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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0 (목)

[트럼프 100일]③시리아와 북핵, 기사회생 노린 몸부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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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립주의에서 개입주의로 전환 신호?

러시아 스캔들 거리두기 목적

내부분열 단속 국력과시 의도

이데일리

도널드 트럼프
출처:NBC뉴스

[이데일리 이민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29일(현지시간)로 취임 100일을 맞는다. 서서히 윤곽이 드러나는 그의 외교안보정책 기조는 공화당이 전통적으로 지켜온 핵심 원칙인 안보, 동맹, 자유무역과 다르다. 원칙은 없고 실리에 따라 자신의 발언은 물론 정책도 뒤집는 이른바 `트럼프주의`다. 당초 대외분쟁에 개입을 자제하겠다는 자기 얘기를 뒤집고 시리아와 북한 대응에 공세적으로 나서는 것도 하락하는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실리적 선택일 수 있다. 다만 시리아 이슈 등 외부 효과가 하락하고 있는 지지율 반등을 견인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심의 눈초리가 많다.

트럼프는 지난해 대선 캠페인 시절부터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동맹들의 안보에 돈을 쓰기보다는 인프라 투자 및 기업 투자 촉진 등으로 미국 내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한 부강한 미국을 만들기 위해 주력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 분쟁이나 글로벌 경제성장 같은 외부 이슈보다는 미국 문제 해결에 주력하면서 신고립주의 노선을 걸을 것이라고 공공연히 밝혀왔다. 지난 1월20일 취임사와 2월28일 미 의회 상하원 합동연설에서도 이 같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같은 맥락에서 트럼프는 대선 전후로 아시아와 유럽 일부 국가들이 미국에 기대 안보를 전적으로 의지한다며 적정한 주둔 비용을 분담하지 않으면 철군하겠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서방의 안보협력체제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폐기해야할 것”이라고 비판했고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더라도 방어하지 않을 수 있다는 발언까지 거침없이 했었다.

미국 실익 중심의 고립주의를 외치던 트럼프의 기조는 취임 100일도 안돼 뒤집어졌다. 딴 나라 분쟁 개입을 철저하게 자제하겠다던 트럼프는 취임 100일도 되기 전에 시리아와 아프가니스탄에 대해 폭격을 퍼부었으며, 핵과 미사일로 도발하는 북한에 대해서도 강한 어조로 공세를 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6일 밤 시리아 국민들을 대상으로 화학무기를 사용한 시리아 정부군 공군기지에 토마호크 미사일 59발을 쏟아부었다. 트럼프의 정부의 대외정책이 무력을 사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개입주의로 선회했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또 일주일 후인 13일에는 이슬람국가(IS) 본거지가 있는 아프가니스탄에 미국이 지금까지 전쟁이나 분쟁에서 한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GBU-43을 투하했다. `모든 폭탄의 어머니`(Mother of all bombs)로 불리는 이 폭탄은 가장 강력한 재래식 폭탄으로 꼽히며 엄청난 위력을 자랑한다.

이같은 트럼프의 세계 분쟁 개입은 인권 유린 등의 현장에 무력 사용으로 응징해 질서를 바로잡는데 기여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한 미국 파워를 과시하는 동시에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데 미국의 위상과 역할의 중요성을 다시한 번 각인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이같은 개입이 트럼프 취임 초기부터 정책 추진에 발목을 잡고 지지율을 끌어내리는데 한 몫했던 트럼프 및 트럼프 측근의 러시아 커넥션 의혹에 대해 시선과 관심을 분산시키기 위한 의도라는 지적도 있다. 트럼프는 취임후 “푸틴을 존경한다. 러시아와 잘 지내는 것이 그렇지 않은 것보다 낫다”고 언급하면서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 냉각됐던 미-러간 화해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그러나 트럼프 맏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를 비롯해 측근들이 트럼프 취임 전 러시아 대사 등과 만나 권한 밖의 일인 서방의 러시아 제재 해제 등에 논의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러시아 미 대선 개입 의혹까지 일면서 트럼프 지지율은 휘청했다. 또 트럼프 정부가 오바마 정부 시절 건강보험개혁안인 오바마케어를 뒤집기 위해 야심차게 준비했던 트럼프케어는 의회 문턱도 넘지 못하고 흐지부지됐으며 트럼프가 대선 기간 호언장담했던 세금개혁과 인프라투자 등 재정확대 계획도 성과가 없다. 그러면서 국정 지지율이 임기말 레임덕 시절에나 나올 법한 30~40%대 수준으로 떨어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이끄는 러시아는 오랫동안 시리아 독재정권인 아사드 정부를 지원한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에 시리아 공습은 트럼프와 푸틴의 관계가 금이 갔다는 것을 시사한다. 외부 시선에 러시아 커넥션을 끊어버리고 싶은 트럼프의 목적을 이루는데 어느 부분기여를 했다는 평가다. 실제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시리아 폭격 직후 “주권국에 대한 침략행위”라며 반격을 지시했으며 미국에 대한 항의로 양국 국방부간 놓인 통신 핫라인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여전히 트럼프측과 러시아 관계를 바라보는 외부 시선은 곱지 않다. 싱크탱크 아메리칸 브릿지 사브리나 시나이 대변인은 “트럼프 측근들은 시리아 등에 대한 공격이 트럼프가 러시아와 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하고 있다”며 “단지 트럼프가 러시아와 관계를 부정하기 위해 공격을 감행했다면 트럼프는 더욱 끔찍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상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벤 카딘 의원은 “시리아 공격과는 별개로 미국 대선의 러시아 개입 의혹은 면밀히 조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에 대해 구두 위협수준을 높이고 있는 것도 한반도 갈등으로 미국인들의 관심을 분산시키는 한편 대외문제 해결에 행정부와 미군의 대처능력을 강조하면서 지지율을 끌어올리려하는 의도가 있다는 측면에서 시리아 이슈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된다. 트럼프는 4월 북한 김일성 생일, 인민군 창설일 등을 전후로 북한의 핵실험과 미사일 도발 가능성이 커지자 “미국은 세상에 가장 강력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이나 동맹에 위협이 된다면 철저히 응징할 것”이라며 강력한 경고를 보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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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국정운영 지지율: 근대 이후 대통령들과 비교했을때
출처:갤럽, NBC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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