 무쇠그릇에 기름을 붓고 싱싱한 파와 쇠고기, 해물을 전통 방식에 따라 구워낸다. 간장보다 초장에 찍어먹어야 맛있다. 동래파전 2만원.

금수복국(051-742-3600)은 해운대에 있는 46년 전통의 뚝배기 복국집이다. 모든 반찬과 장류, 김치까지 직접 담가 내놓는다. 대표 메뉴는 복지리. 콩나물과 미나리 등이 맛을 더 깔끔하고 시원하게 해준다. 복지리 1만1000원.

해운대의 소문난 암소갈비집(051-746-0033)은 1964년 문을 열어 2대째 운영하는 한우 전문점. 숯불 한우갈비구이가 인기다. 고기를 먹고 난 후 우묵한 철판에 감자로 만든 면을 끓여 먹는 것이 별미다. 양념갈비 3만2000원, 생갈비 3만8000원, 불고기 2만8000원.

삼대돼지불고기(051-505-0388)는 동래구 온천3동에 있는 돼지갈비 전문점이다. 44년 전통으로 3대째 손맛을 이어오고 있다. 산야초를 숙성해 양념을 만드는데 천연 배즙으로 단맛을 낸다. 돼지생갈비 9000원, 돼지양념구이 9000원.

원조 조방낙지(051-555-7763)는 동래구청 인근에 있다. 각종 채소에 양념장을 넣어 끓여먹는 낙지요리가 인기다. 기호에 따라 새우, 곱창을 추가한 ‘낙새’(낙지와 새우), ‘낙곱’(낙지와 곱창), ‘낙곱새’를 주문할 수도 있다. 낙지볶음 8000원.

백화 양곱창(051-245-0105)은 남포동의 양곱창 전문점. 50년 전통을 자랑한다. 소금구이와 양념구이가 주 메뉴다. 연탄불에 직화로 구워내준다. 양곱창(양념·소금) 300g 2만5000원, 볶음밥 6000원.

거인 통닭(051-246-6079)은 부평시장 내에 있다. 대표 메뉴는 가마솥에 튀겨낸 푸짐한 양의 후라이드치킨. 카레향이 솔솔 풍기는데 바삭한 식감을 자랑한다. 후라이드 1만6000원, 반반치킨 1만7000원.

뉴숯불통닭(051-514-3885)은 부산대 근처의 통닭집. 튀김옷이 얇고 부드럽다. 치킨 위에 0.5㎝ 두께로 썬 감자튀김을 얹어주는데 별미다. 1.3㎏ 육계만 고집하기 때문에 양이 푸짐하다. 후라이드 1만5000원, 양념 1만6000원.

희망통닭(051-555-0073)은 1983년에 개점했다. 후라이드와 양념치킨도 인기지만 심심하게 간을 해 바싹 튀겨낸 닭똥집도 유명하다. 후라이드, 반반치킨 각 1만5000원.

옵스(051-625-4300)는 1989년 문을 연 빵집으로 서울 명동에 매장을 개점했다. 성인 남자 주먹만 한 ‘슈크림’이 인기다. ‘학원 가기 전 엄마가 만들어준 카스테라’라는 ‘학원전’도 잘나간다. 슈크림 2300원, 학원전 1300원.

비엔씨(051-245-2361)는 부산 비프광장 부근에 있는 30년 된 베이커리 전문점. 부산 대표빵 공모전에서 대상을 차지한 집이다. 옛날 방식 그대로 오이와 감자샐러드를 넣은 사라다빵이 인기다. 사라다빵 4000원, 파이만쥬(8개) 1만2000원.

백구당(051-465-0109)은 50년 된 빵집. 꽈배기, 찰떡도넛을 비롯해 고로케, 야채빵 등 향수를 불러오는 빵들이 많다. 호두바게트 등은 4500원.


<부산 | 정유미 기자 you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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