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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코노미조선] 스타트업 창업, 실패를 먼저 생각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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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비즈



일자리 창출을 위한 대안으로 창업이 화두가 되고 있다. 그런데 창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이 거시적으로는 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으나 창업자 개인적으로는 많은 희생이 따른다. 정부 예산에 힘입어 많은 기업들이 창업돼 경제 활성화에 일시적으로 기여했다. 그러나 상당수 기업이 실패했고 실패한 기업의 경영자는 많은 고초를 겪어야만 했다.

창업에는 리스크가 존재한다. 의사결정자는 정보를 근거로 리스크를 파악하는데 창업에 관해서는 너무 다른 통계가 난무하고 있다. 한 예로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중소기업청이 벤처기업 생존율에 대한 상반된 통계를 내놓은 적이 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이 38%라고 한 반면, 중소기업청은 벤처기업의 3년 생존율이 77.4%라고 했다. 왜 이런 괴리가 발생할까. 나중에 밝혀진 이유로 대한상공회의소는 모든 창업을 기준으로 했으나 중소기업청은 벤처지정을 받은 기업을 중심으로 통계를 집계했기 때문이다.

이 중에 어떤 수치가 옳은지는 의사결정자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대학을 졸업한 예비창업자가 자기 회사의 생존율을 77.4%로 보기는 어렵다. 경험이 없는 청년 창업자는 자신의 객관적 생존율을 38%로 보는 것이 더 안전할 것이다.

경영 칼럼니스트들은 스타트업의 성공확률이 10%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심지어 어떤 유명대학 교수는 강연에서 “벤처의 1%만 성공한다”고 말한 적도 있다. 그러나 1% 또는 10%는 수사적으로 창업의 어려움을 표현하는 것이지 통계에 근거한 것은 아니다. 만일 이처럼 벤처 성공 확률이 낮다면 정부가 청년들에게 창업을 권해서는 안 되는 것이 아닐까.

그러면 통계를 근거로 한 스타트업의 성공확률은 어떨까. 2015년 한국에서 전체 벤처기업 대비 IPO(기업공개) 비율은 0.2%에 불과하다. IPO를 스타트업의 성공기준으로 본다면 성공확률은 0.2%다. 그리고 하버드경영대학원의 쉬카 고쉬 교수에 따르면 벤처투자를 받은 2000개의 스타트업 가운데 매출목표를 달성하는 스타트업은 5%, 투자수익을 가져다주는 스타트업은 20%, 투자수익은 마이너스이지만 근근이 생존하는 기업은 70%다. 즉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스타트업의 성공확률은 아주 적거나 꽤 많을 수도 있다.

◆ 마음 맞는 파트너와 공동창업해야
그러면 스타트업이 실패하는 원인은 무엇이며 이를 방지하기 위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스타트업 실패 원인은 크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 번째는 제품이 고객 니즈에 부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술개발은 성공했지만 상용화에 실패한 경우다. 이러한 상황을 막으려면 ‘기술개발’보다 ‘고객이해’를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해야 한다. 두 번째 원인은 경영진의 팀워크가 실패했을 때다. 여기에는 내부 분란으로 핵심개발자가 회사를 떠나거나, 창업자와 주주 사이의 갈등으로 창업자가 회사를 떠나거나, 종업원이 기술을 빼내어 경쟁사로 가는 경우다. 이는 창업팀이 가치관을 중심으로 모이지 않고 스킬을 중심으로 모였기 때문이다. 가치관과 스킬을 다 갖춘 팀이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가치관이 맞은 사람과 동업하는 것이 안정적이다. 세 번째 실패 원인은 자금난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상용화가 계획대로 이뤄지지 않을 때 자금난이 온다. 약속한 매출을 보여주지 못한 기업은 추가 자금조달이 안 되고 운전자금이 바닥나게 된다. 매출은 생각보다 늦게 일어난다. 그러므로 스타트업은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

예비창업자들은 생존확률과 실패원인을 사전에 잘 인지하고 창업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만일 살아남는 것이 목적이라면 창업에 도전해볼 만하지만 투자수익을 내는 것이 목적이라면 힘든 미래를 각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예비창업자는 실패할 경우를 대비해야 한다. 또 사업을 하다 보면 합법과 불법의 경계선상에서 유혹을 받게 되는데 이때 항상 정도를 걸어야 한다. 창업에 실패하더라도 취업, 재창업 등 새로운 기회가 생길 수 있지만 불법적인 행위와 연관되면 다시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주우진 서울대 경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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