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법리다툼 대신 감정싸움까지…뇌물공여 입증할 결정적 증거 아직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7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17.4.26/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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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세기의 재판'이라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임원 5명에 대한 재판이 결정적 증거 없이 지루하게 진행되고 있다. 치열한 법리다툼보다는 감정싸움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8시간 동안 진행된 7차공판에서 비진술조서에 대한 서증조사가 개시됐지만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혐의를 입증할 만한 결정적 증거는 이날도 제시되지 못했다.
이 부회장이 박 전 대통령과의 2차 독대인 2015년 7월25일 전에 최순실의 존재와 그의 영향력을 알고 대가성 청탁을 했는지가 핵심이지만 이 부회장이 최순실을 인지하고 독대에서 대가성 청탁을 했다는 증거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대가성 청탁을 입증할 직접적 증거가 없다보니, 서증조사 역시 주변적이고 간접적인 정황을 설명하는데 치중됐다. 재판부가 "간단히 하라"고 수차례 양측에 당부한 것도 이같은 이유로 풀이된다.
특검은 이날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 이 부회장이 그룹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의 독대에서 청탁을 했다는 주장을 폈다. 이에 대해 변호인 측은 "삼성에 대한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은 지금도 충분한 상태로 추가적 지배력 강화를 위해 삼성생명의 지주사 전환을 추진할 이유가 전혀 없으며 이를 연결시키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에 불과하다"고 맞섰다.
삼성은 2016년 1월 삼성생명의 금융지주 전환 검토에 착수, 소관부서인 금융위원회 측과 의견을 교환했다. 이후 금융위의 반대의견과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2%(5조9000억원 규모) 매각 문제 등 현실적인 벽으로 4월11일 지주사 전환 추진을 전면 보류했다. 특검은 1월과 4월 사이인 2월15일에 박 전 대통령과 독대한 이 부회장이 지주사 전환 문제를 청탁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정말 독대에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대가성 청탁이 있었다면 독대 이전과 이후에 금융위에서 다른 양상이 나타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왜 독대 이후에 금융위에서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는지 의문이다"라고 반문했다. 이어 "금융위 직원이 청와대로부터 어떠한 압력을 받았는지에 대한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며 "삼성생명 지주사 전환은 시장에 큰 충격을 주는 사안이기 때문에 미리 금융위와 상의한 것뿐이지 불법로비가 아니다"라고 일갈했다.
삼성 측은 위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2014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를 근거로 댔다. 삼성 측 변호인은 "공정위도 당시 보고서에서 '삼성이 당분간 현행 지배구조를 유지할 전망이며 이재용이 이건희 회장 보유 삼성생명 지분을 모두 상속하면 지배권 유지에 큰 문제가 없다'고 기재했다"고 했다.
언론보도를 증거로 볼 수 있느냐는 공방도 있었다. 특검 측은 재판부가 증거능력으로 인정하지 않은 언론보도를 설명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특검은 이날 삼성의 중간금융지주사 전환 등에 관한 언론보도를 인용해 삼성 측으로부터 지적을 받았다. 삼성 측 변호인은 "언론보도가 증거로 채택될지 아닐지 모르는 상황에서 특검은 자꾸 언론보도가 진실인 양 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검이 제출한 언론보도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수첩에 대한 증거능력을 인정할지에 대한 재판부의 결정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와 윤석열 수사팀장이 7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이 휴정되자 법정을 나서고 있다. 2017.4.7/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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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호 측이 작성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목적사업계획서에 대한 서증조사는 본질에 벗어난 흐름을 보였다. 특검은 계획서의 '오타'나 '비문'을 지적하기도 했다. 박주성 검사는 "영재센터 사업계획서를 보면 오타나 비문이 있는데 이것만 봐도 사업계획서가 얼마나 부실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 측 변호인은 "영재센터 발기인은 동계올림픽 메달리스트로 구성돼 있고 장시호는 배후에만 있었다"며 "삼성은 영재센터와 장시호, 또 장시호와 최순실의 관계 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검 측이 장황하게 설명한 유재경 전 미얀마 대사에 대해서도 삼성 측은 "해프닝으로 끝난 사안으로 특별히 의견을 낼 것도 없다"고 일축했다. 삼성전기 임원 출신인 유 전 대사는 비선실세 최순실의 추천으로 대사직에 임명된 것으로 알려졌다. 대사 임명은 삼성과는 무관하게 최순실의 개인적 입김으로 성사된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이렇다 할 결정적 증거에 대한 법리공방 대신 감정싸움만 오갔다.
특검 측이 제시한 금융감독원의 내부 보고서가 발단이 됐다. 이 보고서는 금융감독원이 2014년 5월 작성한 삼성의 지배구조에 관한 보고서다. 보고서 내용 중에는 증권가가 예상한 삼성 지배구조 시나리오가 담겨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 변호인은 "특검이 제시한 금감원 보고서는 언론이나 증권가 리포트에서 언급하는 여러 시나리오를 언급한 것"이라며 "삼성이 재계 1위다보니 다들 관심이 많은 것이고 다시 말하지만 이 재판은 형사재판이다"라고 답답함을 드러냈다.
박주성 검사는 "변호인 측에서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말하는데 금융감독원 보고서가 증권가 지라시고 특검 입장도 지라시라는 거냐"며 "변론방식이 상당히 부적절하다"고 불쾌함을 표했다.
이에 재판부는 "상대방을 자극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은 증거설명시 입증취지를 밝히고, 변호인은 특검이 어떠한 의도를 가지고 수사했다는 언급을 피하라"고 주문했다.
see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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