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민간은 무능한 수혜대상'으로 보는 듯"
"'우린 여전히 IT강국' 안일한 인식...인프라 빼고 서비스 모두 뒤처져"
"핀테크 분야에서 우리 회사만해도 30명이 넘는 고연봉 양질의 일자리가 있고, 모바일 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 업체는 매달 사람이 1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년간 중산층 이상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 몇 천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심한 금융규제를 뚫고도 이런 회사가 나온다. 준비되고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는 것은 민간이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는 25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진행한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민간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과 이를 위한 규제개혁•경쟁촉진을 강조했다.
1976년생인 김진화 이사는 연세대 영문과를 다니다 2000년 산업기능요원으로 다음에 입사해 2006년까지 일했다. 이후 의류회사 '반달리스트'(2006)를 시작으로 사회적기업 '참 신나는 옷'(2008), 사회적기업 '오르그닷'(2009), 기술창업지원 비영리법인 '타이드인스티튜트(TIDE Institute)'를 창업하거나 설립하며 '연쇄창업가'의 길을 걸었다. 2013년에는 블록체인(blockchain, 거래내역 등 데이터를 분산·암호화해 기록하는 기술) 스타트업인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을 공동 창업해 운영중이다.
김 이사는 창업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규제 때문에 창업 비용이 높고, 창업 비용이 높아서 지원금이 금방 소진되고 계속기업으로 연결이 안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규제가 지금은 기득권 보호를 위해 쓰인다. (표현은) 규제 완화보다 경쟁 촉진이 맞다"며 규제샌드박스(Regulartory Sandbox) 도입을 촉구했다. 샌드박스란 모래를 깐 놀이터로, 규제샌드박스는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 / 사진=박정엽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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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최대 화두 4차 산업혁명, 도대체 무엇인가.
"본질은 융합혁명이다. 여태까지는 분절적으로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특정 기술이나 특정 플랫폼이 여타 산업에 영향 미쳤다. 그런데 지금은 여러개의 인프라적 기술이 융합되고 그런 것이 시너지를 낸다. 그래서 기존의 규제 프레임이나 산업정책으로 유합의 양상이 관리될 수 있을까라는 문제가 대두된다고 본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 사례로 미국의 디지털경제와 함께 독일의 '인더스트리4.0' 전략을 꼽는다. '인더스트리 4.0'에 실체가 있나.
"실체가 없지 않다. 지금이 프로토타입의 단계냐 프로덕션의 단계냐 본다면 아직은 프로덕션의 단계는 아니다. 그러나 프로토타이핑(prototyping, 시제품 개발)이라던지 개념 증명의 단계는 끝났다. 이게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는 역량에 달렸다."
-우리 제조업도 꾸준히 혁신하고 있다. 독일의 인더스트리 4.0과 무엇이 다른가.
"미국, 독일, 일본 다 강점을 가진 것 위주로 진행했다. 미국은 IT서비스가 발전했으니 실리콘밸리 중심의 융합, 독일은 제조업에 강점을 갖고 있으니 제조업으로 일본은 로봇이 발전했으니 로봇으로 간 것이다. 우리도 4차 산업혁명을 우리의 장점과 산업의 특성을 기반으로 다시 정의해야 한다고 본다. 그래서 민간이 주도하는게 필요하다. 한국의 강점은 제조업, 통신 인프라, 금융 인프라다. 통신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가 뒤쳐졌지만 인프라는 강하다. 이 세가지가 전략을 구체화할 영역이다."
-정부도 이미 '스마트팩토리 지원사업'으로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있지만 예산 규모가 너무 작다. 1개사당 최대 지원액이 5000만원에 그친다.
"정부가 아무리 깃발을 꽂아도 안된다. 미국, 독일, 일본 다 강점을 가진 것 위주로 진행했다. 준비되고 이니셔티브를 갖고 있는 것은 민간이다. 민간을 중심으로 가야 한다. 지금 당장 새 정부가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구체적인 프로덕션이 나와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전략과 함께 기존 공장에 대한 분석 작업이 있어야 한다."
-큰 그림을 어떻게 그려야할까. 중장기 전략은 무엇인가. 또 단기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 집권후 곧바로 실천할 계획들을 갖고 있는가.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정부가 할 일이다. 일단 규제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이제는 규제 개혁도 부족하다. 전략적으로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 그 다음이 교육 문제다. 지금부터 차분하게 준비해야 한다. 핵심은 재교육이다. 우리 회사가 생긴지 4년 됐고, 그후 한국의 가상화폐산업과 블록체인산업이 생겼다. 기존 개발자는 많지만 블록체인을 이해한 개발자는 적다. 속도가 더디다. 융합되니 경계가 무너져 재교육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것은 정부가 나서야 한다. 주도는 민간이 하지만, 교육은 영리성이 취약해 민간이 추진력 얻기가 어렵다. 민간이 주도성을 갖고 어디가 우리의 전략분야인지 정해서 그 분야에 맞는 지원 대책을 내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박근혜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의 활동이나 창조경제를 평가한다면.
"창조경제 이슈 띄우기와 정권 치적을 위한 작업에 머물렀다. 보도자료에 들어갈 '창업 몇 개' 하는 식이다. 나도 미래부에서 여러가지 제안을 받았다. 그러나 잘되는 것을 실적화시키기 위한 사업들이 많았다. 건물 짓는 하드웨어 위주의 사업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방만해진 것이 진흥원이다. 정부가 예산을 따고 산하 진흥원이 돈을 뿌리고 다니면서 하드웨어 숫자 채우기에 급급했다. 그러다보면 줄세우기가 된다. 정부가 진흥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창업 정책은 어떻게 그리고 있나.
"정부가 돈을 뿌리니까 창업기업은 늘어났다. 그러나 창업 비용이 높아서 지원금이 금방 소진되고 계속기업으로 연결이 안되고 있다. 한국에서 창업 비용이 높은 것은 규제 때문이다. 창업 기업의 비용은 주로 제품을 만드는데 들어가거나 인건비다. 규제 때문에 제품이 현실화돼 영업이익으로 연결되는 사이클이 너무 길어진다. 그 시간에도 인건비는 소진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 지도로 돈 뿌린다고 해결 안된다. 밑빠진 독에 물붓기다. 창업 비용만 낮춰줘도 빨리 움직일 것이다. 민간에 떠도는 돈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 실리콘밸리와 한국 밴처캐피털 양쪽 투자를 다 받아봤지만, 이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시간을 잡아먹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창업 비용을 낮췄다. 쉽게 도전하고 아이템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실패해도 비용이 적게드니 창업을 다시 한다."
-결국 규제라는 화두로 돌아온다.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다. 규제가 지금은 기득권 보호를 위해 쓰인다. 규제 완화를 주장한다고 기득권을 옹호하는 것이 아니다. 규제 완화보다 경쟁 촉진이 맞다고 본다. 경쟁에서 낙오하면 정부가 나서서 공공성을 지켜 뒷받침해야 하고.
앞으로는 선택적 네거티브 규제 정도가 아니라 규제샌드박스를 과감하게 운영하면서 여기서 새로운 규제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산업이 클 수 있다. 민간과 정부가 함께 연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해야 한다. 기업 입장에서는 규제의 강도에 따라 비용이 얼마나 들어갈지 감이 오고, 정부는 기존의 규제와 어떤 충돌이 있는지 알 수 있다. 일본이 보수적인 것 같지만 지난해 4월 자금결제법을 개정해서 블록체인 가상화폐를 법적으로 공인하고 제도화했다.
규제프리존과 규제샌드박스, 네거티브 규제는 따로 놀지 않는다. 문재인 후보가 네거티브 규제를 말하며 신산업부터 우선 적용한다는데, 규제는 신산업과 구산업이 따로 없다. 우버를 보라. 신산업 규제가 아니라 기존 규제와 충돌한다. 핀테크도 개인정보보호법과 전자금융거래법 규제를 받는다. 기존 규제가 모두 포지티브 규제이고 그걸 안하면 그 영역에 못들어가는데 신산업만 사회에서 진공상태로 도려낼 수 없다. '신산업부터 먼저'라는 말은 '네거티브 규제'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에 맞춰 다른 후보에게 참고할만한 공약이 있다면. 또 아쉬운 부분도 말해달라.
"유승민 후보의 경제 정책이 굉장히 좋다. 보수이면서도 공공성이라든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전망에 대해 굉장히 담대하고 짜임새 있다. 한편 4차 산업혁명에 대해서는 제대로 이해하는 분들이 없다. 문재인 후보측은 민간 주도성이나 역동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을 정부의 도움 없이는 무능력한 수혜 대상자로 보는 것 같다. 문 후보는 사람이 부족하고 사람에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사람 많다. 자본도 많다. 핀테크 분야에서 우리 회사만해도 30명이 넘는 고연봉 양질의 일자리가 있고, 한 간편송금 업체는 매달 사람이 100명씩 늘어나고 있다. 지난 2~3년간 중산층 이상의 임금을 주는 일자리 몇 천개가 만들어진 것이다. 그 심한 금융규제를 뚫고도 이런 회사가 나온다. 또 문 후보는 기본적으로 '우리나라는 여전히 IT강국'이라는 안일한 인식을 갖고 있다. 반면 기업과 시장은 통신 인프라를 빼고 서비스에서 모두 뒤처졌다는 절박함을 갖고 있다. 규제 비용을 낮춰서 다양한 시도가 일어나지 않으면 그 격차는 점점 벌어질 것이다. 문 후보의 인식이 안일하다보니 규제에서 원론적인 이야기만하고 특단의 대책은 없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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