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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들…여자보다 남자가 많은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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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남자 혼자 죽다'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황희경 기자 = 무연사(無緣死), 혹은 고독사는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 맞는 죽음이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한 해 무연고 사망자는 2011년 699명에서 꾸준히 증가해 2016년에는 1천232명을 기록했다. 무연고 사망자는 남성이 여성보다 많다. 2016년 무연고 사망자 중 남성이 73%였다.

(생각의힘 펴냄)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홀로 남은 사람들, 그중에서도 남성들의 이야기다. 언론사 입사를 준비하던 대학생 6명은 자취방에서 죽더라도 일주일 후에나 발견될 것 같다거나 친척의 장례식 때 사업 실패 후 멀어진 가족들이 오지 않았다는 식의 이야기를 하다 혼자 살다 혼자 죽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취재해보기로 했다.

학생들은 이후 4년간 한겨울 목욕탕 주차장에서 경비가 삼엄한 부촌 아파트까지, 서울 종로 뒷길의 쪽방촌부터 평범한 동네 빌라까지 다니며 무연사한 사람들의 사연을 찾아 나섰다. 동네 주민과 지인, 관련 기관, 직장 동료들을 만나 고인들의 사연을 들었다.

아파트 놀이터에서 쓰러진 채 발견된 김만호(이하 가명)씨는 오토바이 사고로 평생 해온 목공 일을 그만둬야 했고 그로 인해 가족을 떠나보냈다. 장애인으로 정부 지원을 받아 생활하던 송석기 씨는 명의를 도용당해 신용불량자가 됐고 그로 인해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됐다. 폐지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려 했지만, 고시원비를 내지 못해 고시원에서 쫓겨났고 거리에서 죽었다.

건물 청소를 하던 유재명씨는 동료 청소부에게 하루를 살아도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성실하다는 평을 받던 그는 청소하던 서울역 인근 건물에서 생일에 쓰러진 채 발견됐다.

무연고 사망자들이 처음부터 가난했던 것은 아니다. 서울대를 졸업한 김근수 씨는 서기관(4급) 공무원으로 퇴직해 건축사업을 했다. 사업이 실패하며 점점 가세가 기울었고 결국 기초생활보장수급자가 되어 쪽방으로 밀려났다. 그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쪽방촌 입구 교회 쉼터였다.

책에 소개된 무연고 사망자 209명 중 194명은 남성이었다. 남성의 무연사가 유독 많은 이유는 '남자는 경제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속에 자라 사회경제적인 성취에서 자존감을 찾고 가정에 대한 경제적 책임을 강하게 느끼는 한국 남성들의 정서가 큰 역할을 한다. 실제 쪽방촌에 홀로 사는 많은 남성이 자신이 무능력해서 가정을 지키지 못했다는 미안함에 '짐이 되기 싫어' 스스로 가족과 인연을 끊었다고 답했다. 관계 중심적인 여성은 홀로 남은 상황에서 친구를 만들지만, 남성은 술을 친구로 삼아 의지하는 경향이 크다.

저자들은 책에 소개된 무연고 사망자 209명의 이야기는 우리와 먼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고 말한다. 우리 역시 언제든 실패할 수 있고 빚을 질 수 있으며 실패했을 때 가족이 여전히 내 곁에 있으리라고 누구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가족에게 부담을 지우기 싫거나 자기 처지를 드러내고 싶지 않아 내가 먼저 모든 관계를 끊고 숨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성유진, 이수진, 오소영 지음. 320쪽. 1만7천원.

zitron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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