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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블랙리스트 관련 "문재인 지지연설 연출가 빼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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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조윤선 공판서

하응백 전 문예위 심의위원 증언

중앙일보

하응백 전 문예위 심의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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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체육관광부가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한 연출가 등 특정예술인들을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산하 기관을 통해 부당하게 지원을 배제한 정황이 법정에서 드러났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황병현) 심리로 열린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78)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51)의 7차 공판에 전 예술위 책임심의위원인 문학평론가 하응백 씨(56)가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씨 등 심의위원들은 2014~2015년 예술인 1명당 1000만원씩 총 100명에게 10억원을 지원하는 ‘아르코 사업’에서 누구를 지원할지 결정하는 일을 맡았다. 하 씨에 따르면 지원자 선정 3차 심의를 앞둔 2015년 3월 예술위 직원 4명이 서울 종로구 인사동 하씨의 사무실에 찾아왔다. 하씨는 “2015년 5월에 문예위 직원이 찾아와 ‘102명 중 18명이 검열에 걸렸다. 문체부의 강력한 지시사항이고 위에 청와대가 있는 것 같다’면서 다른 심의위원을 설득해 이 18명을 뺄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증언했다.

문예위 직원이 명단을 꺼내려하자 하씨는 “명단을 보면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 같아서 보지 않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어 “명단 선정 기준이 무엇이냐”고 묻자, 문예위직원들은 “연극연출가 이윤택씨의 경우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지지연설을 한 이유로 추측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이씨의 작품은 높은 점수를 받아 1순위 지원군에 선정된 상태였다.

같은 해 6월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열린 심의위원회에서도 다시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하씨는 “예술위 측에서 ‘8명을 제외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위원들은 ‘18명이든, 8명이든 숫자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라며 도장을 찍지 않고 돌아 나왔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위원들은 ‘누가 이런 장난을 치는지 모르겠지만 정권이 바뀌면 분명히 감옥에 갈 것’이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예술위는 이후 심의위원회를 건너뛴 채 따로 이사회를 열어 지원금 지급 대상 작가 70명을 선정했다.

이날 김 전 실장의 변호인은 하씨를 상대로 “정부가 지원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판단해 지원을 안하는 게 검열이냐”고 따졌지만 하씨는 “심사를 마치고 지원을 결정했는데 문화예술 외적인 이유로 지원을 배제했으니 당연히 검열”이라고 답했다.

온라인 중앙일보

여성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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