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 유웅환 "사람중심 재도전 환경으로 정부정책 바꿔야"
연쇄창업가 김진화 "규제가 시간 잡아먹어 창업비용 높아"
"5세대 통신망을 빨리 상용화하고 AI센터를 확대개편해서 실질적으로 기능하게 해야 한다. 벤처 생태계 조성에 관해서는 일자리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전략을 공유하고 역할과 책임을 잘 정립해야 한다."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
"민간이 주도성을 갖고 그 분야에 맞는 지원 대책을 내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다. 규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전략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며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
2017년 대선 최대 화두 중 하나는 '4차 산업혁명'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저마다 자신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지도자임을 부각시키기 위해 관련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문재인, 안철수 후보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대응 전략에서 정부와 민간의 역할, 규제 완화의 범위와 방식에 대해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다. 문 후보측은 정부가 4차 산업혁명 관련 산업분야에 적극적으로 투자해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안 후보측은 민간 주도성을 더 강조하고 있다.
또 양측 전문가들의 출신에 따라 정책의 강조점도 다소 달랐다. 박사과정을 마치고 미국과 한국의 거대 글로벌기업을 경험한 유 전 매니저는 '기업내 조직문화'와 '인프라 확보'를 강조했다면, '산업기능요원' 출신의 토종 연쇄창업가 김 이사는 '창업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규제 완화를 강조했다.
조선비즈는 지난 25일 문재인, 안철수 후보측의 신산업 분야 핵심 참모인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를 각각 만났다. 유 전 매니저는 문 후보 캠프의 새로운 대한민국위원회에서 4차 산업혁명분과장을 맡고 있고, 김 이사는 안 후보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고 있다. 유 전 매니저와 김 이사의 인터뷰를 지상(紙上) 논쟁으로 재구성해 문재인, 안철수의 신산업 정책 구상을 간접적으로 비교했다.
문재인 후보측 유웅환 전 인텔 수석매니저(왼쪽), 안철수 후보측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이사(오른쪽) / 사진=박정엽 기자 |
문재인, 안철수 두 후보측은 4차 산업혁명의 중심에 '기술 혁신’이 있다는 점에서는 의견을 같이 했다. 유웅환 전 매니저는 4차 산업혁명에 대해 "혁신적 기술을 바탕으로 급진적 생산성 증대를 가능하게 하는 강물"이라고 정의했다. 김 이사는 "여러개의 인프라적 기술이 융합돼 시너지를 내는 융합 혁명"이라고 했다.
다만 4차 산업혁명에 따라 우리사회가 어떤 위협을 받고 있는지에 대한 분석은 다소 달랐다. 유 전 매니저는 "승자독식(Winner takes all) 사회"의 가능성을 미래의 위협으로 제시했다. 또 "기존의 낡고 정체된 기업문화와 정부정책으로는 이 흐름을 따라 잡을 수 없다"는 우려도 내놨다. 반면 김 이사는 "기존의 규제 프레임이나 산업정책으로 융합의 양상이 관리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양측 차이는 4차 산업혁명의 중장기 전략과 단기적 과제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문 후보측 유 전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자동화 프로세스와 인공지능 엔진 등 원천기술을 우리 기술로 개발해야 하고, 스마트시티라든지 스마트정부, 스마트고속도로, 자율주행차량 등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융복합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5G(5세대) 통신망을 빨리 상용화하고 AI센터를 확대개편해서 실질적으로 기능을 하게 만들어야 한다. 벤처 생태계 조성에 관해서는 일자리위원회와 4차 산업혁명위원회가 전략을 공유하고 역할과 책임을 잘 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안 후보측 김 이사는 "한국의 강점은 제조업·통신인프라·금융인프라다. 통신 서비스와 금융 서비스가 뒤쳐졌지만 인프라는 강하다. 이 세가지가 전략을 구체화할 영역"이라면서도 "민간이 주도성을 갖고 그 분야에 맞는 지원 대책을 내놓는 것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했다. 정부 역할에 대해서는 "규제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고 전략적으로 경쟁을 촉진하며 재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 지원 정책에 대해서는 문 후보측이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입장인 반면, 안 후보측은 다소 유보적인 입장이다. 유 전 매니저는 "자동화되고 인공지능화되면서 중소기업이 제일 힘들다. 중소기업 스마트 팩토리 지원은 반드시 해야 한다"며 "정부가 공용 플랫폼을 잘 구비해서 팩토리마다 적용하면 싼 가격에 좋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반면 김 이사는 무작정 지원보다는 기존 공장에 대한 분석과 함께 전략 수립이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현행 1개사당 5000만원 수준의 정부 지원의 실효성에도 의문을 제시했다. 그는 "구체적인 프로덕션이 나와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지금 당장 새 정부가 스마트 팩토리를 지원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창업정책의 방향에 대해서는 유 전 매니저는 "실패해도 재도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고, 엑시트(자금 회수)에 성공한 사례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고, 김 이사는 "규제 때문에 제품이 현실화돼 영업이익으로 연결되는 사이클이 너무 길어져 창업비용이 높다. 창업 비용만 낮춰줘도 빨리 움직일 것"이라고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었다.
규제 완화에 대한 세부적 이슈에 대한 질문에 대해서는 안 후보측이 적극적으로 규제 완화 입장과 정책을 피력한 반면, 문 후보측은 말을 아꼈다. 김 이사는 "규제 완화가 아니라 기득권을 보호하는 규제를 없애자는 것"이라며 "선택적 네거티브 규제 정도가 아니라 규제샌드박스(Regulartory Sandbox,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테스트하기 위해 일정 기간 동안 기존의 규제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제도)를 과감하게 운영하면서 여기서 새로운 규제에 대한 데이터를 만들고, 민관이 함께 연구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반면 유 전 매니저는 "장기적으로 네거티브 규제로 가는게 맞지만 중간에는 실제 현업에서 일하는 분들이 풀어달라는 것이 있으면 상향식 의사결정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측 전문가들이 자신의 후보가 4차 산업혁명에 부합한다고 꼽은 장점도 흥미롭다. 유 전 매니저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며 "우리 사회가 성장위주, 기업중심이다 보니 사람을 잘 돌보지 못했는데, 문 후보가 그 역할을 잘 할 리더"라고 했다. 김 이사는 안철수 후보에 대해 "우리가 겪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 중심으로 정책효과와 실현가능성을 염두에 뒀고 결과물이 매우 적확해 지지했다"며 "우리가 받아들일 변화는 공무원 몇몇만 바뀐다고 될 일이 아니라 대통령부터 변화의 핵심과 본질을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문 후보측 유 전 매니저는 상대편 후보측 공약에 대해서는 "다른 후보들의 주장에는 '사람'이 빠져있다"고 비판했고, 안 후보측 김 이사는 "문 후보측은 민간 주도성이나 역동성을 인정하지 않고 민간을 정부의 도움 없이는 무능력한 수혜 대상자로 보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1971년생인 유웅환 전 매니저는 지난 2001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인텔에서 CPU(중앙처리장치) 하드웨어 플랫폼 설계 엔지니어로 10년간 일했다.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삼성전자에서 모바일용 반도체시스템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 2015년 현대자동차연구소 이사로 적을 옮겨 자동차 전자시스템 및 미래자동차 개발 분야에서 일하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하며 퇴직했다.
1976년생인 김진화 이사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다음에서 일했다. 이후 의류회사 '반달리스트'(2006)를 시작으로 사회적기업 '참 신나는 옷'(2008), 사회적기업 '오르그닷'(2009), 기술창업지원 비영리법인 '타이드인스티튜트(TIDE Institute)'를 창업하거나 설립했다. 2013년 블럭체인 비트코인 스타트업인 한국비트코인거래소 코빗을 공동 창업해 운영중이다.
박정엽 기자(parkjeongyeo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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