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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경제신문은 내친구] 공매도란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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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제기사 이렇게 읽어요 ◆

주식을 사고팔아서 돈을 벌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당연히 주식의 가격(주가)이 올라야 합니다. 여러분이 어떤 물건을 파는 상인이라고 생각해봅시다. 무언가를 팔려면 일단 그 물건을 갖고 있어야 할 것입니다. 그다음엔 내가 산 가격보다 비싼 돈을 주고 사겠다는 사람에게 팔아야 할 것입니다. 이게 우리가 갖고 있는 거래의 기본 상식일 것입니다. 하지만 내가 갖고 있지 않은 물건을 팔 수 있을까요? 심지어는 물건의 가격이 떨어졌을 때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주식시장에서는 가능합니다.

내가 갖고 있는 주식을 파는 것을 매도라고 합니다. 공매도는 여기에 공 자가 하나 더 붙었습니다. '빌 공(空)' 자 입니다. 공매도란 결국 빈 것, 즉 없는 것을 판다는 뜻이 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식시장에 매경전자라는 기업이 있습니다. 여러분이 이 기업의 주식을 가진 주주는 아닙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주식을 팔 방법이 있습니다. 주식을 사지 않은 채로 주식을 팔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답은 '빌린다'입니다. 공매도하는 사람을 위해서 주식을 빌려주는 기관이 있습니다. 내 것이 아닌 주식을 빌려서 시장에 매도하면 그것이 공매도입니다. 이렇게 빌린 주식은 어떻게 갚을까요? 나중에 다시 시장에서 주식을 사 갚으면 됩니다. 그럼 이런 복잡한 거래는 왜 하는 것일까요?

여러분이 가격이 1만원인 매경전자 주식 한 주를 하루 빌렸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그리고 그 주식을 당장 시장에 내다 팝니다. 매경전자 주식의 매도 가격인 1만원이 내 손에 들어옵니다. 그럼 다음날은 어떻게 될까요? 다음날 매경전자 주가가 9000원이 되는 상황이 일어났습니다. 그러면 어제 주식을 팔아서 손에 넣은 1만원을 가지고 9000원짜리 주식을 사서 원래 주인에게 돌려주면 됩니다. 그러면 1000원이 이익으로 남게 됩니다. 그러나 다음날 매경전자 주식이 1만1000원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요? 여러분은 어제 매경전자 주식을 팔아 1만원을 갖고 있는데 1만1000원을 내고 다시 매경전자 주식을 사서 돌려줘야 합니다. 이렇게 되면 결국 1000원의 손실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공매도의 원리입니다. 주식 가격이 떨어질 것으로 예상할 때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입니다. 예상한 대로 주식값이 떨어진다면 그 떨어진 금액만큼 이익이 됩니다. 반대로 주식값이 오르면 그만큼의 손실을 감당해야 합니다.

그럼 공매도는 어떻게 해서 만들어졌을까요? 여러분은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말을 들어봤을 것입니다. 달걀처럼 깨지기 쉬운 물건을 한곳에 모아놨다가 실수로 떨어뜨린다면 모두 깨지고 말 것입니다. 반대로 달걀을 여러 바구니에 나누어 놓으면 한 바구니가 떨어져도 다른 바구니에 있는 달걀은 안전할 수 있습니다. 투자는 달걀을 어떻게 바구니에 담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입니다. 모든 투자에는 손실의 위험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면 위험을 줄일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공매도도 위험을 줄이기 위해서 만들어낸 방법입니다. 만약에 주가가 항상 오르기만 한다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주가는 오를 때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누구도 그것을 미리 알 수 없습니다. 그래서 주가가 떨어질 때도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으로 생각해낸 것이 바로 공매도입니다.

그렇지만 많은 사람이 공매도가 공정하지 않고 주식시장의 질서를 해친다고 비판합니다. 왜일까요? 그것은 공매도가 많은 자금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다시 예로 돌아갑니다. 만약 여러분이 매경전자의 주식을 공매도한다고 생각해봅시다. 매경전자 주식을 빌려서 팔기 위해 시장에 내놨습니다. 그러면 여러분이 가진 자금을 고려할 때 많은 주식을 빌리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러니 적은 주식을 빌려 공매도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공매도가 시장에 영향을 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금이 풍부한 사람이 같은 주식을 공매도하는 상황을 생각해봅시다. 그는 엄청난 양의 매경전자 주식을 빌려서 팔겠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자 주식을 사고 싶은 사람은 적은데 팔겠다는 주식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주식은 자연스럽게 더 싼값으로 내려가게 됩니다. 그렇다면 공매도를 한 사람은 그만큼 큰돈을 벌 수 있습니다. 떨어진 만큼 돈을 버는 것이 공매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주주들은 주가가 떨어져 손해를 보게 됩니다. 공매도는 이렇게 불공평한 상황을 종종 만들어냅니다. 정부에 공매도를 막아달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되겠지요.

[정우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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