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작, 테리사 바트킨 부부 생전 모습./시카고 선타임스·바트킨 가족 |
69년간 평생을 해로한 미국 노부부가 40분 차로 영면에 들었다.
시카고 데일리 헤럴드와 선타임스 등은 1947년 결혼해 서로의 곁을 지켰던 아이작 바트킨(91)과 테리사 바트킨(89) 부부가 지난 22일(현지시각) 시카고 근교 하이랜드파크 병원의 한 병실에서 같이 임종을 맞이하고 사흘 뒤 나란히 땅에 묻혔다고 26일 보도했다.
고인의 가족에 따르면 테리사가 먼저 알츠하이머로 입원한 뒤 아내를 돌보던 아이작마저 노환으로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부부가 의식 없는 상태가 되자 의료진과 가족은 이들을 한 병실로 옮겨 나란히 눕게 하고 손을 맞잡게 해주었다. 평생 서로 아끼고 의지했던 부부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서로에게 기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테리사가 먼저 숨을 거두자 의료진은 부부의 손을 떼어놓고 시신을 방 밖으로 이동시켰다. 그후 40여분이 지나고 아이작이 뒤따라 세상을 떠났다.
바트킨 부부는 아르헨티나 출신으로, 결혼 후 미국 시카고 인근으로 이주한 뒤 아이작은 육류 유통업자로, 테리사는 손톱관리사로 일하며 삼남매를 낳아 길렀다. 10여년 전 테리사가 알츠하이머 증상을 나타내자 아이작은 치료 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 80대의 나이로 컴퓨터를 처음 배우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했다. 그는 기억력 회복에 좋다는 음식을 구해 먹이고 예쁜 옷을 입혀 병원에 데려가는 일을 꾸준히 했다.
아내의 증상이 악화되고 자신도 점차 노쇠해 혼자 돌보기 어렵게 되면서 아이작은 아내를 요양원에 보낸 뒤 매일같이 문병을 다닌 것으로 전해졌다.
가족들은 아이작이 아내가 눈을 감자 비로소 안심하고 숨을 놓은 것인지 모른다며 아내의 손을 덮고 있을 때까지 힘겹게 호흡하던 그가 혼자 남겨진 후 호흡을 멈췄다고 설명했다.
딸 클라라는 "두 분은 서로에 대한 애정이 극진했다. 말 그대로 서로에게 없이는 살 수 없는 존재였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평생을 같이한 부부가 근소한 시간차로 운명을 달리하는 사례에 과학적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하버드의과대학원과 위스콘신의과대학원 공동 연구진은 2015년 발표한 논문을 통해 배우자의 사망으로 인한 심리적 충격이 아드레날린 등 호르몬 과다분비와 호흡곤란 또는 가슴통증 등을 수반한 '상심증후군'(broken heart syndrome)을 불러올 수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상심증후군은 돌연사 또는 심장기능 저하에 따른 사망 원인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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