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대선후보, 확대 공약 내놓아
-“대학생ㆍ지역주민 상생공약 절실”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기숙사 더 많이 지어서 수용률 높여 주신다고요?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요? 지금 짓겠다고 한 것도 몇 년 째 헛걸음중인데요.”
대구가 고향인 고려대 3학년생 박모(24) 씨. 현재 학교 인근 보증금 2000만원, 월세 45만원짜리 원룸에서 생활 중인 그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대선주자들의 ‘대학 기숙사 확충’ 관련 공약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이처럼 대답했다. 군 생활 전엔 학교 기숙사에 살았다는 그는 “기숙사 시설이 부족하다는 말은 이미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뿐만 아닌데다, 계획된 기숙사 건설도 줄줄이 무기한 연기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며 “현실이 이런데 새 기숙사 시설을 더 마련해주겠다는 공약이 과연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지 의심이 되는 것은 인지상정”이라고 하소연했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신축 예정부지 인근에 위치한 한신한진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입구 및 아파트 베란다 등에는 행복기숙사 신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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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2주도 남지않은 제 19대 대선을 앞두고 주요 대선후보들이 대학생의 주거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숙사 확충 및 시설 개선에 대한 공약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정작 대학생들은 정부와 공공기관, 대학들이 신축에 나섰다 주민 반대 등의 각종 암초에 부딪히며 어려움을 겪는 모습을 보며 좌절하고 있는 상황이다.
27일 한국장학재단 등 유관 기관 및 대학가에 따르면 지방출신 학생들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숙소를 제공하기 위해 추진중인 일명 ‘반값 기숙사’들의 건립은 현재 중단된 곳이 대부분이다.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신축 예정부지 인근에 위치한 한신한진아파트의 모습. 아파트 입구 및 아파트 베란다 등에는 행복기숙사 신축을 반대한다는 현수막이 걸려있다.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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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찾아가본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대학생 연합 기숙사(행복기숙사) 부지엔 적막감이 감돌았다. 한국사학진흥재단과 한국장학재단이 정부의 위탁을 받아 건립을 추진중인 이곳은 10여개월의 우려곡절 끝에 지난 2월 관할 구청으로부터 건축 허가를 받았지만 근처 주민들의 거센 반발로 인해 첫 삽을 뜨지 못한 상황이었다.
서울지역 20~30곳 지방출신 학생 715명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계획중인 행복기숙사 공사에 대해 인근 한신한진아파트 주민들로 구성된 ‘행복기숙사 추진 반대 위원회’는 건축 허가 취소를 위해 행정소송과 가처분소송을 내겠다고 이미 밝힌 상황이다. 현장 부근에서 만난 한 주민은 “공사 중 소음이나 분진이 크게 발생하고, 공사차량 등으로 인해 안전 사고의 위험성이 커지게 된다”며 “기숙사 완공 후엔 거주하는 대학생들이 술도 마시고 애정행각도 벌일텐데, 아이들이 이런 환경에서 자라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같은 상황은 한국장학재단이 서울 성동구 응봉동 국유지에 대학생 1000명 규모(6157㎡)의 연합 기숙사를 신축하기로 한 곳에서도 발생하고 있다.
사업계획은 지난 10월 이미 발표됐지만, 관할 구청은 인근 아파트 주민과 임대업자들의 강력한 반대를 이유로 서울시에 심사 신청도 하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반대 민원을 적극적으로 밝히는 사람들 가운데 다수는 기존 대학생들이 생활하는 원룸 등에 대한 임대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심지어 대학이 자체 부지에 기숙사를 신축하려는 사업도 난관에 부딪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고려대는 지난 2013년부터 인근 개운산 내 학교소유 부지에 수용인원 1100명(2만5782㎡) 규모의 기숙사 신축 계획을 발표했지만 4년째 제자리 걸음 중이다. 산림 훼손 등을 우려한 주민 반대에 대한 눈치를 보는 관할 성북구청이 지속적으로 학교측의 요청을 반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려대 관계자는 “배드민턴, 테니스장, 체력단련실, 휴식공간 등 1만5000㎡ 규모의 주민편의시설을 제공하고 산책로와 등산로를 정비하겠다고 대안을 내놓았지만 구청에선 보완책 요구만을 반복하며 반려하고 있어 답답하다”고 했다.
지난 2015년 신축 기숙사 계획을 발표한 한양대 역시 행정기관으로 밀려드는 주민들의 반대 민원 탓에 언제 기숙사를 지을 수 있을 지 미지수다.
이런 현실 속에서도 대선후보들은 줄줄이 대학교 기숙사와 관련된 공약들을 내놓고 있다.
철제 펜드로 둘러쌓인 채 본격적으로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고 있는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 행복기숙사 신축 예정부지의 모습. 신동윤 기자/realbighead@heraldcorp.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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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대학기숙사 수용인원을 5만명 확대하겠다고 약속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는 보다 구체적으로 대학생 기숙사 수용률을 30% 이상으로 확대하고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한 대학생들에게 월 20만원을 지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재 서울 소재 대학 재학생 중 지방 출신 비율은 33%나 되지만 서울 소재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은 10.9%에 불과하다.
목진휴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는 “지방 학생들의 거주 부담을 줄이는 것이 목적이며, 기숙사 신축은 이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이라며 “기숙사 신축 이외에도 지역 주민이나 임대업자들과 공존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찾아 공약으로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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