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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7 (목)

北 들었다놨다…100일만에 기선제압한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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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더뉴스 / 윤곽 드러난 美의 대북정책 ◆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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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새 대북정책 기조가 취임 100일을 목전에 두고 확실한 모습을 드러냈다.

북한에 대해 경제제재를 강화하고 동맹인 한국·일본과 함께 외교적 조치를 확대하는 한편, 중국을 지렛대로 삼아 북한의 핵 포기를 최대한 압박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북한에 대한 협상 가능성도 처음으로 열어놓았다.

26일(현지시간) 연방의회 상원의원 전원을 대상으로 한 브리핑에서 트럼프 정부의 대북정책이 공개되기까지는 수차례 외교적 마찰과 군사적 충돌 직전까지 가는 긴장이 거듭됐다. 이를 두고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이 '롤러코스터를 탔다'는 평가도 있었다. 하지만 초강경 발언으로 상대의 허를 찌른 뒤 어느 정도 합리적인 타협으로 회귀하는 부동산 재벌 출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이 대북정책에서도 유사하게 적용됐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취임 초기에만 하더라도 북한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비판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첫 해외 순방지로 한국을 선택하고, 당시 마이클 플린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북한 문제를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은 북한 핵문제보다는 이슬람국가(IS) 퇴치에 기울어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첫 번째 계기는 지난 2월 12일에 찾아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정상 만찬을 하던 중 북한이 중거리 탄도미사일 북극성 2형을 발사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이를 분수령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태도가 180도 달라졌다.

마러라고 현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 미사일 발사를 용납할 수 없다"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100% 동의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이어 "북한의 도발은 미국 안보의 중대 위협"이라며 "엄청난 대가가 따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을 한국 중국 일본에 급파해 북한 문제를 협의하게 했다. 이 과정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지금까지 북한이 미국을 갖고 놀았다"며 엄중한 조치를 예고했다.

한국에서는 전에 없는 고강도 한미연합군사훈련이 진행됐으며, 미국 의회와 싱크탱크에서는 북한에 대한 선제 타격, 김정은 레짐 체인지 등 군사적 옵션을 배제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갈수록 확산됐다.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 가능성이 제기됐고, 북한 테러지원국 재지정 논의가 속도를 냈으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가 급물살을 탔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을 폐기한다고 선언했고, 재무부는 3월 말 북한의 석탄 거래 기업 백설무역과 해외에서 활동 중인 북한 인사 11명을 제재 대상에 새로 추가하면서 보조를 맞췄다. 이처럼 강경 일변도의 대북 압박과 군사적 긴장이 계속되던 중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기조는 지난 7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또 한번 변화를 거쳤다.

시 주석 면전에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를 공습하는 등 압박 수위를 높인 결과 중국으로부터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 이후 중국은 기존과 달리 북한산 석탄 수입을 중단하고 고려항공 취항을 유보하는 등 북한을 최대한 압박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국의 변화에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도 달라졌다. 중국에 대해 환율조작국 지정을 유보하고, 시장경제 지위 부여를 검토하는 등 유화적으로 변모했다.

북한에 대해서는 핵항공모함 칼빈슨호와 핵잠수함 미시간호를 한반도 해역에 전개하는 등 무력 시위를 통해 도발 가능성을 최대한 억제했다.

북한의 6차 핵실험 감행을 우려했던 지난 15일 태양절을 전후해서는 미국 권력 서열 2인자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한국에 보내 대북전략을 논의하게 했다. 25일 인민군 창건기념일 직전에는 아베 총리, 시 주석과 잇따라 통화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비책을 협의했다.

그리고 트럼프 정부 대북정책의 최종판이라 할 수 있는 26일 국무장관, 국방장관, 국가안보국장 공동성명을 내놓았다. 북한에 대해 경제적·외교적 압박을 강화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도 선제 타격, 군사적 옵션 등의 용어는 빠졌고 협상 가능성도 열어두겠다는 내용이 새로 포함됐다. 일각에서는 군사적 옵션이 배제되고 협상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에서 오바마 정부의 '전략적 인내' 정책으로 회귀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하지만 북한의 변화를 기다린다는 오바마 정부 정책과 달리 북한의 변화를 위해 적극 압박에 나선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미국의 고강도 압박에 반응해 태양절과 인민군 창건일에 핵과 탄도미사일 실험을 자제한 북한에 대해 한 번 더 변화의 기회를 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와 달리 중국이 적극적으로 북한 압박을 시도하고 북한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하고 있으므로 중국의 대북 설득 노력의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신호로도 해석된다.

다만 의회와 미군에서는 여전히 군사적 옵션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존 매케인 상원 군사위원장은 이날 방송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무력 사용은 동맹인 한국에 피해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최후의 수단이 돼야 한다"면서도 "군사적 옵션도 하나의 옵션으로 갖고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한 해리 해리스 태평양사령관은 "북한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군사적 측면에서 모든 종류의 옵션을 갖고 있다"며 "미국 본토와 동맹국을 방어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 이진명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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