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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후보 TV토론회 이후 동성애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동성애 이슈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군에 동성애가 굉장히 심하다.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질문하면서 제기됐다. 이에 문 후보는 “동성애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고 답했다. 그러자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에이즈가 1만4000명 이상 창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 한국 에이즈 창궐한다는데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고
HIV 감염 경로도 동성애보다
이성 간 성 접촉 통한 게 많아
현재 국내에서는 매년 1000여 명이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에 감염된다. 지난해 내국인 1018명, 외국인 134명이 감염됐다. 10여 년 전에 비하면 증가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한국의 HIV 감염자 발생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16%)의 8분의 1인 0.02%에 불과한데도 창궐하고 있다는 홍 후보의 표현은 틀렸다고 할 수 있다. 홍 후보가 적시한 1만4000명도 정확하지 않다. 2015년 말 기준으로 HIV 감염자는 1만502명이다. 물론 드러나지 않은 사람을 감안하면 홍 후보의 말이 맞을 수도 있으나 그는 이런 단서를 달지 않았다.
또 홍 후보는 동성애 때문에 에이즈가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오명돈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에이즈는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에 의해 주로 발생하지 그게 동성이냐, 이성이냐의 문제는 아니다”며 “동성애가 원인이라고 하는 것은 몇 단계를 뛰어넘은 주장이고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하다”고 지적했다.
세계에서 에이즈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아프리카의 경우 대부분 이성 간 성 접촉에서 발생한다. 안전하지 않은 성 접촉은 콘돔 미사용, 항문 삽입 등을 말한다.
질병관리본부가 2015년 HIV 감염자 1018명의 감염 경로를 역학조사했더니 이성애자가 364명, 동성애자가 288명, 무응답이 366명이었다. 사회적 편견 때문에 동성애자가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전파 경로가 이성·동성 양측이 엇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오 교수는 “약만 꾸준히 먹으면 HIV 감염 상태로도 평생 건강하게 살 수 있다”며 “에이즈의 원인을 동성애에만 초점을 맞추게 되면 ‘동성애를 한 게 아니니 문제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 준다”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에이즈결핵관리과 김성남 연구사도 “이성이든 동성이든 안전하지 않은 성행위를 하면 감염된다”고 말했다. 이로 볼 때 홍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은 일부만 사실이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신성식 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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