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이 우리 삶의 한가운데로 들어왔다. 하지만 반갑지 않은 불청객도 함께 왔다. 충분히 잠을 자도 졸음이 쏟아져 눈이 저절로 감기는가 하면 식욕까지 떨어지게 만드는 불청객은 바로 '봄철피로증후군'이라고도 불리는 춘곤증이다.
봄이 되면 낮이 길어지고 밤이 짧아진다. 자연히 활동량이 늘고 수면시간은 줄어들며, 상승한 기온으로 근육이 이완돼 나른한 느낌을 갖게 된다. 흔히 '봄을 탄다'고 표현되는 춘곤증은 의학계에서 공인된 질환은 아니다. 즉 엄격한 의미에서 질병은 아니다. 춘곤증의 원인은 아직 의학적으로 명확하게 모두 밝혀지지 않았지만 겨울 동안 움츠러들었던 신진대사 기능이 따뜻한 날씨에 활발해지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일종의 피로로 보고 있으며 그 밖에 업무환경 변화, 활동량 증가로 인한 육체적 피로, 불규칙한 식사나 수면, 인스턴트식품 과다 섭취, 폭식, 과음, 노화 등이 원인으로 생각되고 있다.
춘곤증의 대표적인 증상은 피로, 졸음, 식욕부진, 소화불량, 현기증 등이다. 강재헌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겨우내 운동 부족이었거나 새로운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 그리고 과로로 피로가 누적되면 춘곤증이 심하게 나타난다"며 "이는 신체 리듬이 회복되는 데 필요한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신체 적응능력이 떨어져 악화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춘곤증은 기온 상승으로 인한 말초 혈관 확장, 근육 이완, 활동량 증가에 따른 에너지 요구량 증가, 비타민 부족 등으로 생기는 일시적인 현상이며 일정 기간이 되면 없어지므로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니다. 김의중 을지대 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춘곤증으로 너무 힘들다 싶을 때는 잠시 눈을 붙여보는 것이 좋다"면서 "낮잠에 적정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30분~1시간 이내의 낮잠은 인지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춘곤증을 최소화하고 잘 이겨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평소에 규칙적인 생활습관이 중요하다. 규칙적인 식사를 비롯해 음주, 과다 흡연, 카페인 음료 섭취 등을 자제하고 특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스트레스가 많은 상황에서는 이러한 건강상 이상이 없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만약 밤잠을 설쳤거나 과로를 했다면 낮에 잠깐 토막 잠을 자는 것이 좋다.
춘곤증을 이기는 운동으로는 전체적으로 몸을 펴주고 늘려주는 스트레칭이나 체조가 좋고, 사무실이나 좁은 공간에서 벗어나 가벼운 산책을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운동은 가볍게 시작해서 점차적으로 강도를 높이는 것이 좋다.
음식은 단백질과 비타민이 풍부한 식단이 좋다. 비타민B·C가 충분한 신선한 야채와 과일을 많이 먹되, 기름기가 많은 음식을 피하도록 한다. 피로 해소와 면역력 증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C는 봄철 채소와 신선한 과일, 산채류, 봄나물 등에 많이 들어 있다. 풋마늘, 쑥, 원추리, 들나물, 취나물, 도라지, 두릅, 더덕, 달래, 냉이, 돌미나리, 부추 등 봄나물은 입맛을 돋워주고 피로 해소에 좋은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해 원기를 회복하는 데 효과적이다. 에너지 생산을 위한 대사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데 도움을 주는 비타민 B1, B2, B6, B12, 판토텐산 등은 현미, 율무, 통보리와 같은 도정하지 않은 곡식류와 생선, 우유, 달걀노른자, 말린 버섯, 견과류(호두·잣), 콩, 녹황색 채소에 많이 들어 있다. 각종 해조류에도 비타민, 미네랄이 많이 들어 있어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므로 끼니 때마다 다시마, 미역, 톳나물, 파래, 김 등 해조류를 곁들여 먹으면 춘곤증을 이기는 데 도움이 된다. 동시에 생선이나 두부를 통한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종합비타민제를 복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봄철 피로의 주 요인이 춘곤증일 경우에는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지만, 장기간 피로가 있을 때에는 다른 질환이 있을 수 있으므로 병원을 찾아 정밀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피로감이 함께 오는 대표적인 질환은 감기, 결핵, B형 간염, 지방간, 갑상선 질환, 당뇨병, 고혈압, 심한 빈혈, 우울증 등이다.
김양현 고려대 안암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춘곤증은 '몸이 아직 준비 중'이라는 우리 몸의 신호와 같기 때문에 춘곤증이 나타나는 동안에는 무리하지 말고 틈틈이 휴식을 취해 몸이 적응할 시간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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