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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공약 虛와實]⑩ 중소기업청, 장관급 部로 승격되면 中企정책 힘 실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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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당 대선후보, 중소기업청 장관 부처 격상 약속
전문가 “흩어진 중소기업·창업지원 업무 한 곳으로 모아야”
“시혜성 예산·정책 늘어나는 수준이면 실패할 수밖에 없어”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달 말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 주요 정당 대통령 선거 후보들에게 ‘19대 대통령에게 바라는 중소기업·소상공인 의견 조사’라는 정책 제언을 전달했다.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한 이 조사에서 중소기업인들은 ▲일자리 창출 환경 조성(66.4%) ▲공정위 위상 및 불공정 거래행위 처벌 강화(65.4%) ▲중소기업에 불리한 금융제도 개선(63.0%) ▲ 소상공인 사회안전망 강화(59.7%) ▲ 중소기업부 신설(58.0%) 등을 차기 정부 핵심 과제로 꼽았다.

현재 정부 내 중소기업 정책 전담부처는 중소기업청이다. 1996년 공업진흥청이 폐지되고 출범한 중소기업청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보호 정책을 수립, 집행하는 곳이다. 하지만, 산업·통상·에너지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소관 차관급 외청(外廳)이기 때문에 독립적인 정책수행에 한계를 갖고 있다. 중소기업청장은 산업부 장관에 비해 발언권도 약하다. 대기업 정책을 관장하는 산업부의 틈바구니에서 중소기업청은 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구조였다. 중소기업업계에서 대통령 선거 때마다 장관이 지휘하는 중소기업부를 만들어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이때문이다.

중소기업 정책을 관장하는 장관을 만들어달라는 업계의 염원(念願)은 이번 대선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크다. 대선에 출마한 후보들이 너나할 것 없이 장관급 중소기업 부처를 만들겠다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재인 민주당 후보는 중소벤처기업부, 홍준표 한국당 후보는 중소기업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창업중소기업부,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중소상공인부 신설 등을 약속했다. 신설된 조직에 대한 구상은 모두 다르지만 중소기업 정책을 장관급 부처가 다루게 하겠다는 취지에는 공감대가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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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지지를 호소하는 대선주자들. /사진=조선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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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기청이 부로 승격돼서 시혜성 예산만 늘어나면 실패할 것”

중소기업청이 장관급 부처로 승격되면 중소기업 지원 정책이 활성화될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정책 주무부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되고, 중소기업 지원규모가 커진다고 해서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불균형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논리다.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중소기업 지원 예산이 매년 늘었지만, 중소기업의 경영부실이 더 커졌다는 사실은 이 같은 문제제기의 근거가 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 자료에 따르면, 중소기업예산은 지난 2013년 12조9710억원, 2014년 13조6491억원, 2015년 15조2788억원으로 연 평균 8.5% 올랐다. 정부 예산의 연평균 증가율(4.8%)의 두 배에 가깝다. 하지만, 같은기간 전체 중소기업 중 적자기업 비중은 16.5%에서 20.8%로 증가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비용도 부담할 수 없는 한계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0%에서 9.2%로 증가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처로 격상된다고 해서 중소기업 문제가 해결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차관급 중소기업청이 장관급 부처로 몸집을 불려서 중소기업 지원예산이 늘어난다고해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시각이다. 세계중소기업학회(ICSB) 회장을 역임했던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소기업청을 장관급 부처로 만들어놓고 중소기업에 대한 시혜성 예산과 각종 특혜성 정책을 늘리게 되면 결국에는 정책실패로 이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중소기업 정책 강화는 산업부가 관장하는 국내 산업정책의 방향 전환과 함께 논의돼야 실효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장관급 중소기업 전담 부처 신설을 약속한 후보 중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만이 중소기업 정책 방향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유 후보측은 중소기업청을 창업중소기업부로 승격시키면서 산업정책의 중심을 대기업에서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으로 전환하고, 창업과 벤처 관련 업무는 민간인들이 직접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유 후보의 공약으로 신설되는 창업중소기업부는 현재의 산업통산산업자원부와 비슷한 위상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후보들의 공약은 중소기업청을 부로 승격시키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 “산업부 기능 조정 전제돼야”…중소기업 전담부처에 강화돼야 할 기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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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영섭 중소기업청장(왼쪽)이 지난 2월 13일 서울 서초구 팔래스호텔에서 열린 벤처투자 활성화를 위한 벤투캐피탈 격려행사에서 최대투자부문 백여현 한국투자파트너스 대표에게 감사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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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중소기업 전담 부처 출범은 국내 산업정책의 구조전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중소기업 정책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주관하는 산업정책의 하위 수단으로 개념화됐다. 산업육성, 무역투자, 에너지정책, 통상 정책 및 교섭 업무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기업 위주의 산업정책을 펼쳤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국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명목으로 대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을 측면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부서는 산업부 산업정책실과 산업기반실이다. 산업부 역량의 3분의 1 가량이 대기업 정책에 매진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산업 육성정책이 현재처럼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한 중소기업 전담부처가 장관급으로 격상된다고 하더라도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면서 “정부 내에서 중소기업 정책의 위상이 커지기 위해서는 현재의 산업통상자원부 조직과 기능의 대대적인 개편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 산업정책의 중심축이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 전환하는 것을 산업부 기능 조정을 통해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산업통상자원부를 미국 상무부 형태로 재편해야 한다는 의견이 부각되고 있다. 미국 상무부는 낮은 수준의 산업정책과 무역투자 정책의 수립을 맡고 있다. 지금의 산업통상자원부를 미국 상무부 형태로 재편한다는 것은 산업 육성을 책임지는 산업기반실의 대부분의 기능을 대거 장관급 중소기업 전담 부처로 넘겨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산업부는 산업정책실과 무역투자실, 에너지자원실 중심으로 축소된다. 산업부의 역할과 기능을 규제개혁 책임 부처로 전환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장관급으로 격상되는 중소기업 전담부처에 추가돼야 하는 기능으로는 산업부의 산업기반실, 미래창조과학부가 담당하는 벤처캐피탈과 신성장산업 지원업무와 생산기술연구원, 코트라(KOTRA)의 중소기업 해외진출 지원 업무, 공정거래위원회가 주관하는 동반성장촉진 업무 등이 보강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중소기업부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규모가 커질 수 있도록 기술 및 금융지원을 원샷으로 할 수 있는 정책부처가 필요하다”면서 “각 부처에 흩어져 있는 중소기업 관련 업무를 한군데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장관급 중소기업 부처가 관(官) 중심의 행정 마인드를 유지하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내놓고 있다. 김기찬 교수는 “중소기업이 자력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융복합 중심의 비즈니스마인드를 갖고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면서 “장관급 중소기업 부처는 지원 예산을 늘려주는 시혜성 정책에서 벗어나 중소기업의 글로벌화를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지원 시스템을 만드는 곳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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