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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노골화하는 트럼프의 폭스 편애 vs CNN 혐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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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후 인터뷰의 절반은 폭스에 할애

'가짜뉴스'로 왕따된 CNN은 시청자 감소

"폭스가 최고로 정확하다."

"이제는 CNN 따위 안 본다." (트럼프, 21일 AP 뉴스)

취임 100일을 맞이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스 편애, CNN 혐오'가 노골화하고 있다.

중앙일보

[사진 폭스뉴스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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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20일 대통령 취임 후 트럼프가 신문·방송 등 특정 매체와 단독 인터뷰를 한 횟수는 총 13회. 그중 절반인 6회가 폭스뉴스였다. 첫 인터뷰도 폭스였다. 단순 횟수뿐 아니다. 그의 평일 아침은 폭스뉴스의 뉴스쇼(오전 6시~9시)인 '폭스 앤 프렌즈'와 시작한다. 3시간 프로그램 중 2시간가량을 거의 매일 시청한다고 한다. 지난 3월 한 달 동안에만 이 프로그램 관련 트윗만 7번이나 날렸다. 기타 폭스뉴스의 다른 프로그램 관련 트윗까지 합하면 수십 건에 달한다는 것이 CNN의 지적이다. 폭스에는 보수성향의 진행자, 트럼프 입맛에 맞는 내용이 많다. 그래서인지 백악관에서 도보로 10분 정도 거리에 있는 트럼프 소유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의 1층 메인 로비 홀의 대형 모니터 4개는 모두 폭스뉴스, 폭스스포츠 채널로 고정돼 있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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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에 위치한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 1층 로비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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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의 영향력 또한 고공행진을 거듭하고 있다. 당장 올 1분기(1~3월) 동안 프라임타임(오후 8~11시) 폭스뉴스 시청자는 평균 286만6000명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21%가 늘었다. 한마디로 대박이다. 이는 CNN(평균 117만5000명)의 2.4배다. CNN은 같은 기간 17%가 고꾸라졌다.

그 뿐 아니다. 트럼프는 폭스 출신을 행정부로 속속 끌어들이고 있다.

24일 트럼프가 국무부 대변인으로 공식 임명한 헤더 노어트(47)는 15년간 폭스에서 일하고 있던 앵커이자 기자다. 2012년부터 최근까지 트럼프가 광팬인 '폭스 앤 프렌즈'를 진행했다. 이 밖에 지난 2월에는 폭스뉴스의 유엔 담당 기자이던 조너던 워치텔을 유엔주재 미국대표부의 대변인으로 기용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2인자인 캐슬린 맥팔랜드 부보좌관도 폭스뉴스 출신이다.

반면 다소 진보성향의 CNN은 트럼프가 '제일 싫어하는 매체'로 굳어졌다.

트럼프가 툭하면 입에 올리는 '페이크(fake·가짜) 뉴스'도 대부분은 CNN을 지목한 것이다. 대선 과정에서 힐러리 클린턴 관련 뉴스를 호의적으로 다루면서 자신에게는 혹독한 비판을 쏟아낸 데 대한 감정이 가시지 않은 듯 하다. 실제 트럼프는 취임 후 CNN과는 단 한번도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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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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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와의 인터뷰에선 "내가 (CNN을) 시청하지 않을 능력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했다"며 "가짜보도와 나쁜 보도를 보고 나서 시청하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생겼다"고 주장했다. "나 말고도 많은 이들이 더는 CNN을 보지 않는다. 다르게 볼 만한 곳들을 개발했다"고도 했다.

하지만 말은 그렇게 하지만 '몰래' CNN을 보고 있는 정황도 있다. 지난주 AP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전제)'를 건 대목에서 CNN의 특정 보도를 언급했다. 이어 계속된 공개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난 CNN 따윈 보지도 않는다"고 하자 기자가 "방금 전(오프 더 레코드 대화 중)에 (CNN을) 봤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되물었다. 당황한 트럼프는 "어디서? 내가 뭐라 했다고?"를 연발하다 기자로부터 "2분 전에!"란 반박을 당했다.

워싱턴=김현기 특파원 luckyman@joongang.co.kr

김현기 기자 kim.hyun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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