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혁 경산경찰서 형사5팀장. 경산=김정석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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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일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서 발생한 권총강도 사건의 용의자는 범행 55시간 만에 충북 단양군에서 붙잡혔다. 여기엔 경산경찰서 최승혁(50) 형사5팀장의 역할이 컸다.
그가 팀장으로 있는 형사5팀은 피의자 김모(43)씨가 화물차를 타고 달아나는 장면이 찍힌 폐쇄회로TV(CCTV)를 처음 발견했다.
외근 중 농협에서 권총강도 사건이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은 최 팀장은 팀원들과 곧장 현장으로 향했다. 현장에서 피해자들의 진술을 바탕으로 기본적인 사건 개요를 파악한 그는 범인이 달아난 도주로부터 찾기 시작했다. 농협 직원들은 범인이 자전거를 타고 자인 방면으로 달아났다고 했다.
그는 "범행 현장 주변에 있는 여러 CCTV를 분석하면서 범인의 도주로를 하나씩 배제해 나갔다"며 "그렇게 따져나가다 보니 범인이 달아났을 만한 길은 인근 하천(오목천) 옆으로 난 샛길이었다"고 말했다.
"하천 옆 샛길이 대로와 만나는 지점이 범행 현장에서 3.5㎞ 정도 떨어져 있었는데, 그곳을 지나서도 계속 자전거를 타고 달아나긴 어렵겠다 생각했죠. 권총을 갖고 있는 데다 들킬 수도 있으니까요.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달아났을 수도 있겠다고 추측했습니다."
최 팀장은 샛길이 끝나는 지점에서 화물차를 탔다면 경산시 남산면으로 향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면 소재지 일대의 해당 시간대 CCTV 자료를 모두 확보했다. 팀원들은 CCTV 분석에 집중했다.
그러다 짐칸에 자전거를 싣고 달리는 1t 화물차를 발견했다. CCTV로 차량번호 4자리를 파악했고 차적조회를 통해 해당 번호를 쓰는 20여 개의 차량을 골라냈다. 그 중 차종과 운전자 거주지가 일치하는 번호는 하나였다.
그때부터 형사5팀은 화물차 운전자가 살고 있는 집 주변을 탐문 수사했다. 운전자가 살고 있는 집 마당에 그 자전거가 세워져 있는 것도 발견했다. 통신수사를 통해 운전자가 강도 사건이 벌어지기 전 현장 인근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것도 밝혀졌다.
앞서 범인이 사건 현장 옆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했다는 사실과 일치하는 대목이었다. 최 팀장은 모든 결과를 종합해 화물차 운전자를 용의자로 확신했다.
"22일 충북 단양군 한 리조트에서 용의자가 휴대전화를 사용한 것으로 나타나 곧장 그곳으로 향했습니다. 주말이라 주차장이 매우 혼잡했는데 그 가운데서 용의자의 승용차를 발견했죠.
1시간30분쯤 잠복을 해 용의자가 나타나길 기다렸습니다. 6시47분쯤 용의자가 나타났고 형사 10여 명이 둘러싸서 체포했습니다. 혹시 총을 들고 있을지도 몰랐기에 조심스러웠죠."
경찰에 붙잡힌 용의자 김씨는 포기한 듯 체포에 순순히 응했다. 범행 사실을 캐묻자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떨궜다. 작은 시골 마을 농협에서 권총 강도 사건이 일어난 지 55시간 만이었다. 이후 김씨는 자신의 범행 사실을 시인했고 권총과 실탄을 버린 장소도 털어놨다.
최 팀장은 이번 사건 해결에 결정적 역할을 한 공로로 24일 경위에서 경감으로 특진했다. 1990년 순경으로 시작해 27년 만에 경감 계급장을 달았다. 이날 이철성 경찰청장이 경산경찰서를 직접 찾아 포상했다. 경찰청은 최 팀장과 팀원들이 대선 정국에서 권총 강도를 신속히 검거한 공로를 높이 샀다.
하지만 최 팀장은 "영광스럽지만 함께 고생한 동료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했다. 혼자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사건이었다는 이유다. 그는 "사건 직후 수사본부가 꾸려졌고 형사들은 수사본부의 지시에 따라 맡은 구역에서 임무를 수행했다. 범인을 잡아야 한다는 일념으로 열심히 한 것인데 운이 좋았다"고 전했다.
경산=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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