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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美 아칸소주, 8명 '집단 사형' 집행 시도…이유는 약물 유효기간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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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간 8명 사형 집행계획했지만 법원 결정으로 무산

조선일보

미국 아칸소주가 17일부터 27일까지 사형을 계획한 사형수들. 윗줄 왼쪽부터 브루스 와드, 케네스 윌리엄스, 잭 존스, 제이슨 맥거히, 스테이지 존슨, 돈 데이비스, 마셀 윌리엄스, 레델 리. /뉴욕타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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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7일부터 27일까지 사형수 8명에 대한 형을 집행하겠다.”

에이사 허친슨 미국 아칸소 주지사가 지난 2월 밝힌 내용이다. 아칸소주에 있는 사형수 35명 가운데 20%가 넘는 이들을 단기간에 처형하려는 이유는 약물의 유효기간 때문이다. 아칸소주가 보유 중인 사형 집행에 쓰는 미다졸람의 유효기간이 이달 30일까지여서다. 아칸소주는 사형수에게 미다졸람을 투여해 마취시킨 뒤 호흡을 정지시키는 베큐로니움 브로마이드와 심정지를 유발하는 포태시움 클로라이드를 사용한다.

아칸소주의 ‘8명 사형 집행’ 계획은 실패로 돌아갔다. 사형수들이 법원에 신청한 집행정지가 연이어 받아들여졌기 때문이다.

26일 외신에 따르면 아칸소주는 최근 3명의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했다. 특히 24일에는 2명의 사형수를 한꺼번에 사형 집행했다. 미국에서 2명이 같은날 사형된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사형 집행을 명령하는 사형 집행장의 효력이 만료되기 35분 전 집행 허가 결정이 내려진 사형수도 있었다. 레델 리는 ▲약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것은 부당하고 ▲자신의 지적능력이 떨어지는 점을 감안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하급심은 약물 구입의 정당성을 문제삼아 집행 중단 결정을 했지만 주대법원은 이를 뒤집었고 연방대법원도 집행허가 결정을 내렸다.

남은 사형수는 5명. 이 가운데 4명에 대해서는 집행이 유예됐고 1명의 운명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사형이 유예된 4명은 미다졸람의 유효기간을 넘기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제이슨 맥거히는 아칸소주 가석방위원회가 감형 가능성을 검토해야 한다는 권고를 내리면서 집행이 미뤄졌다. 30일간의 의견 진술 기간이 주어졌는데, 이 기간이 지나면 미다졸람의 유효기간이 끝난다.

브루스 와드와 돈 데이비스는 재판 과정에서 정신감정을 받지 않았다며 집행의 부당성울 주장했다. 아칸소주 대법원과 연방대법원 모두 주장을 받아들였다. 또 다른 사형수인 스테이시 존슨도 새로운 DNA 조사 기법을 사용하게 해달라고 요청해 주대법원의 집행 중단 명령을 받아냈다.

27일 사형 집행이 예정돼있는 케네스 윌리엄스는 지적장애를 이유로 집행정지를 신청한 상태다.

아칸소주의 무더기 사형집행을 놓고 미국에서는 사형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범죄자들에 대해 최후의 심판이 내려졌다. 정의가 실현된 것"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미국 근대 역사상 본 적 없는 국가 주도 살인"이라는 주장도 있다.

[오경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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