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님 성소수자를 짓밟지마세요!' |
기습시위 하는 성소수자 단체 |
성소수자에 사과하십시요! |
성소수자 생각에 눈물 흘리는 장서연 변호사 |
문재인 "차별은 금지"라고 했지만 논란 확산
기습시위, 각종 성명 등 온·오프라인 반발 거세
"유대인 존재 반대하던 나치 행동 같다" 사과 촉구
"합법화 시간 필요" "싫어할 자유도 있다" 반박도
【서울=뉴시스】김현섭 기자 = 문재인(64)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동성애 반대 발언이 여진을 계속 일으키고 있다.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한 유력 후보가 국민적 이목이 집중된 TV토론회에서 던진 메시지라 동성애를 둘러싼 사회적 논쟁에 본격적으로 불을 당긴 모양새다.
문 후보는 지난 25일 열린 대선후보 4차 TV토론회에서 홍준표(62) 자유한국당 후보가 "군에서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자 "그렇게(국방전력 약화)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홍 후보의 질문은 최근 일어난 육군의 부대 내 동성애자 색출 논란이 계기가 된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여기서의 문 후보 대답은 '동성애자 병사의 병영 내에서의 모든 성적행위는 금지된다'고 정한 국방부 부대관리훈령 제253조2항에 동의를 나타낸 셈이다.
관련 대화가 여기까지였다면 논란이 그리 커지진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홍 후보는 "동성애 반대하느냐"라며 범위를 넓혔고, 문 후보는 "반대하죠"라고 즉각 수긍했다.
이후 문 후보는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 "저는 좋아하지 않는다"라고 거듭 밝히면서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 금지' 입장은 분명히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당선가능성 1위를 달리는 후보의 발언인만큼 후폭풍도 상당하다.
알바노조 강태이 사무국장은 27일 오전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 앞에서 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 참석하는 문 후보를 향해 동성애 반대 발언 사과 요구를 하다가 경찰에 제지를 당했다.
성소수자 인권연대 회원 13명은 전날 국회 본청 앞에서 열린 '문재인 후보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 현장에서 기습시위를 벌이다 경찰에 연행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성명에서 "2차 대전 당시 유대인들의 존재 그 자체를 반대하던 나치들의 행동과 같다. 인간의 존재 그 자체는 찬반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사과를 촉구하는 등 각종 단체에서 성명이나 논평을 내 성토하는 사례가 줄을 잇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26일자 아시아판에서 문 후보의 발언을 '오늘의 이슈'로 뽑기도 했다.
SNS 등 인터넷 여론도 시끌벅적하다.
성균관대 여성주의 모임 '닻별'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고', '반대한다'라는 말을 대통령 후보가 아무렇지도 않게 발화한다. 페미니스트 대통령, 성평등 정책을 내걸고 나온 후보들이 동성애 찬성, 반대를 말하는 모순적인 모습을 용인하지 않겠다"면서 '#동성애_당신은_반대할_수_없습니다' 해시태그 운동을 시작했다.
반발하고 비판하는 의견들도 들끓지만 그에 못지 않게 문 후보 발언을 지지하는 이들 역시 많다.
포털사이트에 게재된 관련 기사에는 "문 후보 의견에 동감한다. 동성애자들이 뭘 하든 자유지만, 국가에서 합법적인 것은 시일과 합의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동성애 싫어하지 않지만 싫어하는 사람도 인정해야 한다. 당신들이 뭘 하든 자유지만 강요는 하지마라", "미국에서 동성 결혼 합법이라고 해서 한국 땅에서 합법일 필요가 없다. 문재인은 동성애 합법화에 반대했지 차별에 반대한 게 아니다" 등의 댓글이 쉽게 목격되고 있다.
동성애에 대한 차별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개인적인 호불호를 나타내는 것까지 맹비난하는 건 과하지 않느냐는 취지다.
사실 합법화 여부 등 동성애 문제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만큼 해묵은 이슈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도 어떤 계기만 있으면 곧바로 찬반 논란이 격화되곤 하는 사회적 불씨에 해당한다.
가장 폭발력이 강했던 사건으로는 영화감독 김조광수(51)씨와 레인보우팩토리 대표 김승환(32)씨의 동성 부부 선언에 따른 파장을 꼽을 수 있다.
이들은 2013년 12월 서울 서대문구청이 혼인신고서를 수리하지 않자 "현행법상 동성 간의 혼인에 관해 별도의 금지가 없다"며 불복 소송을 제기했고, 서울서부지법 민사 5부(부장판사 김양섭)는 지난해 12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혼인이 기본적으로 남녀의 결합관계라는 점에 관한 일반 국민들의 인식, 지금까지 혼인을 '남녀 간의 결합'으로 정의해 온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을 종합해 현행법의 통상적인 해석으로는 동성인 신청인들 사이의 이 사건 합의를 혼인의 합의라고 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밝혔다.
당시 재판부가 거론했던 '일반 국민들의 인식',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의 판단'에 아직까지 큰 변화는 없지만 성소수자들의 목소리가 갈수록 힘을 얻고 있는 것도 사실이어서 동성애 문제를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누가 대통령이 돼도 해결이 쉽지 않은 국가적 과제라고 할 수 있다.
afero@newsis.com
뉴시스 SNS [페이스북] [트위터]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