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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국제 데뷔무대서 야유 받은 이방카, 초대한 메르켈은 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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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W20) 토론 패널로 참가한 이방카 트럼프(왼쪽 두번째)가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왼쪽부터)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베를린|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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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큰 딸 이방카가 혹독한 국제 데뷔 무대를 치렀다. 아버지의 여성관을 옹호하다 야유를 당한 것이다. 이 때문에 가장 당황한 것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였다.

이방카는 25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여성경제정상회의(W20)에 참석해 ‘여성 격려, 여성 기업가 정신 향상’을 주제로 한 토론에 패널로 참여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와 막시마 네덜란드 왕비, 크리스티아 프리랜드 캐나다 외교부 장관 등 세계 여성 지도자들과 함께 여성의 지위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였다.

하지만 이방카는 ‘트럼프의 딸’이라는 사실이 더 주목을 받았다. 사회자는 “‘퍼스트도터’라는 것이 독일인에게 낯설다”고 말을 꺼내며 “당신의 역할은 무엇이고 누구를 대표하는가. 아버지인가, 미국인인가. 당신의 사업인가”라고 질문했다. 이방카는 “확실히 후자(사업)는 아니다”라며 ‘퍼스트도터’의 역할은 “자문역으로서 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나 역시 이 역할에 꽤 익숙하지 않다. 들으며 배우는 중이다.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방법들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토론 중 출산휴가와 관련한 내용이 나오자 이방카는 “아버지가 (유급 출산휴가를) 지지한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버지는 “가족 지원에 엄청난 옹호자”라고 밝히자 관객석에서는 야유가 터져나왔다.

객석 반응에 사회자는 트럼프의 과거 성희롱 발언들을 언급하며 “그가 여성에게 권한을 주려는 사람인지 의문이 생긴다”고 지적했고 이방카는 맞대응했다.

그는 “언론의 비판을 들었고 그런 일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지만 나는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알고 있다. 수십년간 그와(아버지와) 함께 일한 여성들이 (아버지가 권한을 주려고 한다는 것의) 믿음의 증거다. 여성의 잠재력과 여성이 어떤 남성만큼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확신”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진땀을 뺐을 사람은 메르켈 독일 총리다. 이방카는 총리의 초청으로 이 토론에 참석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와 관계 개선을 꾀하는 메르켈에게 이 자리는 분위기를 전환할 중요한 기회이기도 하다.

트럼프는 대선 후보 시절부터 독일의 난민 정책은 “비극적인 실수”라며 메르켈을 “독일을 망치고 있는 총리”라고 비판했다. 당선 후 국무부가 독일과 수십년간 이어왔던 외교적 전통에 따라 트럼프 인수위와 만남을 주선했지만 이를 거부했다. 이에 메르켈 측은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이방카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를 통해 트럼프 행정부와 접촉했다고 미 시사주간지 타임이 보도했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백악관에서 두 사람은 정상회담을 가졌지만 트럼프는 메르켈의 악수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이 같은 분위기를 전환해보려고 독일에서 열리는 W20에 이방카를 초청했으나 ‘굴욕’만 안겨주게 돼 메르켈 입장은 난처하게 됐다.

이방카와 메르켈은 이날 페미니스트에 대한 견해를 두고도 다른 시각을 보이기도 했다.

사회자가 “당신은 페미니스트”인가라고 묻자 메르켈은 “페미니즘의 역사는 내가 가진 공감 중 하나이기도 하지만 아닌 점도 있다”며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타이틀로 나를 꾸미고 싶지 않다”는 답을 내놨다. 반면 이방카는 자신은 페미니스트라고 말하면서 “많은 여성들이 페미니즘을 수용하는 것을 두려워한다. 내 생각에는 (페미니스트라고) 라벨링이 되면 다른 사람들로부터 배제된다고 느끼기 때문에 (페미니즘에) 민감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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