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신청으로 증인 출석해 '문체부 인사파동' 질문에 모르쇠
"부처 인사에 수석들이 개입 말라 당부"…김기춘 적극 옹호
"그런 사실이 없는 것입니까, 기억이 안 나는 것입니까?"(양석조 검사)
"기억이 안 나니까 지금으로서는 없는 일입니다"(정진철 수석)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27일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한 8차 공판에 증인으로 나온 정진철(62) 청와대 인사수석비서관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어났던 인사 파동에 관한 질문에 대부분 '모른다'는 답으로 일관했다. 지난 2014년 10월 문화체육관광부 1급 공무원 3명이 사직한 일과 관련해 문체부에 사직을 강요한 적도, 김 전 비서실장으로부터 그런 지시를 받은 적도 없다는 취지였다. 정 수석은 김 전 비서실장 측의 신청에 따라 이날 법정에 섰다.
12일 청와대에서 신임 장차관 임명장 수여식이 열렸다. 박근혜 대통령이 정진철 인사수석비서관에게 임명장을 주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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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리스트' 재판의 주요 피고인 중 하나인 김종덕 전 문체부 장관은 박영수 특별검사팀 조사 과정 등에서 '성분 불량자'로 지목된 1급 공무원 3명의 사표를 받아내게 한 사람으로 정 수석을 지목한 바 있다. 정 수석은 "김 전 장관이 어떤 근거로 그런 진술을 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런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1급 공무원은 신분 보장을 받지 못해 본인들도 언제라도 퇴직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2급 이하의 공무원들은 시험에 합격하거나 학위 등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하지만 1급 공무원은 채용에 아무런 요건이 없기 때문에 내보낼 때도 그런 것(요건) 없이 내보낸다"고 설명했다.
정 수석은 "지난해 2월 문체부 김희범 차관이 교체되고 4월에 국과장 6명이 인사조치 당한 '2차 인사 학살'에 대해서 아느냐"는 박영수 특별검사팀 양석조 검사의 질문에 "저희들은 실장급만 협의하기 때문에 모른다"고 말했다.
양 검사는 김 전 장관의 업무수첩 중 일부를 정 수석에게 보여줬다. 수첩에는 '비서실장','22일 퇴근 무렵 사표 받을 것','23일 오후에 새 차관 취임'라고 적혀 있었다. 이를 본 정 수석은 "구체적으로 모르겠다"면서 "통상적으로 정무직 인사는 비서실장이 장관한테 전화를 한다"면서 "대통령께서 차관 인사를 결심하셔서 비서실장께서 전달하신 것이기 때문에 인사 개입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블랙리스트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교체된 것으로 알려진 김희범 전 문체부 1차관의 진술서도 공개됐다. 김 전 차관은 특검팀 조사과정에서 정 수석으로부터 문체부 인사와 관련해 A,B,C로 분류된 명단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화면으로 공개된 진술조서에는 " 정진철 인사수석이 저(김 전 차관)에게 '이미 장관에게 이야기 했다'고 하면서 'A는 내보내야 할 사람 B는 전보해야 할 사람, C는 주의나 경고가 필요한 사람이다'이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적혀 있었다. 정 수석은 "잘 생각해 보라"는 양 검사의 말에 잠시 침묵하더니 "통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니라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답했다. 양 검사가 "사실이 없었느냐, 기억이 없느냐"고 재차 묻자 "기억이 안 나니 없는 일"이라고 답했다.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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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수석은 6개월 여 동안 함께 일했던 김 전 비서실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하는 발언도 했다. 정 수석은 "수석들한테 각 부처 인사에 관여하지 말라는 주의를 여러 번 주셨다""인사위원회 회의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 대선 캠프 출신을 일부러 강조하신 적이 없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이 임명 전 면접에서 보수·애국·자유민주주의가 중요하다는 말을 했느냐"는 양 검사의 질문에는 "자유민주주의와 헌법 가치 수호는 당연한 것 아니겠느냐"면서 "이념화한 것이 아니라 그런 것들을 기본으로 한 공직자의 자세에 대해 말한 것"이라고 답했다.
이날 정 수석의 진술에 대해 특검팀 관계자는 "김 전 실장과 자신의 문체부 인사 개입을 전면 부인한 정 수석의 발언은 명백한 위증에 해당한다"며 "정 수석을 위증 혐의에 대해 검찰에 고발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재판에서 김 전 실장은 증인석을 한동안 바라보기도 했다. 양 옆에 앉은 변호인 사이에서 몸을 최대한 뒤로 기댄 자세를 유지해 방청석 쪽에서는 얼굴을 보기 어려웠던 이전 재판과는 다른 모습이었다.
문현경 기자
moon.hk@joongang.co.kr
문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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