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등 72%, 서울 16%, 다른 국내 12%
국내 원인 중 교통 41%, 난방·발전 33%
런던 오염 차량 과징금…파리 2부제 시행
2부제·혼잡통행료 등 모든 차량 제한해야
2003년 도심 혼잡통행료(현재 1만7천원)를 도입한 영국 런던은 2019년부터는 유로 기준을 못 맞춘 차량에 1만8천원의 과징금을 추가로 물리기로 했다. 런던 웨스트민스터의 혼잡통행료 부과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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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평소보다 초미세먼지(PM-2.5)의 농도가 높을 때는 중국 등 국외와 국내 교통이 주요 원인으로 조사됐다. 국외 원인은 단기간에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우선 국내 교통 원인에 대한 통제가 시급하다. 그러나 서울시의 대응은 다른 세계적 도시들과 달리 미온적이기만 하다.
27일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배출원 인벤토리 구축 및 상세 모니터링 연구’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를 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져 미세먼지주의보가 발령된 시기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인은 전체로는 중국 등 국외, 국내에서는 교통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2015년 5월부터 2016년 12월까지 이뤄졌으며, 주의보가 발령된 시기는 2015년 10월19~22일 나흘을 대상으로 했다. 이 나흘은 초미세먼지의 농도가 90㎍/㎥ 이상으로 2시간 이상 지속됐다.
평상시 중국 등 국외의 초미세먼지 기여도는 55%였으나, 주의보가 발령된 때는 72%로 무려 17%포인트나 높아졌다. 서울 외 국내 다른 지역의 기여도는 23%에서 12%로 오히려 11%포인트, 서울 자체의 기여도도 22%에서 16%로 6%포인트 줄어들었다.
서울시는 “서울에서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지는 것은 주로 중국 도시 지역과 허베이성, 산둥성 등 공업 지역에서 발생한 오염된 공기가 장거리 이동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중국의 미세먼지 원인은 중국 정부나 기업들과의 협의가 필요해 단기간에 제거하기 어렵다.
주의보가 발령됐을 때 국내에서의 기여도에서는 교통이 41%로 가장 높았다. 이것은 평소의 37%보다 4%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평소에 가장 비중이 큰 원인은 난방·발전으로 39%인데, 주의보 발령 때는 33%로 6%포인트 줄었다. 공사장 등의 비산먼지는 평소 22%에서 주의보 때 23%로 1%포인트 늘어났다.
서울시는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아질 때 대응 조처는 교통을 최우선으로 하고, 그 다음 난방·발전, 공사장 비산먼지 순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교통에서는 미세먼지의 주원인이며, 세계보건기구(WHO)에서 1등급 발암물질로 규정한 경유차 배출가스를 줄여야 한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지난 4월7일 낡은 경유차의 운행 제한을 서울 등록 차량에서 전국 차량으로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또 2018년부터 시가 발주한 건설공사에서 친환경 건설기계 사용을 의무화하고, 경기·인천 버스도 모두 압축천연가스를 연료로 사용하도록 정부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런 서울시의 대응은 다른 세계적 대도시들의 대응에 훨씬 못 미치는 것이다. 2003년부터 도심에 진입하는 모든 차량에 11.5파운드(1만7천원가량)의 혼잡통행료를 부과하고 있는 영국 런던은 2019년부터 유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경유차와 휘발유차에 12.5파운드(1만8천원가량)의 과징금을 추가로 물리기로 했다. 프랑스 파리도 지난해 말 초미세먼지가 80㎍/㎥을 기록하자 모든 차량을 대상으로 2부제(홀짝제)를 실시하고, 대신 대중교통 요금을 무료로 했다. 80㎍/㎥은 한국 기준으로는 ‘나쁨’ 수준이며, 2015년 주의보 발령 수준(90㎍/㎥)보다도 낮다.
영국 런던, 킹스크로스의 혼잡통행료 표지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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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대해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국외 원인은 당장 문제 해결이 어렵기 때문에 먼저 국내 원인 가운데 가장 심각한 자동차에 대한 제한을 강화해야 한다. 2부제나 혼잡통행료, 대중교통 전용 지구, 경유차·오토바이 제한 등 가능한 수단들을 하루 빨리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총장은 또 “중국에서 2012년부터 미세먼지를 25% 줄이기 위해 석탄 사용 제한과 전기차 대량 도입 등을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도 국외 원인이 2011년보다 더 늘어났다는 서울시의 발표는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글·사진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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