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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7 (월)

마음 있는 것 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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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책거리

이상하게 절집 이야기, 스님들의 신간이 많다 싶었는데 다음주 부처님 오신 날을 맞아 그런 거였군요. 카이스트 물리학도였다가 출가한 도연 스님의 <누구나 한번은 집을 떠난다>(판미동), 해남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의 산문집 <물 흐르고 꽃은 피네>(불광출판사), 텔레비전과 라디오 불교채널을 통해 익숙한 정목 스님의 <꽃도 꽃피우기 위해 애를 쓴다>(꿈꾸는서재), 법정 스님의 글과 최순희 할머니의 사진을 엮은 책 <길이 아니면 가지 말라>(책읽는섬) 등입니다.

최근 제 눈길을 사로잡은 책은 절밥 이야기였습니다. 글 쓰는 요리사 박찬일 셰프가 사찰음식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열세 분의 스님들과 함께 산, 들, 바다에서 찾아낸 맛 이야기 <스님, 절밥은 왜 그리도 맛이 좋습니까>(불광출판사)인데요. 냉이, 미나리, 고사리, 명이… 봄나물만 해도 향기롭고 힘찬 것들이 많습니다. 음, 무엇보다 맛있어 보이고 말입니다.

지은이는 다소 의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수행자들의 요리가 맛있을까, 진짜일까 싶었다는 거죠. 하지만 이내 살짝 울 뻔했다고 털어놓습니다. 유명한 이탈리아 요리계의 스타 셰프에게 스님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맛은 재료의 힘이야. 기술이 다 무엇이야. 허명이지. 잘 기른 것, 잘 자란 것, 마음이 있는 것을 찾아서 써야 해.”

험한 곳에서 ‘마음 있는 것’을 찾아내는 스님들의 모습을 보면 수행자로서 당연한 일이겠지 싶다가도, 수행자라고 어찌 마음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법이 없겠나 싶어 새삼 옷깃을 여미게 됩니다. 스님들은 자비심을 쪼여 자기 안의 어둠을 녹여내라고 하시는데, 그런 경지는 참 어려워 보이니 우선은 자비를 쪼일 겸 가까운 절을 찾아 부처님 밥심으로 어려운 세상 건너는 힘 좀 얻어볼까 하는 생각만 슬며시 듭니다.

이유진 책지성팀장 frog@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 [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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