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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번번이 실패한 소개팅, 이마에 그려진 M자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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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서른에 탈모 시작된 40대 남성

20대 숱이 너무 많아 고민이었으나

M자형 이마, 정수리 탈모 진행

소개팅 여성들 머리 힐끗대다 퇴짜

“무직보다 탈모 더 싫다” 말까지

기능성 샴푸·두피 마사지·영양제 등

모두 효과없어 결국 약물치료

머리카락 되찾고 결혼도 했지만

“건강보험 안되는 약값 부담

유전병이라는데…아들이 걱정이에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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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중 종합병원

“머리가 난다는 샴푸나 머리에 자극을 주는 등 다른 방법은 소용이 없었습니다. 결국 약을 먹고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계속 먹어야 한다니 그게 걱정입니다.”

이아무개(42·서울 양천구)씨는 7년 전부터 탈모 치료제를 먹고 있습니다. 그는 주변에서 “어떻게 했길래 머리카락이 많아졌느냐”고 물으면 농담식으로 “정력 감퇴제를 먹어서”라고 답합니다. 현재는 언제 탈모가 있었는지 전혀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그는 머리카락이 많습니다. 그는 “별 다른 방법 써 봐야 소용없다”며 “개인적으로 약 먹는 것을 좋아하지 않지만 탈모 치료제는 주변 친구들에게 적극 권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씨에게 처음 탈모 증상이 나타난 때는, 그가 30살이 막 됐을 때였습니다. 어릴 때만 해도 머리카락 숱이 너무 많아 이발사들이 싫어할 정도였다는 그는 이마 부분에 머리카락이 빠지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에는 여자 친구도 사귀고 있었고, 머리 숱이 다소 줄어서 오히려 보기 좋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주변에서 머리가 좀 빠진 것 같다는 얘기를 해도 귀담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3~4년이 지났을 때 이마 부분에 엠(M)자 모양이 만들어졌습니다. 머리 정수리에도 머리카락이 많이 빠진 것도 주변 사람들이 사진을 찍어 보여주면서 알게 됐습니다. 사람의 머리카락 개수는 약 10만개 정도이며, 하루에 약 20~50개 정도 빠집니다. 탈모가 시작되면 하루에 빠지는 머리카락 개수가 100개 이상이 됩니다. 일일이 세어 볼 수는 없겠지만 머리를 감거나 머리를 말릴 때 예전보다 빠지는 머리카락 개수가 눈에 띄게 많으면 탈모 시작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그는 당시에 예전 사귀던 여자친구와 2년 전 헤어진 뒤 연애를 하지 않고 있었습니다. 그 때 시골에 홀로 계신 어머니는 결혼을 서두르라고 재촉했습니다. 아버지는 어릴 적에 돌아가시고 외아들이었던 그는 그 때부터 결혼할 여성을 소개받아 만났습니다. 이씨는 “꼭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는데, 결혼을 못하면 어머니가 당신 탓으로 여길 것 같아 열심히 소개팅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 여성들이 탈모인 남성을 싫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습니다. 그는 “만난 여성들이 머리 부분을 힐끗 쳐다보길래 한번은 아예 대놓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며 “직업 없는 남성보다 탈모인 사람을 더 싫어한다는 말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이씨는 탈모에 대해 인터넷 등에서 각종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는 “탈모 정보가 셀수 없이 많고, 탈모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인터넷 카페도 있어 가입도 해 봤다”고 말했습니다.

탈모는 보통 20대 후반이나 30대 초반에 시작됩니다. 노영석 한양대의대 피부과 교수는 “주로 20대와 30대 초반에 탈모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마와 두피 모발 경계선이 위로 올라가 이마가 넓어지고 머리 정수리 부분의 머리카락이 빠진다”며 “머리카락이 빠지는 범위는 일반적으로 유전적으로 이미 정해져 있다고 추정된다”고 말했습니다.

이씨 역시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꺼내 보니, 아버지 역시 자신처럼 이마 부분부터 머리카락이 없었습니다. 인터넷 까페에는 ‘나무로 만든 빗으로 두피 마사지를 하면 머리카락이 난다’는 얘기도 있었고, 머리카락이 나게 한다는 샴푸나 바르는 약도 소개돼 있었습니다. 남성 호르몬을 억제하는 약을 먹어야 하는데, 부작용으로 정력 감퇴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글도 있었습니다. 이씨는 “아직 결혼도 하지 않았는데, 정력 감퇴라는 말에 먹는 약은 생각도 해 보지 않았다”며 “당장 병원에 가지 않을 수 있는 방법으로 두피 마사지와 머리카락이 난다는 샴푸를 썼다”고 말했습니다. 또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영양제 역시 구입해서 먹었습니다. 영양제는 머리카락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해 줘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게 해 준다는 것이었으며, 일반의약품이어서 약국에서 바로 살 수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방법을 거의 6달 동안 계속 했습니다. 탈모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샴푸는 2~3달만 써도 효과가 있다고 했는데, 6달 가까이 썼을 때에도 그에게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머리를 감을 때 쓰는 샴푸가 머리카락이 나게 하면 매우 간편한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소비자의 기대는 큽니다. 한국소비자원이 2012~2014년 3년 동안 탈모 방지 샴푸 등을 사용한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탈모 방지 샴푸 등에 대해 사용 전에 기대가 높았다는 응답이 59%에 달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사용 뒤에 기대만큼 만족했다고 응답한 비율은 14%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이씨도 만족하지 못한 쪽에 포함된 것입니다. 탈모 방지 샴푸 등에 대해 대한모발학회 등 전문가단체에서 탈모방지, 모발 굵기 증가 등과 같은 효능·효과 표시가 적절하지 않다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조남준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피부과 교수는 “머리카락을 청결하게 관리하는 것이 탈모 예방에 도움이 되나, 지나치게 머리를 자주 감으면 두피나 머리카락에 자극을 줘 증상이 악화될 수 있다”며 “평소 과도한 염색이나 파마 등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씨가 거의 매일 수십분 동안 한 두피 마사지도 제대로 된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케라틴, 시스테인 같이 머리카락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보충해 줘 머리카락이 빠지지 않고 난다는 약도 효과를 보지 못했습니다. 이 약에 대해서도 대한모발학회 등 탈모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효능 효과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해,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6년 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치료제는 ‘확산형 탈모 완화’에서 ‘탈모의 보조 치료’로 변경했습니다. 이씨는 “인터넷 카페에서 머리카락에 필요한 영양제로 효과를 봤다는 이들도 있었는데, 효과를 전혀 보지 못했다는 이들이 더 많았다”고 말했습니다.

결혼할 여성은 만나야 하고 머리카락은 점점 빠져 갔던 이씨는 결국 병원을 찾기로 했습니다. 이 때 이씨가 저에게 전화를 해 와 ‘대학병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질문해서 가까운 동네의원에 가면 충분하다고 답했습니다. 이씨는 “탈모 치료제를 먹으면 정력이 감퇴된다는 데 그게 사실이냐”고 물었고, 저는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자세한 것은 처방하는 의사에게 물어봐라”고 답했습니다.

결국 그는 동네 피부과 의원을 찾았는데, 의사는 머리를 살펴보고 머리카락을 만져보더니 탈모라고 진단한 뒤 먹는 약을 쓰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사실 결혼도 안 한 처지라 부끄러웠지만 용기를 내어 약의 부작용으로 정력 감퇴에 대해 물어봤다”며 “의사도 거의 그럴 가능성이 없다고 설명하더라”고 말했습니다. 일반적으로 피나스테리드나 두타스테리드가 주성분인 약은 남성호르몬을 차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들 약은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에 작용하는 5-알파 환원효소를 차단합니다. 이 효소는 테스토스테론을 작용해 디하이드로테스토스테론으로 변환시키는데, 이 성분이 머리카락을 가늘게 만들고 더 일찍 빠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작용 방식으로만 보면 정력 감퇴와는 관련이 없습니다. 이씨는 “의사 선생님이 앞으로 정력 감퇴나 발기부전과 같은 증상이 실제로 나타나면 이에 필요한 약을 처방해 주겠다고 말해 안심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이씨는 약을 먹은 지 6개월쯤 지나자 실제로 머리카락 숱이 훨씬 많아졌습니다. 늘어난 머리카락 덕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어머니의 바람이던 결혼에도 성공했습니다. 탈모는 해결이 됐는데, 그의 고민거리는 끝나지는 않았습니다. 언제까지 계속 해서 약을 먹어야 하는가도 문제였고, 사실 비용도 만만치 않게 들었습니다. 이씨는 “최근에는 복제약들이 많이 나와서 값이 다소 내렸지만, 처음 먹을 때만 해도 그 작은 알약이 2천원 가량이었다”며 “한달에 6만원 가량이어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다행히 염려했던 정력 감퇴나 발기부전과 같은 일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아이도 둘을 낳아 키우고 있는 그는 “이제 40대에 접어들었고, 머리가 좀 빠져도 그다지 문제가 안 될 것 같아 약을 끊을까 하다가도 머리카락이 한꺼번에 없어질 것 같아 계속 먹고 있다”며 “남성에게 머리카락 수는 그 자체로 자존심이고 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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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과 전문의가 머리 정수리 부분부터 머리카락이 가늘어지고 빠지기 시작해 병원을 찾은 환자를 진찰하고 있다. 한양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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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가 심하면 대인관계도 피하게 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이유가 뭐냐”고 따지기도 했습니다.

그는 전립선질환 치료제와 탈모 치료제가 성분은 같고 용량만 다르기 때문에, 전립선질환 치료제를 처방받아 네 조각으로 나눈 뒤 먹는 방법도 인터넷을 통해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전립선비대증으로 속이다가 나중에 진짜로 걸리지는 않을까 싶어서 그 방법은 쓰지 않았다”며 “대신 발기부전 치료제는 의사가 잘 처방해 주더라”고 말했습니다. 40대에 접어들면서 발기부전 증상이 가끔씩 나타난다고 말하면 곧잘 처방해 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이후 탈모로 걱정하는 사람에게는 탈모 치료제 전도사처럼 약을 권하는 그는 50살이 되면 약을 그만 먹을 것이라는 얘기도 털어놨습니다.

탈모 치료제를 처방받으면서 의사가 알려준 생활습관 개선 사항은 금연, 절주, 검은 콩 등 단백질 섭취 등이었습니다. 청결한 두피 관리도 필수라는 설명이 덧붙였습니다. 이 가운데 그가 유일하게 실천하는 것은 금연이었습니다. 이씨는 “결혼한 뒤에도 아내에게 잔소리를 많이 듣지만 술을 끊을 수는 없었고 타협을 본 것이 금연이었다”며 “그 덕분에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 등 노화가 더디게 온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탈모 치료와 결혼이 그의 건강 증진에 상당한 공을 세운 것입니다. 그가 고민하는 것은 또 하나 있습니다. 바로 아들에게 탈모가 유전되는 것입니다. 그의 아내 집안도 탈모가 있어, 아들도 탈모가 나타날 것이라는 걱정입니다. 그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탈모가 결국 아들에게 유전될 것인데, 그 전에 좋은 치료 방법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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